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숙성된 고전 중의 고전,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의 위대한 작품
변신이야기가 탄생한지
약 2천년이 된 지금
이 책은 아직도 고전중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정확한 연도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오비디우스가 변신이야기를 완성한 것은
그가 아우구스투스 황제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은 직후,
즉 기원후 8년 전후라고 추정된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천 년 전에
불멸의 작품 변신이야기는
탄생한 것이다.
그러면 변신이야기는
왜 불멸의 고전으로 불리며
끊임없이 읽히고 이야기되는 것일까?
저자 자신의 손에 의해
불타버릴 뻔했던 변신이야기가
살아남게 된 역사,
오비디우스의 몰락과
위대한 고전의 탄생이
엇갈리게 된 순간 등을
변신이야기 2천년 역사와
함께 살펴본다.
귀족 출신의 인기시인 오비디우스
오비디우스의 생애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기원전 43년
이탈리아 중부 지방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고
재산이 그리 많지는 않은
소귀족의 집안 출신이었다고 한다.
그가 태어나기 바로 1년 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되었고
카이사르의 양아들 옥타비우스는
크레오파트라와 손잡앗던
안토니우스를 물리치고 승리하였다.
그리고 옥타비우스는
몇 년 뒤
아우구스투스라는 이름으로
로마제국의 첫 황제가 된다.
격변의 시기였지만
젊은 귀족 오비디우스는
로마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뜻대로
웅변술과 변론을 공부했지만
애초부터 변호사에는 뜻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시인이 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아버지는 그를 동방으로 유학을 보낸다.
그리고 오비디우스는
한 친구와 함께
지중해 연안 지역을
3년 동안 여행한다.
율리시스(오디세우스)와
테세우스의 나라인
그리스에도 가 보고
소아시아에 가서
트로이의 폐허 위에 세워진
유적들을 둘러보기도 했으며
시라쿠사 같은 도시들에 반하여
시칠리아에 오랫동안 머무르기도 했다.
이러한 풍경들의 흔적이
그의 머릿속에 남아
훗날 변신이야기 속에서
다시 창조된다.
로마로 돌아온 오비디우스는
본격적인 문학가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한다.
신화 속 여자 주인공들의 편지를
상상으로 엮어낸
여류의 편지나
사랑의 기교 같은 작품들로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은 전해지지 않는
메데이아라는 비극도 썼다.
이 무렵 그는 이미 로마에서
유명한 시인이 되었지만
그의 작품들은 조금 가볍고
때론 비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오비디우스에게는
남다른 야심이 있었다.
동시대의 선배 시인
베르길리우스를 뛰어넘는
위대한 작품을 쓰겠다는 것이었다.
작품에 몰두하기 시작한
그는 세상이 처음 생겨날 당시
신들의 이야기부터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신들의 역사와
로마의 역사를 망라한
대 서사시를 완성해낸다.
마침내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스에 견줄 만한
대작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완성된 작품을
책으로 펴내기도 전
뜻밖의 운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그에게 추방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가 추방당한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가벼운 작품들이나
본인의 연애 스캔들로
풍속을 문란케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오비디우스는
아내와 딸, 재산을 모두 남겨둔 채
지금의 루마니아 지방의
토미스라는 곳으로 유배당한다.
추방명령에 절망한 오비디우스는
로마를 떠나기 전
변신이야기의 원본을
불태워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로마 전역에 이미
이 작품의 복사본들이 나돌고 있었다.
이 복사본 덕분에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변신이야기를
불멸의 작품으로
간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엇갈린 운명-
작품의 성공과 작가의 몰락
변신이야기는 본래 15권 분량에,
1만2천 편이 넘는 시와,
230개의 이야기들로 구성된
방대한 대서사시다.
앞에서 말했듯이
책이 발간되기 전
복사본이 나돌 정도로
이 작품은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동안
오비디우스는 힘든 유배지 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그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황제에게
수없이 사면을 간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먼 이국땅에서
최후를 맞아야 했다.
오비디우스가 죽고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변신이야기는
로마 의 화려한 예술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중세의 예술가들에게 본받아야 할
예술의 전범으로 여겨졌다.
