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장을 지나며(過無盡藏) _ 정홍명鄭弘溟
해 질 녘 강바람 쉼 없이 불어대는데 (向晩水風吹不休 향만수풍취불휴)
작은 배가 마름꽃 핀 물가에 비스듬히 매여 있네 (小舟斜繫白蘋洲 소주사계백반주)
길 가는 나그네 나루터에 서서 (行人恰向渡頭立 행인흡향도두립)
뿌연 파도 아득히 바라보며 한없이 시름하누나 (極目煙波無恨愁 극목연파무한수)
*정홍명 : 조선 중기 학자. 정철의 넷째 아들.
►무진장(無盡藏)에 올라 _ 양경우梁慶遇의 次韻詩
아스라한 넓은 숲에 담담히 안개 끼니 (漠漠平林淡淡烟 막막평림염염인)
작은 누정의 풍경은 지난해와 같구나 (小亭風景似前年 소정풍경사전년)
사람 마음은 기뻐하고 슬퍼하는 차이가 있지만 (人情縱有悲歡異 인정종유비환이)
눈 앞 강산은 그저 자연 그대로이네 (眼底江山只自然 안저강산지자연)
*양경우 : 조선 중기 남원 출신 학자, 의병장.
►무진정(無盡亭) _ 신혼申混
텅 빈 무진장에 말라 죽은 풀 애처롭고 (無盡藏空哀草死 무진장공애초사)
폐허된 합강정에 저녁 안개 피어오른다. (合江亭廢暮煙生 합강정폐모연생)
옛사람은 가고 없고 지금 사람만 남았는데 (古人已去今人在 고인이거금인재)
맑은 바람과 밝은 달빛은 여전하구나. (惟有風淸與月明 유유풍청여월명)
*신혼 : 조선 중기 문신, 화가.
►오정길吳廷吉
물 빠진 모래톱에 여울가 드러나고 (沙洲水落露磯頭)
나루터 쓸쓸한 숲에 조각배 매어 있네 (渡口寒䕾繫小舟)
호수 누각에 고요히 사람이 홀로 서 있는데 (湖閣寂然人獨立)
백구가 저문 강을 따라 나는구나 (白鳩飛帶暮江秋)
*오정길 : 조선 중기 학자.
/ 김봉곤 ‧ 김아네스 ‧ 강정화 역 <섬진강 누정 산책> 中
기옹이 쓴 <숙무진장>, 정홍영이 쓴 <과무진장, 무진장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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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중류의 방산리 중방나루터,
17세기 초 남원 윤씨 무진 윤정근(無盡 尹廷根)이 선산 자락에
누정을 지어 자기 호를 따서 이름하고 많은 문인들과 교류하였단다.
공은 성균관에서 공부하고 벼슬을 하였으나 명예와 영달을 구하지 않고,
여기서 성실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닦고 세상 근심을 떨쳐 버렸단다.
본래 이름은 무진장(無盡藏)이었단다.
누정의 특이한 것은 뒤쪽 마루를 앞마루보다 한단 높였고,
가운데 2개 기둥은 사각이고, 나머지는 모두 원기둥이다.
/ 전북 남원시 대강면 방산리 45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