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노예」 말해버린 북한 엘리트의 말로 / 12/28(토) / 고영기 데일리NK 재팬 편집장 / 저널리스트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어쩌면 한국의 '탄핵 정세'보다는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의 향후가 더 궁금할지도 모른다.
시리아에서는 정치범을 수용하고 있던 수도 다마스쿠스 교외의 사이드나야 형무소가 해방되면서 그 참혹한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동형무소에서는, 3만명 이상이 처형이나 고문 등으로 살해되었다는 지적도 있어, 신정부가 인도 범죄에의 추궁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인 관리소는 시설 규모나 희생자 수에 있어서도 이보다 훨씬 크다. 김정은 체제의 추종자 중에는 시리아 정세를 보면서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북한 당국은 국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 환경하에서는, 발언 하나가 치명적이다.
(참고기사 : 북한 여성을 몰아붙이는 '굵기 7cm'의 잔학행위)
올해 7월에도 2명의 관료가 처형됐다. 그리고 그 절차는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같은 달 13일 중앙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이하 반사비사) 연합지휘부는 평양시와 황해북도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 비공개 재판을 벌여 피고인 2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피고인은 평양시 국가관광총국 직원과 황해북도 신계군 산림경영소 직원으로 모두 한국 영화와 드라마, 노래를 유포해 문제가 됐다.
이들은 인근 주민의 신고와 예심에서의 자백을 토대로 단순히 한국의 문화를 소비한 것이 아니라 적대국의 사상을 수용한 반국가적 행위를 한 혐의로 법정 최고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한류 콘텐츠를 밀매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과 자본주의 국가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는 우리를 속이고 노예로 만들고 있다" "이런 나라에 태어난 것이 불행"이라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언행을 포함해 반국가 행위자로 여겨졌다. 어쩌면 단순한 푸념의 한 종류였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북한에서는 죽을 죄가 되는 것이다.
이례적이었던 것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비공개 재판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종래 공개재판이나 공개처형을 통해 보는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수법을 많이 사용해 왔다.
(참고기사 : 북한의 15세 소녀 '보여주기 강제체험'의 생생한 장면)
그것이 이 건으로 비공개된 것은 피고들의 반체제적 언행이 국민에게 자극을 줄까봐 두려웠는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동시재판이라는 이례적인 방식은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심리적 압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떻게 수법을 바꾸어 보아도,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시리아처럼 그때가 오면 파헤쳐져야 할 사실은 파헤쳐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