'상점의 얼굴'인 간판. 차별화시대, 개성시대인만큼 간판도 톡톡 튀고 개성 넘치는 것이 사람들의 눈과 발을 사로잡는다. 과거에는 지역명이나 동(洞) 이름, 사람 이름 등을 넣어 전형적인 간판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재치있고, 외래어를 조합하거나 긴 문장형이 인기다. 맛, 서비스, 가격이 착한데다 간판까지 개성 넘치면 대박이 더 가까이에 있다. 청주시내에는 관공서, 상점 등 8만여개의 간판이 있는 것으로 간판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청주시내를 돌며 눈에 띄는 간판들을 정리해봤다.
◆ 재치있는 간판으로 강한 첫 인상= 첫인상이 중요하듯 간판 역시 첫 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중요하다. 평범함보다는 재치와 유머로 승부하는 간판이 발목을 끌어당긴다.
봉명동의 '채우락'(구이&샤브뷔페)은 마음껏 배를 채우고 가라는 뜻을 가졌고, 금천동 '싱싱회' 횟집은 말그대로 싱싱한 회가 늘 있을 것 같다. 복대동 '대게 좋은날'(대게전문점)은 대게가 되게 좋을 것 같다. 하복대의 '2차는 노래방'은 2차로 노래방을 가게 유도하며, 다소 거칠지만 충북대 중문의 '조까세'는 '조개를 까는 세상'의 약자로 조개구이집이다.
영화나 드라마 제목을 패러디한 상호는 친근해 눈길과 발길이 쉽게 머문다. 하복대의 '꽃보다 술', 금천동의 '꽃보다 꽁짜폰'을 비롯해 복대동의 '조루지오'(성인용품 판매점), 개신동 '빠르지오'(PC방), 금천동 '꾸미지오'(인테리어전문점) 등에 시선이 꽂힌다. 하복대 등에는 '나쁜 남자', '나쁜 여자' 상호의 실내포장마차도 있다.
매운 음식을 주메뉴로 하는 '후끈'(하복대)은 간판색까지 새빨게 간판을 보는 순간 입에 군침이 돈다. 닭고기전문점인 '닭장'(하복대), '닭 잡는날'(하복대), '파닭'(사창동) 등도 위트가 있다.
◆ 영어, 한자 조합해 독특한 개성=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한글발음을 소리나는대로 영어로 표기하거나 영어, 한자 등을 조합해 만든 간판이 눈에 띈다. 이런 트렌드는 대학가나 하복대 등에서 두드러졌다.
충북대 중문의 'IRUWA'(술집)는 '이루와'라고 손짓하며, 찻집 겸 술집인 'cafe Zibe 놀러와'는 내집에 온듯 편하게 차나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걸 내세웠다. '쟈니비어'는 '술잔이 비었으니 마셔라', '디쁘리'는 '뒷풀이'의 뜻이지만 이국적 느낌이 있다. 인근의 '辛鷄발'은 매운 닭발집, 'www.辛볶이.com'는 포장마차 떡볶이집이며 사창동 '돼지夜'(삼겹살집)는 밤에 삼겹살에 소주를 먹게 이끈다.
'꼬치 필 때'(꼬치구이점)는 '꽃'과 '꼬치'를 매치해 독특한 느낌을 줬고 술(酒)을 모티브로 한 '술애바퀴', 酒상전하, 酒주총회 등도 인상적이다. 신봉동의 '붐비어'에서는 맥주를 마시는 이들로 붐빌 것 같다.
◆ 문장형 간판으로 긴 여운= 4~5자의 짧고 압축된 간판이 지루했다면 문장을 활용한 긴 간판도 새롭다. 독특한 시각 효과와 긴 여운이 있어 젊은층을 겨냥한 분식점, 음식점에서 인기가 높다고 간판업계는 분석한다.
퓨전떡볶이집 '밥보다 맛있는 떡볶이방이얌', '아버지가 만든 튀김 딸이 만든 떡볶이(아딸)'가 그 예. '배 터지는 생돈까스'(하복대), '면발을 당기게 하는 집 산동성'(개신동), '칡냉면 땡기는 날'(금천동)을 비롯해 '속에 천불 청송얼음막걸리 매운고추 정구지 찌짐', '모여라 상가야! 빌딩아!'(하복대 빌딩종합컨설팅) 등이 눈에 띈다.
이외에 '전국에서 가장 싼 낚시할인마트'(봉명동), '폰값 ddong값', '휴대폰 착하게 파는 집', '전국에서 핸드폰 두번째 싼 집'(이하 사창동), '1인분 4900원 대패삽겹살'(금천동) 등은 어려운 경기에 값싼 것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옥외광고협회 채수인 청주시지부장은 "옛날에는 간판의 글씨를 크게 해 일단 눈에 잘 보이게 했지만 이제는 간판 크기는 작아지고 내용은 더 개성 있어졌다"면서 "개성있는 간판이 아무래도 한 번 더 보게 해 강한 인상을 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