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회덕분기점 부근 1차로는 줄줄이 꼬리를 물고 운행하는 버스와 승용차들로 완전히 점령당했다. 따라가 봤더니 20분가량이나 도로를 달리는 차량의 절반 이상이 1차로를 고집하며 고속 질주해 나갔다. 휴일에는 버스전용차로제로 인해 한남대교 남단부터 신탄진 나들목까지만 1차로를 버스만 다닐 수 있고, 이후 구간부터는 모든 차량이 다른 차량을 추월할 때에만 1차로를 운행할 수 있다. 신탄진 나들목 부근에 설치된 '전용차로 종점'이라는 대형 표지판에는 '1차로 추월로, 2차로 승용차·버스, 3차로 화물차'라고 명시돼 있지만 신경 쓰는 운전사들은 거의 없었다. 단속하는 경찰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 승용차들은 1·2차로를 나란히 달리는 고속버스에 앞을 가로막히자 오른쪽 차로를 이용해 앞지르기를 시도했다. 사고가 날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지정된 3차로를 달리던 대형 화물차와 유조차가 상향등을 번쩍번쩍 켜대고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자 황급히 2차로로 되돌아가는 승용차도 있었다.
금강휴게소에서 만난 고속관광 버스기사 이모(46)씨는 "전용차로가 끝나면 1차로가 추월차로가 된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도착시각에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차로를 달리며 이리저리 추월하는 것보다 (1차로로 계속 가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지 않으냐"고 했다.
1차선이 추월차로이고 차종별로 지정차로제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거나 제도를 잘못 알고 있는 운전자도 적지 않았다. 평소 고속도로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38)씨는 "주로 1차로를 타고 달리는데 차로 위반으로 단속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몇년 전 지정차로제가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심야시간대의 1차로는 추월차로가 아니라 대형 차량의 전용차로와 다름없었다. 지난 19일 밤 서울을 출발한 D고속 심야 우등고속버스는 경부~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부산에 도착하는 동안 네댓 차례 2차로를 이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1차로를 질주했다. 1차로를 차지한 4~5t짜리 택배회사 탑차들은 앞서 달리던 승용차에 상향등을 번쩍이며 '협박'해 비켜나게 한 뒤 계속해서 1차로를 달렸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고속도로의 경우 가장 왼쪽 차로를 추월(앞지르기) 차로로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는 최고 제한 속도를 고려해 차종별로 지정하고 있다. 예컨대 편도 4차로 고속도로의 경우 추월차로인 1차로는 추월할 때를 빼놓고는 항상 비워둬야 한다. 2차로는 승용차와 중소형 승합차, 1.5t 이하의 화물차가 주행할 수 있다. 3차로는 대형 승합차와 1.5t을 초과하는 화물차, 가장 오른쪽에 있는 4차로는 특수자동차와 건설 기계의 주행차로로 지정돼 있다.
교통 선진국의 운전자(우측 주행)들은 저속으로 주행할 경우 반드시 우측 차로를 이용하고, 1차로는 추월할 때만 이용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확실히 지키고 있다. 제한속도가 없는 독일 의 아우토반은 추월차로와 주행차로의 구별이 확실하기로 유명하다. 프랑스 파리 나 미국 의 로스앤젤레스 고속도로도 운전자들이 추월차로인 1차로를 주행선으로 독점하는 경우는 드물다. 편도 2차로 고속도로가 많은 이탈리아 도 마찬가지다. 텅텅 비어 있는 2,3차로를 놔두고 1차로 주행을 고집하는 우리 고속도로와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김원호 박사는 "교통 선진국들은 지정차로제를 위반하면 우리나라(4만~5만원)의 5배에서 최고 10배에 달하는 범칙금을 매긴다"면서 "승객이 많은 버스나 사고시 피해가 큰 화물차의 경우 단속 강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0년에 지정차로제가 도입돼 40년이 흘렀지만 제대로 지키는 운전자들은 거의 없다. 이는 1999년 4월 화물차와 승합차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물류비용을 절감한다며 지정차로제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1차로만 앞지르기 차로로 지정하고 나머지 차로는 차종 구분없이 통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1·2차로를 점령한 대형 차량이 과속으로 주행하며 소형 차량을 뒤에서 난폭하게 밀어붙였고, 급격한 차로 변경과 갑작스러운 끼어들기로 교통사고가 늘었다. 결국 2000년 6월 다시 지정차로제를 시행했지만 운전자 대부분은 이런 사실을 모른다.
경찰의 미지근한 단속도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청 에 따르면 고속도로 지정차로 통행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매년 1만여건 안팎으로 하루 평균 30여건 정도에 불과하다.
일선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은 "일반도로에선 자동차가 멈출 때 단속하면 되지만 고속도로에선 달리는 차량을 잡기가 쉽지 않다"며 단속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한 순찰대원은 "시속 120㎞가 넘는 속도로 1차로를 질주하는 버스나 승합차를 단속하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했다. 야간 단속은 엄두를 내지 못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단속방법이 왜 없어 안하니까 없지... 요줌 추월선으로 주행하고 주행선으로 추월하는 추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