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세상을 말하다] 짐작(斟酌)
유광종 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 | 제 485 호 | 2016.06.26(일) 입력
술자리에서 나온 말이 짐작(斟酌)이다. 앞의 글자 짐(斟)은 술을 따르되 술잔을 가득 채우지 않는 일이다. 뒤의 글자 작(酌)은 반대다. 술잔이 넘치도록 술을 따르는 동작이다. 그러나 하나는 못 미쳐서 섭섭하고, 다른 하나는 넘쳐서 마땅찮다.
모자라지 않으면서, 넘치지도 말아야 좋다. 따라서 ‘짐작’은 들어맞음, 안성맞춤의 적합성(適合性)을 권유하는 낱말이다. 그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모색이 중요하다. 대상을 거듭 생각하고 또 생각해 옳은 방도를 찾아내라는 말이다. 아울러 이해(利害)를 깊이 따지는 일도 가리켰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짐작하다”고 할 때의 ‘막연한 추측’이라는 새김보다는 속이 복잡하다.
이 단어의 뜻은 사실 여러 갈래다. 우선 술을 남에게 따라주는 일, 나아가 상대를 고려하는 일, 사안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경중(輕重)을 따지는 일 등이다. 흐름을 관통하는 으뜸 새김은 헤아림, 살핌, 생각함 등이다. 모두 신중을 요하는 일이다. 섣불리 서둘러 일을 그르치거나, 완고하게 자신의 입장만 내세워 상황을 망치는 일을 다 경계한다. 상황의 전모 또는 속내를 깊이 헤아릴 때 이 말을 자주 쓴다.
수작(酬酌)이라는 말도 있다. 앞의 글자 수(酬)는 술을 권하는 행동, 뒤의 작(酌)은 술을 마시는 일이다. 따라서 ‘수작’은 술잔을 서로 주고받는 행위다. 나아가 상대를 헤아리며 교제하는 일, 더 나아가 아예 “무슨 수작을 부리냐?”할 때의 그런 나쁜 행동이나 꾀 등을 일컫기도 한다.
그럼에도 ‘짐작’이나 ‘수작’ 모두 반복적인 모색을 통한 최선의 선택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처한 상황이 어떤지를 잘 알아야 하며, 바깥의 형편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민감하게 살펴야 함은 물론이다.
영국의 ‘브렉시트’가 지구촌의 화제다. 이번 결정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그에 이은 세계경제의 동요가 몰고 올 여파가 어떨지 초미의 관심이다. 이럴 때 필요한 일이 ‘짐작’이겠다. 추측이 아닌 정밀한 헤아림 말이다. 술잔 기울이며 막연한 상상에만 빠질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유광종
뉴스웍스 콘텐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