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근로자의 날, ‘근(勤)’은 억울하다
부지런히 일한다는 ‘근로’는
조선시대엔 ‘노동’보다 많이 써
일제 잔재라는 건 가짜 뉴스
누가 왜 근로에 돌을 던지나
박돈규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3.05.01. 03:00
같은 하루인데 부르는 명칭은 둘인 날이 있다. 5월 1일, 바로 오늘이다. 누구는 ‘근로자의 날’이라 하고 누구는 ‘노동절’이라 한다. 중소기업이냐 대기업이냐, 공무원이냐 아니냐 등에 따라 어떤 직장인에게는 까만 날이고 어떤 직장인에겐 빨간 날이다. ‘이날 쉬면 근로자, 출근하면 노동자’라는 뼈 있는 농담도 들린다.
근로자의 날 연휴를 앞둔 지난 28일 제주국제공항에서 관광객들이 길을 건너고 있다. /뉴스1
생계 유지 활동을 일컫는 근로와 노동 사이에는 대립적 긴장감이 서려 있다. 보수 진영은 근로자의 날과 근로자를, 진보 진영은 노동절과 노동자를 선호한다. 법률 영역에서는 ‘근로계약’ ‘근로소득’처럼 근로를, 경제 영역에선 ‘노동단체’ ‘노동시장’처럼 노동을 더 널리 쓰는 경향이 있다. 두 단어는 어쩌다 사뭇 다른 두 세계로 갈라졌을까.
오해부터 바로잡자. 근로는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으로 오래전부터 써온 말이다. ‘근로정신대’ 등 일제강점기의 유물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이 증명한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 원문 검색을 하면 ‘勤勞(근로)’는 615회, ‘勞動(노동)’은 354회 등장한다. 수백 년 전 사람들은 노동보다 근로를 더 익숙하게 사용한 셈이다. 가령 임진왜란 후 이순신을 공신으로 봉할 때는 “왜적을 쓸어내며 7년간 열심히 근로하였다”고 적었다.
임금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경복궁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인 근정전(勤政殿)의 뜻을 새겨 보라. 부지런히 다스리는 대궐이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 “밭뙈기 하나 물려주지 못하지만 ‘근(勤)’과 ‘검(儉)’ 두 글자를 유산으로 남긴다”고 썼다. 기름진 논밭 대신 평생 써도 닳지 않을 정신을 상속한 것이다.
부지런할 근(勤)은 이렇듯 조상들이 권장한 미덕이었다. 현대에는 부지런하다는 의미가 약화되거나 소실되면서, 근로는 사실상 노동과 거의 같은 뜻을 지니게 됐다. 그런데 노동계와 진보 진영은 ‘부지런히 일한다’는 원뜻이 사용자(기업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근로라는 말을 기피한다. 노동이 더 가치 중립적이라며 근로를 걷어차기도 한다.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 김한샘 교수 연구팀은 성향이 다른 신문 A와 B, 소셜미디어(SNS)를 대상으로 지난 6개월간 ‘근로’와 ‘노동’이라는 단어가 어떤 빈도로 나타나는지 조사했다. 진보 성향 신문 A는 ‘노동(2086회)’을 ‘근로(202회)’보다 10배 더 많이 사용했다. 보수 성향 신문 B에서도 ‘노동(1221회)’이 ‘근로(360회)’를 앞질렀지만 신문 A와 견주면 그 격차는 크지 않았다. 거꾸로 SNS에서는 ‘근로(9474회)’가 ‘노동(5151회)’보다 더 자주 등장했다.
공적인 기술을 하는 신문과 개인이 감정을 드러내는 SNS에서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는 점이 흥미롭다. 한국 사회에서 ‘근로’와 ‘노동’의 어긋난 지형도를 볼 수 있다. 말뭉치를 연구해온 김한샘 교수는 “자신이 하는 일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단어 선택으로 가늠할 수 있다”면서도 “사회에 의해 언어가 바뀔 수 있고 언어에 의해 사회가 바뀌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9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달릴 만큼 사랑받는 ‘세이노의 가르침’은 가난한 자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돈 받은 것 이상으로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를 꼽았다. 일을 더 헌신적으로 잘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 한다는 점은 까맣게 모른다는 뜻이다. 부지런할 근(勤)은 억울하다. 근로를 향해 누가 왜 돌을 던지나. 오늘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출퇴근을 반복하며 땀을 흘리고 세금을 내는 당신을 응원한다.
