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명인 간의 16강전에서 랭킹 12위 최철한 9단(왼쪽)이 55위 이창호 9단을 꺾었다. 4연승을 이어간 상대전적은 34승28패.
제44기 SG배 명인전 본선 16강전
최철한, 8강 티켓으로 '생일 자축'
많이 만났다. 10년의 나이차가 나는 이창호-최철한은 62번째 승부를 겨뤘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24년의 세월 동안 아주 많다고 할 수 없을지 몰라도 최철한 9단이 가장 많이 대국한 상대가 이창호 9단이다.
이창호 9단에게 있어서는 조훈현 9단(311전), 유창혁 9단(143전), 서봉수ㆍ이세돌 9단(각 70전)에 이어 최철한 9단과의 대국 횟수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 제2회 LG배 개최를 기념하는 이창호 9단과 최철한 초단의 대국 모습. 1997년, 갓 입단한 최철한이 12세 때이다.
타이틀전(8차례)에서 자주 마주했다. 62판 중에서 결승전 대국이 32판에 이른다. 절반이 넘는다. 최다 타이틀전 상대로 이창호에게 있어 두 번째가 최철한이고, 최철한에게 있어 첫 번째가 이창호이다. 끈끈한 인연이다.
승자조 8강을 속속 가리고 있는 제44기 SG배 명인전은 12일 K바둑 스튜디오에서 이창호-최철한의 16강전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 두 명뿐인 '역대 명인' 간의 대결이기도 했다. 명인전에서 이창호는 13차례, 최철한은 한 차례 우승했다.
▲ 이창호 9단은 명인전의 최다 우승자이다. 무려 13번을 우승했다.
"옛 추억을 생각하며 대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최철한의 임전소감. 매수 혼을 다하듯이 놓이면서 잔잔하게 흘러가던 국면은 80수부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복기 때 맨 먼저 지목했던 상변 백일단을 취한 이창호의 행마가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
그 후로는 최철한 9단이 우세를 지속시켰다. 이창호 9단은 전력을 쏟으며 맛을 노려 갔으나 형세 그래프는 움직이지 않았다. 기회를 주지 않은 최철한 9단이 5시간 2분, 182수 만에 불계승. 이날은 최철한의 36번째 생일이었다.
▲ 이창호 9단은 97수째에서 초읽기, 그때 14분여를 남겨 두었던 최철한 9단은 126수째에서 초읽기. 종국시에는 두 기사 모두 마지막 초읽기.
"초반 변화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느슨해지면서 손해를 보았다. 좀더 강력하게 두어야 했는데 실전도 그냥 괜찮은 느낌이어서 물러났다. 확신이 없었다." (이창호 9단)
"우변에서 활용한 다음 상변으로 왔더라면 흑집이 많다고 보았다. 상변에서 이창호 사범님이 실리로 버텼으면 됐던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바둑으로 짜이면서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승패를 떠나 이창호 9단과 긴승부를 겨뤘다는 것이 행복하다." (최철한 9단)
▲ 최철한 9단은 2013년의 41기 명인전 우승자. 결승에서 이세돌 9단을 3-2로 꺾고 한 차례 명인에 올랐다.
상대전적은 4연승과 함께 34승28패가 됐다. 8차례 벌였던 타이틀전에서는 최철한이 6번을, 이창호가 2번을 이긴 바 있다. 이창호 9단의 철옹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한 후배 기사가 이세돌과 최철한이다.
최철한은 안성준-박창명의 승자와 8강전을 벌인다. 랭킹 7위 안성준 9단에게는 5승1무2패의 상대전적, 99위 박창명 3단과는 대결한 적이 없다. "오늘 대국을 너무 기대하고 있어서 다음 판을 안 보았다. 이창호 9단에게 이겼으니까 좋은 흐름을 받아서 결승까지 도전해 보겠다"는 최철한 9단이다.
▲ "AI 공부는 당연히 하고 있다. 아무리 AI 공부를 해도 바둑은 상대성 게임이기 때문에 항상 상대에게 맞춰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는 최철한 9단.
▲ "아직 떨어진 게 아니니까 최선을 다해서 두겠다"는 이창호 9단. 패자조에서 부활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