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사영지(倒屣迎之)
짚신을 거꾸로 신고 맞이하다는 뜻으로, 손님을 환영한다는 말이다.
倒 : 넘어질 도(亻/8)
屣 : 짚신 사(尸/11)
迎 : 맞을 영(辶/4)
之 : 갈 지(丿/3)
손님은 빚쟁이 아닌 다음에야 반갑다. ‘손님을 후대하는 사람은 신을 잘 섬기는 사람’이라는 서양 격언이 있을 정도로 손님맞이에는 정성을 다한다. 그 손님이 능력을 가진 사람일 땐 더욱 공손할 수밖에 없다.
중국 초기 주(周)나라의 제도를 완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주공(周公)의 인재 맞이는 유명한 고사로 남아있다. 현인이 찾아왔을 때는 머리감을 때나 식사 중일 때라도 중단하고 맞았다는 토포악발(吐哺握髮)이 그것이다.
그보다 앞서 하(夏)나라 시조인 우(禹)임금은 한 끼 식사 중에도 열 번이나 일어나 찾아온 손님을 맞았다는 일궤십기(一饋十起)란 말도 있다.
손님이 왔을 때 너무나 당황하여 덤비다 짚신을 거꾸로 신고(倒屣) 맞았다(迎之)는 이 성어도 아주 반가웠기 때문이다. 도사영객(倒屣迎客)으로도 쓰는 이 성어는 서두르기는 했지만 진심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의 정성이 역력하다.
진(晉)나라의 진수(陳壽)가 쓴 정사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에 등장하는 왕찬(王粲)과 채옹蔡邕)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왕찬은 후한(後漢) 말기 건안칠자(建安七子)의 대표적 시인이었고, 채옹은 젊어서부터 해박했던 학자와 서예가로 이름을 날렸다.
후한 마지막 왕인 헌제(獻帝) 때 채옹은 좌중랑장(左中郞將)이란 벼슬을 지내면서 신임과 문명이 높아 그의 집에는 늘 손님들로 붐볐다. 대문 앞에는 오가는 수레들로 문전성시였다.
한 번은 대문 앞에 왕찬이라는 손님이 와 있다는 전갈을 받고 채옹은 즉각 주변 손님들을 물리치고 나가 맞았다. 왕찬이란 말을 듣고 어찌나 급히 맞으러 갔던지 신발까지 거꾸로 신었다(聞粲在門 倒屣迎之/ 문찬재문 도사영지).
다른 손님들은 고관인 주인이 맞은 왕찬이 어린 아이라 더 놀랐다. 채옹은 왕찬이 자신보다 더 훌륭하다면서 비석 위의 많은 글자들을 한 번 훑어보고 전부 다 외우는 재주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손은 갈수록 좋고 비는 올수록 좋다는 속담은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요즘이야 반가운 손님이라도 사전에 통보를 하지 않고 가면 쌍방이 당황하기 마련이다. 방문 예절을 지키면서 찾아가고 또 찾아 온 손님은 신발을 거꾸로 신지는 않더라도 정성은 다해 맞이하는 것이 좋겠다.
▶️ 倒(넘어질 도)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넘어지다의 뜻을 가진 到(도)로 이루어졌다. 넘어지다, 거꾸로를 뜻한다. 그래서 倒(도)는 ①넘어지다 ②거꾸로 되다, 반대로 되다, 뒤집다 ③실패하다, 도산하다 망하다 ④후퇴하다, 역으로 움직이다 ⑤마음에 거슬리다 ⑥몸의 상태가 나쁘다, 몸을 해치다 ⑦바꾸다 ⑧따르다, 붓다(액체나 가루 따위를 다른 곳에 담다), 쏟다 ⑨양도하다, 넘기다 ⑩이동하다, 움직이다 ⑪역으로, 거꾸로 ⑫오히려, 도리어 ⑬예상과 어긋나는 것을 말하는 경우에 쓰임 ⑭재촉, 힐문(詰問) ⑮양보(讓步)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넘어질 궐(蹶), 엎드러질 전(顚)이다. 용례로는 지는 해에 비스듬히 비치는 그림자를 도경(倒景), 쓰러져 허물어짐을 도괴(倒壞), 생육 중인 작물이 비바람으로 쓰러지는 일을 도복(倒伏), 길가에 넘어져 죽음을 도사(倒死), 거꾸로 촬영(撮影)한 모양을 도영(倒影), 거꾸로 매달림을 도현(倒懸), 가산을 탕진하여 내버림을 도산(倒産), 뒤바뀜을 도치(倒置), 순서에 의하지 않고 거꾸로 일을 행함을 도행(倒行), 엎어져서 넘어짐을 도전(倒顚), 몹시 꾸짖음이나 심히 욕함을 매도(罵倒), 눌러서 넘어뜨림이나 모든 점에서 월등히 우세하여 남을 눌러 버림을 압도(壓倒), 엎어져서 넘어짐이나 위와 아래를 바꾸어서 거꾸로 함을 전도(顚倒), 때리어 거꾸러뜨림이나 쳐서 부수어 버림을 타도(打倒), 심한 충격이나 피로 따위로 정신을 잃음을 졸도(卒倒), 기울어 넘어지는 것 또는 넘어뜨리는 것을 경도(傾倒), 배고파 쓰러짐을 아도(餓倒), 밟아 넘어뜨림을 천도(踐倒), 정신이 아뜩하여 넘어짐을 혼도(昏倒), 몹시 기뻐함을 흔도(欣倒), 지치어 넘어짐을 축도(築倒), 기울이어 다 쏟음을 경도(罄倒),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어 준다는 뜻으로 심한 곤경이나 위험한 고비에 처한 것을 구제하여 줌을 이르는 말을 해도(解倒), 차례를 거꾸로 시행한다는 뜻으로 곧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일을 행하며 상도를 벗어나서 일을 억지로 함을 도행역시(倒行逆施), 무기를 거꾸로 놓는다는 뜻으로 세상이 평화로워졌음을 이르는 말을 도치간과(倒置干戈), 칼을 거꾸로 잡고 자루를 남에게 준다는 뜻으로 남에게 이롭게 해 주고 오히려 자기가 해를 입음을 이르는 말을 도지태아(倒持太阿), 배를 안고 넘어진다는 뜻으로 몹시 우스워서 배를 안고 몸을 가누지 못할 만큼 웃음을 봉복절도(捧腹絶倒), 주인은 손님처럼 손님은 주인처럼 행동을 바꾸어 한다는 것으로 입장이 뒤바뀐 것을 주객전도(主客顚倒), 관과 신발을 놓는 장소를 바꾼다는 뜻으로 상하의 순서가 거꾸로 됨을 두고 이르는 말을 관리전도(冠履顚倒), 일곱번 넘어지고 여덟번 엎어진다는 뜻으로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음을 칠전팔도(七顚八倒) 등에 쓰인다.
