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 가족 26-4 *민 군이 부쩍 자랐습니다.
이제 창틈으로 봄볕이 길게 들어오던 일요일의 한가한 오후, 안*준 씨의 교회지원을 마치고 돌아온 전담 직원이 짬을 내서 *민 군 방을 청소하다가 묵은 옷들을 꺼내 정리를 시작했다.
전담 직원을 빤히 바라보며 휴식 중인 *민 군에게 작년 겨울에 입던 상의를 대충 걸쳐보았다.
"어이쿠, *민 군. 이것 봐요. 소매가 이게 뭐야?"
직원의 말에 *민 군이 몸을 갸우뚱거리며 '헤헤'하고 웃는다.
겨우내 *민 군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랐는지, 옷소매는 이미 손목 위로 한참 올라와 있고, 바짓단 아래로 드러난 발목은 앙상하지만 단단해 보였다. 이제 14살 소년의 성장이 옷들을 비집고 터져 나오고 있었다.
"*민 군, 진짜 많이 컸네요. 흐흐, 이제 이 옷들은 태웅이 동생에게 물려 줘야겠니 하하."
*민 군은 직원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연신 기분 좋은 옹알이를 내뱉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청주 시내 아동복 판매장에 가서 좋은 옷 몇 벌 사들여 오고 싶었다. 직원이 직접 사다 입히면 편하고 빠르겠건만 *민 군의 삶에 몇 안 되는 '둘레 사람'과 지속해서 관계 형성을 주선하고 있는 일은 너무도 소중한 것 같기에 *민이 어머님께 연락을 취했다.
*민 군과 부모님이 함께 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민 군이 부모 없는 아이가 되어서는 안 되고 가족이라는 줄은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전담 직원의 편의주의적 사고를 순간 잠재운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리고, 멀리 타지에서 일하고 계신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저 *민 군 담당 직원입니다. 오늘 *민 군 방 정리하다 보니까 글쎄, 옷이 다 작아졌더라고요. *민 군이 그새 얼마나 컸는지 손목이 소매 밖으로 길게 나왔어요. 흐흐"
"아이고. 선생님. 죄송해요, 우리 *민이가 그렇게 많이 컸나요? 제가 직접 가서 보고 옷도 입혀보고 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어머니, 이번 기회에 *민 군 새 옷 몇 벌 직접 골라주시는 건 어떨까요? 이제 곧 개학인데, *민 군이 어머니께서 사 주신 옷 입고 학교에 가면 정말 좋겠어요”
어머니는 한참을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씀만 되풀이하셨다.
"선생님, 제가 지금 청주까지 갈 형편이 못 돼서요. 외지에서 직장생활하고 있어서. 정말 죄송해요. 제가 인터넷으로라도 제일 좋은 거 골라서 바로 보낼게요.”
*민 군 어머니와 짧은 통화 후, 전담 직원은 ‘헤헤~’ 웃고 있는 *민 군을 다시 마주했다.
“*민 군 조금만 기다려 볼까요? 엄마가 *민 군 옷 사서 보내주신대요. 흐흐”
이제 며칠 후 *민 군에게 배달될 옷이 '엄마의 마음'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전담 직원의 마음은 약간 씁쓸하지만 기쁨이 스며든다.
당장의 결핍과 필요를 '대신'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민이의 둘레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게 돕는 것. *민이의 짧아진 소매 덕분에, 생업으로 멀리 계셨던 어머니 마음을 이곳 *민 군의 방까지 소환했다고 생각하니 순간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민이 어머니는 *민 군의 옷을 고르는 내내 아들의 치수를 생각하고, *민 군이 좋아하는 색깔을 떠올릴 것이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옷 한 벌을 매개로 어머니와 *민 군이 앞으로 더 튼튼한 연결고리가 되기를 희망하며 응원한다.
2026년 3월 1일 일요일 -유원욱-
“당장의 결핍과 필요를 '대신'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민이의 둘레 사람들이 제자리를 찾게 돕는 것. *민이의 짧아진 소매 덕분에, 한동안 멀리 계셨던 어머니 마음을 이곳 *민 군의 방까지 소환했다고 생각하니 순간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이처럼 *민 군과 *민 군의 둘레 사람 관계를 귀하게 여기는 선생님이 계시니 *민 군에게 복입니다. 고맙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사회사업가는 꺼져 가는 심지를 돋우고 상한 갈대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지, 꺼져 간다고 덮어 버리거나 상했다고 꺾어 버리고 대신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 『복지요결』(20250410) -이승학
*민이의 옷을 사는 일에 직원이 나서지 않고 엄마에게 아들 옷 사는데 함께해 달라고 제안하셨네요.
비록 옷을 사는데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제일 좋은 옷 사서 보낸다니 참 좋습니다.
아들과 엄마의 관계를 생각하며 도운 선생님의 뜻이 참 귀하고 고맙습니다.
사회사업가가 입주자의 복지를 이루는 일을 이렇게 도우면 좋겠습니다.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습니다."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