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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왕년에 자뻑이 어마어마 했거든요 ? ㅋㅋㅋㅋ
“너랑 같이 있으면 너무 웃겨, 너 개그맨 해봐라”
친구들에게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우쭐했어여 ^^V 저로 인해 웃는 사람들을 보면서 즐거움도 느꼈구요.
" 우왕 나 이러다가 개그맨 시험에 한방에 붙으면 어떡하지?"
"나 정도면 개그맨 될 만한데? 음 ~ 조건상 꿀릴 건 없는 거 같아. 우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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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정도가 공채시험 보기까지의 제 생각이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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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시험을 보고..............합격자 명단을 확인하는데..............................................................................
띠로리 ..............................................................................................................................................
..................................................................내이름 없당 ㅠ_ㅠ......................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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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의 원인은요?
제대로 된 준비가 안 되어서, 즉 개그맨이 될 자격이 없어서 합격할 수 없었던 겁니다.
마치 미성년자는 유흥업소에 갈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공식1]
미성년자가 몰래 어찌어찌 유흥업소에 출입했다 하더라도 민증 검사 한방에 내쫓김.
= 눈속임으로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치더라도(물론 불가능함) 못 웃기고 방송에서 사라질게 분명함.
삼순이가 말합니다.
“추억은 추억일 뿐이에요. 추억은 아무런 힘도 없다구요.”
제가 불합격 후에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제일 먼저 버려야 했던 것은
‘내가 입만 열면 다 웃겨서 쓰러졌다.’는 과거에 대한 자신감,
지금에 와서 아무런 힘이 없는 과거에 남을 웃겼던 추억이었습니다.
장차 개그맨이 되어 저희가 웃겨야 할 대상은 내 주변의 친구들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 형성되는 관객입니다.
나를 잘 알고 좋아하는 지인들은 내가 조금만 오버를 해도 쉽게 마음을 열고 웃어줄지 몰라도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겸손하고도 소박한 개그가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죠.
ex) 남자친구에게 하는 필살기 애교를 버스 옆자리에 앉은 초면 남성에게 한다면?
동대문에서 하는 깎아주세요 알랑방구 립드립을 백화점에 가서 한다면?
친구들이 좋아라 해주는 나만의 오버필 충만한 춤+노래를 길거리에서 한다면?
.......................................................생각만 해도 설레이네요 ^^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실 조금 두려움ㅠ_ㅠ)
우리 ...왕년에 학교에서 반 애들 웃길 때에도 새학기 초반에는 이 개그 먹힐지 안 먹힐지 고민하잖아요.
‘이 말 하면 애들 웃으려나? 나 이상한 애 되면 어떡하지?’
이러다가 무리수로 던진 말장난 한번 먹히고 ㅋㅋ 나 완전 웃긴 애 되고 ㅋㅋ
애들이랑 좀 친해지고 나면 뭘 해도 웃어주잖아요.
그렇지만 내가 초면인 관객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줘요.
무대 위에서 친구들한테 하던 거 그대로하면 이건 뭥미 할거라구요. ㅠ_ㅠ
그래서 !!!!
관객을 초면인 소개팅 상대에 비유해 봅니다.
우리가 첫 만남에서 제일 중요시 하는 게 뭔가요?
그래요. 바로 호감입니다.
소개팅을 할 때에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에게 호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되죠.
여자인 저는 최대한 이뻐 보이려고 노력을 해요.
샤방샤방한 원피스를 입고, 원피스에 어울리는 구두를 신어요.
소개팅 상대가 키가 작은 남성분인 것을 사전에 알게 되면 치밀하게 굽 높이를 계산해서 적당한 구두를 고르죠.
소개팅 하는 날 만큼은 난 센스 있는 여자니까요.
나를 볼 생각에 설레어했을 남자가 실망하지 않게끔, 설사 내 외모에 조금 실망하더라도 커버되게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매력을 어필해보아요.
썰렁하고 재미없는 농담을 건네 와도 쌩까지 않고 웃어줘요. 남자를 한번쯤 칭찬해줘요.
내가 남자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일수록, 남자는 내게 빠져들어요.
잘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만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요.
성공했어요. 첫 만남 후 남자가 에프터를 청했어요. 야호 !!!!!!!!!!!
어떠세요? 남자 한명이랑 소개팅 한번 해서 호감주기도 이렇게 힘든데......
관객은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이에요. 그것도 엄청 여러 명 ㅋㅋ 수백 명 이상??
아잇쿠 >_<;;
[공식2]
관객 = 내가 호감을 줘야하는 엄청난 인원의 소개팅 상대방.
우선 인원만 봐도 소개팅남보다 관객의 인원은 엄청나요 ㅋㅋ 나의 윙크 한방은 택도 없어요.
휴우 ~ 관객에게 호감을 심어주려면 소개팅 보다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하겠지요.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할 거에요.
....... 그럼 호감을 어찌주낭 ㅋㅋㅋㅋ
저도 제 매력이 어디까지 인지 몰라서 ㅎ_ㅎ 상대방이 저의 어떤 점에서 호감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_^;;;
제가 소개팅 한 남성분에게 호감을 느낀 이유는 이래요.
- 자신감 있는 모습
- 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
여자 분들만 공감 하시나요 ...? 남자 분들은 무조건 여자가 예뻐야 좋으신 가요 ...?
그렇지만 개그에선 아니에요 !!! ㅎㅎ 생각해 보세요 !!!
예쁜 개그우먼이 나와서 가만히 서있다고 웃지 않자나여 !!!
