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불경기에 소비자들은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소비자들 가운데는 장롱 속 깊이 박혀 있는 유행 지난 옷을 꺼내 고쳐 입는 이들도 많다.
의류 수선은 소매 통, 기장, 허리 둘레를 손보는 단순한 수선이 아니라, 현재 유행하는 스타일로 자신의 체형에 맞게 옷을 재디자인하는 것이다. 비용도 3만~10만원선으로 저렴한 편이고 자원도 재활용할 수 있다.
할인점인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의류 수선 전문업체인 에프씨엔(FCN)의 함영길 사장은 “구식 옷을 재디자인해 입는 ‘리폼 패션족’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에프씨엔에서 가장 인기있는 수선은 구형 더블재킷을 신형 싱글재킷으로 바꾸는 것이다. 가격도 3만원선으로 싼 편이다. 과거에 유행했던 박스형 스타일이나 몸에 밀착되지 않는 옷을 몸에 꼭 맞는 타이트형으로 바꾸는 데 2만~3만원이면 된다. 타이트형을 주문하는 사람들 가운데 새로 산 옷을 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보편적인 체형을 기준으로 제작되는 기성복은 몸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개인의 체형에 맞게 바꾸기 위해서다.
구형 넓은 옷깃을 신형 좁은 옷깃으로, 원피스를 투피스로, 투피스를 다시 원피스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밖에 청바지를 청스커트로, 구형 하이웨이스트 스커트나 바지를 신형 골반바지나 스커트로, 구형 통바지를 신형 일자바지로, 구형 항아리 스커트 또는 바지를 신형 일자바지나 스커트로 바꾸는 것도 어렵지 않다.
눈에 띄는 것은 복고풍 바람이 불면서 1970년대에 입었던 부모님의 정장을 여성 복고풍 정장으로 바꾸는 사람도 많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입었던 정장을 같은 여성 정장으로 바꿀 경우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만 하면 돼 비교적 간단하다. 아버지가 입었던 남성 정장은 단만 해도 6~8겹 정도 되고 안주머니도 많아 여성 정장으로 바꾸는 데 손이 많이 간다.
그러나 옛날 남성 정장은 대개 고급 원단을 사용했기 때문에 여성 복고풍 정장으로 바꾸면 고급스러운 새 옷으로 바뀐다. 아버지 정장을 여성 복고 정장으로 바꾸는 데는 7만~10만원 정도 비용이 들지만 어머니 정장을 바꿀 경우에는 이보다 약간 저렴하다.
전통형 한복은 보통 명절이나 결혼식 등 특별한 날만 입고 보통 옷장에 넣어두기 마련이다. 이것을 좀더 활동적인 개량한복으로 바꿀 수 있다.
전통한복의 수선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전통한복은 저고리가 아주 짧다. 저고리 몸통부분을 잘라 없애서 소매를 쓴다. 대신 길이가 긴 전통한복의 치마 가운데 3분의 1을 떼어 개량한복의 몸통으로 쓴다. 전통한복 치마 밑단에 많이 있는 전통자수는 개량 한복의 앞부분에 이용한다.
함 사장은 “실크 전통한복의 경우 고급스런 개량한복으로 고쳐 일상적인 외출이나 가벼운 모임에도 입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죽 의류도 해어진 부분을 다른 가죽으로 바꾸거나 덧붙이면 색다른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또 가죽이나 모피 의류는 리폼을 한 뒤 남은 천으로 착탈식 옷깃이나 손가방도 만들수 있어 경제적이다.
김태경 기자 gauzari@hani.co.kr★★★한>gauzari@hani.co.kr★★★한수선업체의 기술자가 손님이 맡긴 구형 옷을 현재 유행하는 모양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