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저 홀로 자랑스러운 거
무어 있으리
이 세상에 저 홀로 반짝이는 거
무어 있으리
흔들리는 풀잎 하나
저 홀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서있는 돌멩이 하나
저 홀로 서있는 게 아니다
멀리 있는 그대여
행여
그대 홀로 이 세상에 서있다고 생각하거든
행여
그대 홀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
우리 함께 어린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밥그릇 속의 밥알 하나
저 홀로 우리의 양식이 될 수 없고
사랑하는 대상도 없이
저 홀로 아름다운 사람 있을 수 없듯
그대의 꿈이 뿌리 뻗은 이 세상에
저 홀로 반짝이며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나니.
- 홍관희, <홀로 무엇을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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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예측할 수 없었던 폭우가 쏟아진 이후의 풍경은 참혹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지금 곁에서 함께 웃고 있어야 할 내 가족, 내 친구들이 거짓말처럼 없다는 사실에 재난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이들의 허망한 마음의 깊이를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이번 일을두고 인재(人災)라는 사실이 속속들이 보도되면서 똑같은 아픔을 되풀이하기만 하는 우리 사회의 허술함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사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은 인간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욕망의 결과임을 부인할 길이 없습니다. 자연재해인 듯 보여도 사실은 인재(人災)입니다. 인간이 얼마나 악한지, 얼마나 이기적인지 이번 폭우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록적인 폭염, 그리고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움직임 등을 통해 똑똑히 목도하고 있지요. 함민복 시인은 그의 시 ‘성선설’에서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 어머니 배 속에서 몇 달 은혜입나 기억하려는 /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라며 우리의 생이 누군가의 은혜를 입고, 그 은혜를 감사함으로 기억하는 과정이라고 노래했지요. 이 마음으로 살면 함부로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고자 욕심부리지 않을텐데요. 그러나 우리의 실상은 참으로 절망적입니다. 주중에 영화에나 나올 법한 황당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화성에 사는 둘째 누나에게 다급히 전화가 왔습니다. 잘 지내고 있는지 묻고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누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누군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인질로 잡고 있으니 당장 가진 돈 전부를 보내라 했답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며 신음소리와 울먹이며 엄마를 부르는 소리를 들려 주었답니다. 순간 엄마는 몸이 굳었고 다행히 곁에 있는 분의 전화를 빌려 가까이 사는 둘째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고, 그래서 누나는 저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것이지요. 누나와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다행히 엄마의 목소리는 차분하셨습니다. 무척이나 떨리는 마음이셨을텐데 엄마는 다행이라며 오히려 놀랐을 자식 걱정을 하셨지요. 사건이 일단락 되고는 가까운 지인을 만나러 나가셨다는데, 그분이 오늘따라 왜 그리 몸을 떠냐고 묻더랍니다. 황당한 순간을 경험하시면서 얼마나 공포에 떠셨을까 생각하니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올랐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생명을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악한 인간들 때문에 어떨 땐 인간이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제 욕심 채우려 뭇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수단화하는 인간들. 분명 죗값을 치를 것입니다.
홍관희 시인이 건네는 말을 귀담아 들어야겠습니다. ‘홀로 무엇을 하리’ 홀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우린 서로에게 고마움으로 남아야 합니다. <2023.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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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간척지에 남은 갯벌 '수라'.. 영화 '수라'는 수라갯벌에 기대어 사는 소중한 생명들이 아름답게 생을 일구고 있음을 그려주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지금도 진행중인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갯벌이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인간중심의 사고가 이 땅에 더불어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의 생존의 자리를 무참히 유린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한 생명의 역사가 수라갯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통해 꼭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경북권에서는 개봉관을 찾기가 힘든데, 독립영화를 많이 보여주는 안동 중앙시네마에서 수라를 상영하더군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30일(주일)에는 상영계획이 없었습니다. 무작정 전화를 걸어 우리 교회 교인들과 함께 봐야한다고 사정을 말하니 대표님께서 없던 시간인데 저희 편의에 맞춰 오후 2시에 상영을 해주기로 하셨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요.
인근에 계신 분들, 혹 시간이 허락되신다면 30일(주일) 오후 2시 안동 중앙시네마에서 함께 만나 관람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어머니께서 얼마나 놀라고 두려우셨을까요? 그런 자들도 손가락이 열 개일까요? 함민복 시인의 <성선설>을 패러디해 <성악설>이란 시를 써보게 됩니다.
✔️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떤 태아에게는 어머니 뱃속에서 입은 은혜를 세상에 나가 열 배의 원수로 갚으라는 악마의 주술인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경황없는 상황에서 그 범인에게 아들을 바꿔달라 하셔서 '너,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말씀하셨다는군요.
그 상황이 엄마에게는 진심이셨던 겁니다. 후에 저에게 그때의 상황들을 설명하시면서 걱정할 아들을 생각하시며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 웃으시며 말씀하시는 것이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허허 웃으시며 인생공부 제대로 했다 하십니다. 이런 엄마에게서 저는 또 한 번 인생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