▶️ 屣(신 사, 신 시)는 형성문자로 음(音)을 나타내는 주검 시(尸)와 뜻을 나타내는 옮길 사(徙)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屣(사, 시)는 ①신, 짚신 ②(짚신으로)여기다 ③(보잘것없는 것으로)여기다 ④(신을 끌고)바삐 나오다, 그리고 ⓐ신, 짚신(시) ⓑ(짚신으로)여기다(시) ⓒ(보잘것없는 것으로)여기다(시) ⓓ(신을 끌고 바삐)나오다(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헌 신을 이르는 말을 폐사(敝屣), 신발을 거꾸로 신는다는 뜻으로 대단히 반가워하는 것을 형용한 말을 도시(倒屣),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뜻으로 아깝게 여기지 않고 버림을 이르는 말을 여탈폐사(如脫弊屣) 등에 쓰인다.
▶️ 迎(맞을 영)은 ❶형성문자로 迊(영)과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책받침(辶=辵; 쉬엄쉬엄 가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우러러 본다는 뜻을 가진 글자 卬(앙, 영)으로 이루어졌다. 오는 사람을 우러러 맞이한다는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迎자는 '맞이하다'나 '영접하다', '마중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迎자는 辶(쉬엄쉬엄 갈 착)자와 卬(나 앙)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卬자는 서 있는 사람과 무릎을 꿇은 사람을 함께 그린 것으로 이전에는 '우러르다'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迎자는 이렇게 우러러 모신다는 뜻을 가진 卬자에 辶자를 결합한 것으로 길에서 누군가를 정중히 맞이한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迎(영)은 ①맞다 ②맞이하다 ③영접(迎接)하다 ④마중하다 ⑤맞추다 ⑥~를 향하여 ⑦~쪽으로 ⑧마중,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보낼 송(送), 보낼 전(餞)이다. 용례로는 맞아 들임을 영입(迎入), 남의 마음에 들도록 힘씀을 영합(迎合), 손님을 맞아서 대접함을 영접(迎接), 설을 맞는 일을 영세(迎歲), 한 해를 맞이함을 영년(迎年), 제사 때 신을 맞아 들임을 영신(迎神), 달이 뜨는 것을 구경하거나 맞이하는 일을 영월(迎月), 손님을 맞음을 영빈(迎賓), 새로운 것을 맞아 들임을 영신(迎新), 맞아들이어 만나봄을 영견(迎見), 맞음과 보냄을 영송(迎送), 남의 마음에 들도록 노력함을 영의(迎意), 기쁜 마음으로 맞음을 환영(歡迎), 떠나는 사람을 보내는 일과 오는 사람을 맞아들이는 일 또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음을 송영(送迎), 남의 뜻을 맞추어 줌을 봉영(逢迎), 마중 나감을 출영(出迎), 오는 사람을 바라보고 맞음을 목영(目迎), 새로 맞이함을 신영(新迎), 친히 맞이함으로 신랑이 신부네 집에 가서 신부를 직접 맞음 또는 그 의식을 친영(親迎), 성문 밖에 나가서 마중함을 교영(郊迎), 인도하여 맞이함을 도영(導迎), 귀인이나 덕망이 높은 이를 맞이함을 봉영(奉迎), 칼날에 맞아 실올처럼 잘게 해체된다는 뜻으로 하는 일이 막힘 없이 순조롭게 잘 되어 감을 이르는 말을 영인루해(迎刃縷解), 일이 스스로 아주 쉽게 해결된다는 말을 영인자해(迎刃自解),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함 또는 구관을 보내고 신관을 맞이한다는 말을 송구영신(送舊迎新), 자기의 주견이 없이 남의 말에 아부하며 동조한다는 말을 아부영합(阿附迎合), 문을 열어 반가이 맞아 들임을 이르는 말을 개문영입(開門迎入), 온화한 기색으로 남의 환심을 사는 일을 이르는 말을 도영화기(導迎和氣), 윗사람이나 반가운 사람을 높이는 뜻으로 방에서 마당으로 내려와서 맞이한다는 말을 하당영지(下堂迎之), 가는 사람을 배웅하고 찾아오는 사람을 맞이한다는 말을 송왕영래(送往迎來)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