오히려 친근한 외모의 개그우먼이 나와서 자신을 버려가며 열연을 펼칠 때 더 잼있자나여 !!! 솔직해집시다!!! ㅎㅎㅎㅎ
그럼 ~ 제가 이성에게서 호감을 느낀 이유를 관객에게 호감을 주는 것과 비교해볼게요.
- 자신감 있는 모습
수줍은 소개팅녀는 당찬 남자에게 묘한 매력을 느껴요. 시간이 흐른 뒤 남자의 허세가 뽀록날지도 모르지만 ㅎㅎ
우선 첫 만남에서 여자는 남자의 자신감 있는 모습에 ‘어?! 이 남자 뭔가 있는 거 같아’ 라고 착각하게 되요.
평상시에 나는 너무나 얌전한 사람일지라도, 무대 위에서는 뇌쇄적인 눈빛을 뿜으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저 사람 뭔가 있구나’ 라고 착각하게 만들어야 호감이 가죠.
연기할 때 자신감으로 충만해야 목소리도 크게 나오고 ㅋㅋ 내가 하는 대사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무대에서 포스 있는 사람들을 보면 자신감에 쩔어 있어요.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 한 표정이에요 .
‘내가 너희를 웃기고야 말겠다. 으하하하^^V'
우리는 무대에서 한 포스 하시는 분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멋! 있! 다!
[공식3]
맘에 드는 소개팅녀에게 자신 있게 에프터 신청하기! (자신감 있는 모습에 더 멋있어 보임)
= 무대 위에서 자신감 충만하기!
- 노력하는 모습
잘하려고 노력하는 거... 너무 이쁘잖아요 ^^
앞에서 엄청 노력하는데 눈 돌릴 수도 없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죠.
마치 남자가 재미없는 농담을 건네도 날 위해 노력하니까 웃으며 받아주는 여자의 경우처럼
우리가 하는 개그가 설사 재미없더라도 ㅠ_ㅠ 관객들은 우리의 열심히 하는 모습에 조금은?! 호감을 느끼게 될 거에요.
그러나 !!!!!!!!! 주의할 점이 있어요. 헛된 노력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요.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지만, 개그맨 시험을 열 번 본다고 해서 합격하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우선 그 여자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냥 잘 해준다고 해서 나한테 넘어오지 않아요. 여자를 잘 꼬시는 사람을 우리는 선수라고 하죠.
그런데 그 선수님이 처음부터 그렇게 잘 꼬셨을까요?
아니에요. 나름 시행착오를 거쳐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거라고요.
- 순애보 남자는 노하우를 모르니까 무대포식으로 많은 공을 들여 노력해서 우연히 한 여자의
마음을 얻게 됩니다. 그 후 어찌어찌 어렵게 사귀었어요. 그런데 이내 여자를 잘 못 다루니까
얼마 못가 뻥 차였어요.
- 선수님은 척하면 척이에요. 맘에 드는 여자 금방 꼬셔요. 곧 사귀어요. 감질맛나게 여자를 잘 다뤄서
바람 피우는 것만 걸리지 않는다면 여자에게 차일 일이 없어요. 오히려 여자가 놔주질 않아요.
너님 없으면 나 죽겠대요.
선수가 되고 싶으세요?
이거 왜이래요 ㅠ_ ㅠ ... 저는 착한 남자가 좋다구요 ^^
적어도 개그맨으로서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으신가요? ㅎㅎ 관객들이 너무 웃겨서 좋아 죽겠다고 맨날 보고 싶어 하는 ...
그렇다면 선수가 되는 방법을 연구해보세요!
여자를 한 번도 안 만나 본 사람은 여자를 많이 만나 본 친구의 조언을 얻죠?
개그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선수를 포섭해보세요. 관객 꼬시기가 한결 쉬울 겁니다.
[공식4]
여자의 마음도 얻지 못했으면서 손부터 잡으려고 하는 쓰레기 짓은 하지 맙시다!
= 정확한 방법을 모른 채 헛된 노력을 하지 맙시다! 잘 모르겠으면 선수를 찾아갑니다.^^
아 ... 큰일날 뻔 했다 !!!!!!!! ㅋㅋㅋㅋ
주의할 점 있네요. 선수한테 한번 걸리면 빠져나오기 힘들 수 있으니
영원히 개그를 사랑하실 분만 찾아가시길 ...........헤헷 ^_^
벌써 5월이 되었네요. 다들 개그와 예쁜 사랑하시길 바래요 ♡
첫댓글 와우.. 그공식으로 일단 여자들의 호감부터 얻어내야겠습니다. 이히^~^
와..... 굉장히 자세하고도 섬세하게 이해하기 쉽도록 글써주셨네요 저의 잘못된점을 바로잡아봅니다.
저도 시뇨닝 님 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감만 넘쳐가지고 한마디로 객기만 부렷다고 생각해요
저도 반성하고 더욱 노력해서 우리같이 대한민국을웃기는 개그맨이되어보아요!!화이팅!!
좋은글 읽었어요, 선수가 되겠습니다.
와우!!!!!! 시뇨닝님 남편 하나는 확실히 잘 고르시겠어요! 내공이 대단하십니다! 재밌는 비유만큼 개그사랑도 대단대단!!!!!!!
이해력이 부족하고 멍청한편인데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닷~!
개그에 대한것과 시뇨닝님이 겪었던 일들이 아주 제대로 비유가 되있네요ㅎㅎ보면서 선수가 되고 싶은마음에 콩닭콩닭 치킨이 먹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