중세를
"기독교와 오비디우스의 시대"라
말할 정도로
화려한 문체와 수사
그리고 변화무쌍한 이야기 전개는
후세 예술가들에게
창조와 상상력의 원천이 되었다.
그리고 그가 변신이야기를 통해
들려준 이야기는
후세 사람들의 입과 글을 통해
끊임없이 인용되고
모방되고 다시 창조되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
인쇄술이 발명되면서
이 책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다.
이렇게 20세기,
즉 2천 년이 흐르는 동안
변신이야기는
문인들뿐만 아니라
시인과 화가와 음악가,
학자들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독자들에게도
감동을 주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변신이야기는
유럽문화가 자랑하는 유산이자
'고전들의 고전'인 것이다.
뛰어난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신화와 역사
그렇다면 변신이야기는
어떻게 이토록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을까?
무엇보다 오비디우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낼 줄 아는
뛰어난 이야기꾼이었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급박하게,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즐겁게,
그는 다양한 어조로
이야기를 끌어갈 줄 알았다.
술탄을 사로잡은
천일야화의 이야기꾼
세헤라자데처럼
갑자기 이야기를 중단한 채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앞의 이야기를
되살려 이야기하는가 하면
앞의 이야기에 나왔던 등장인물을 넣어
다른 이야기와 연결하는 등
자유자재로 이야기를 이끌줄 알았다.
이렇게 화려한 기법으로
그는 독자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도록
만들곤 했다.
또 오비디우스는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꿰뚫어 볼 줄 알았다.
그의 주인공들은
두려움이나 후회, 열정, 광기 등에
사로잡혀 있다.
작가는 이런 주인공들이
마음속으로 하는 말들을 들려주고
독자들이 등장인물에
강하게 공감하거나
반감을 갖게 함으로써
주인공들의 감정을
생생하게 체험하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야기의 주변 배경들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의 몇몇 묘사들은
고대의 장식융단이나
파르테논 신전의 프리즈 장식처럼
정교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오비디우스는
자신의 지식을 동원하여
신화 속 이야기를
그대로 늘어놓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런 것은 남들도 다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신과 인간들의 모험담을 통해
독자들이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고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철
학자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사상을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즉 우주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영원한 것이고,
모든 것은 죽지거나 사라지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며,
사랑은 사물이나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 넣는
생명의 힘이라는 사실 등을
말이다.
시대와 함께 변신해온 변신이야기
2천 년 전
로마시대 작가가 쓴 고전을
오늘날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변신이야기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도 없이 번안되거나
다시 엮여져 책으로 나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들도
알고 보면 대부분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버전을
차용한 것이다.
책으로 나온 그리스 로마 신화 중
가장 많이 읽힌다는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또한
오비디우스의 이야기 진행과
문체를 모방하고 있다.
이렇게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는
고전 중의 고전이며
고전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가
책으로 소개된 역사는 짧다.
그 뿐만 아니라
나온 책의 수도
몇 종 되지 않는다.
1994년 민음사에서 나온
변신이야기와
2005년 숲에서 나온
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변신이야기의 거의 전부다.
얼마 전 전집 200권을 돌파한
민음사 '계문학 전집' 제1권과 2권이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라는 데서
상징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할 수 있겠다.
최근 들어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도
책으로 출간되었다.
지난 2월
영림카디날에서
변신이야기가 나온 데 이어
구름서재(다빈치기프트)에서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16가지가 나왔다.
두 책 모두 오비디우스의 원전을 살려
신화의 주인공 위주로
쉽게 풀어쓴 것이다.
물론 원전의 방대한 이야기를
다 실을 수는 없지만
자칫 딱딱하게 여겨질 수 있는 고전을
어린이들이 쉽게 읽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
앞으로 위대한 작가 오비디우스의
생각을 바로 알고
작품의 풍성함과
문체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변신이야기들이
책으로 다양하게 나오길 바란다.
그래서 흥미진진하고도
신비로운 오비디우스의 이야기 속으로
남녀노소의 모든 독자들이
깊이 빠져들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
이 글은 구름서재에서 낸 책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16가지의
책 해설을 참조했습니다.
카페 게시글
문학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
靑山
추천 0
조회 121
21.06.20 00:5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