김한샘 연세대 교수는 "근(勤)에는 중립적인 '일하다'의 의미가 들어 있고, 노(勞)에도 '애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근로는 육체와 정신의 일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의미가 강하고, 노동은 ‘노동을 하다’처럼 구체적인 행위의 의미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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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좀도
2023.05.01 05:38:54
세상에 공짜는 없듯 근로든 노동이든 사람은 부지런해야 밥을 벌어 먹고 산다. 일하지 않고 돈 만을 챙기려고 하는 것은 도둑 심보다. 노동이란 말은 '동무'란 말처럼 북한에서 통상 많이 쓰다 보니 거부감이 좀 드는 게 사실이다. 근로란 말이 한결 자연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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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3.05.01 06:51:40
근로는 능동적, 노동은 피동적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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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착거사
2023.05.01 06:34:55
근로가 노동보다 유교적 가치가 투영된 단어라는 생각입니다. 노동은 가치중립적인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 단어는 억압과 수탈의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자립과 숙명으로부터의 당당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단어의 뜻도 계속 변질시켜온 것이지요. 게다가 대한민국헌법에 조선노동당의 노동이라는 단어를 넣을 수 없었던 배경도 생각해봐야 하구요. 인류가 짊어진 노동의 숙명적 굴레이자, 이것이 당연한 것이고,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이미지의 노동이라는 단어의 사용에 찬성합니다. 국가권력과 자본의 압제를 나타내는 상징으로서의 노동은 너무 조작된 이미지라서 아직은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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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드랙
2023.05.01 07:40:11
거 참 박동규 부장, 내용은 매우 좋아 되새기며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게 되도록 잘 말해줬소. 그런데, 왜 저따위 퇴보반역질하는 자들을 주구장천 "진보"라 표기하냐 말이얏. 국가와 민족에 무슨 진보를 이뤄낸게 있으면 말해보라. 돌아보라, 이시대 진정한 진보는 박정희라는 인물밖에 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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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금강
2023.05.01 09:14:30
노동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맡은 일을 능력껏 열심히 하는게 근로이고 하기싫어도 안하면 안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시키는것만 하는 일이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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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할머니
2023.05.01 08:15:57
근로와노동의 글자를 같은뜻으로 봅니다.노동을해야 근로하는것이라,이렇게 말뜻을 가지고 갈라치기하는것은 다른뜻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일해야 근로시간이 생깁니다.세상이 둘로 갈라져 회복불능의 길을 가고있는데 똑같이 기념하고 중요해 정한날 가지고 근로와노동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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푀이멘
2023.05.01 07:46:16
근로나 노동이나 다 값진 것이지.. 문제는 잉여인간들이지.. 생산할 줄 모르는 인간들.. 근로나 노동으로 생산한 거룩한 잉여생산물을 빼앗는 인간들이지.. 근로니 노동이니 쓸데없는 말로 싸우는 인간들이지.. 종교업자.. 정치인.. 시민단체 지도자.. 사이비 언론인.. 노폭.. 등등.. 오늘은 노동절.. 근로자의 날.. 열심히 일하는 자들의 날이지.. 열심히 근로하고 노동한 자들이여.. 내일의 태양을 위하여 푹 쉬자!.. 잉여인간들이여 가라..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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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밭
2023.05.01 07:46:06
근로와 노동이라는 두 단어의 인상이 다른 듯하다.'근로' 는 불평없이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순함이 느껴지나 '노동'하면 우선 데모하는 노동자들이 머리에 스쳐간다.아무튼 일한금 만큼 대우 받는 사회가 이룩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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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팽약선
2023.05.01 07:43:02
글자가 무슨 죄가 있어 친일,반일로 나누나? 大韓民國의 韓에는 日자가 포함되어 있다. 이거도 친일이냐? 日耀日의 日자가 친일이니 다르게 바꿀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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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
2023.05.01 08:31:16
노동자의 어감은 뭔가 북조선의 느낌이 든다. 근로자가 어감이 훨 좋지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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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령선인
2023.05.01 07:09:55
그냥 '메이데이'를 기념하는 날이다. 진보가 어떻게 부르고 보수가 어떻게 부르는지 따질 일이 아니다. 1886년 헤이마켓 사건 이후 1890년 5월 1일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되었고, 이후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5월 1일 메이데이를 기념해서 '노동절'로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악착같이 '근로'라고 우기는 이유는, 노동자들을 천시하고 그들의 투쟁을 불온시 여겨 '노동'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매우 탐탁지 않기 때문이다. 조선시대까지 들먹이며 물타기하려는 시도가 참 조악하고 저급하며, 안쓰럽기까지 하다. '노동조합'도 '근로조합'이라고 하지 그랬냐? 에고... 소금에 절여도 곰팽이 피고 썩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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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안이
2023.05.01 07:08:53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어디 보고 일 할까 그것도 생각하고 일 해라 한다 그러니 머리가 아프다 일 한다는 자체가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비싼 등록금 을 주고 대학을 가는 것 아니겠나 열심히 일 하기 위해서 참 비굴하지 현대에서 일한다는게 ㅋㅋㅋㅋㅋ 나의 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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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2023.05.01 06:40:17
근로자는 일본식 표기의 잔재이다. 국제 표기인 노동절(Labor Day)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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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무
2023.05.01 07:55:25
노동이라고 쓰는 작자들은 802들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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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환
2023.05.01 07:28:57
근로자의 날이던 노동절이든 근로자 자신과 일터의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하면 아무 문제가 없어야 한다 근로는 고용자의 압박으로 하는 노동이고 쉬는 것은 자신의 방임적 자유로 논<쉰>다는 주종 관계 설정의 인식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살려면 필요한 것을 얻어야 하고 얻을려면 일을 해야 되는 것이니 각자 자기의 일을 남이 정해주어 따라가는 종속관계라는 의식 보다는 나는 내가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한다는 자발적 인식이라면 노동이면 어떻고 근로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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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인더게임
2023.05.01 06:59:09
일제때 공장서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을 노동자, 서류 업무를 하는 등의 화이트 칼라를 근로자로 불렀음. 노동자는 labor, 근로자는 worker와 대략 비슷. 그래서 좌익 문헌에도 노동자, 농민, 근로인민이란 어구가 상투적으로 쓰였음. 근로인민은 working people의 번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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