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이 고민에 싸였다. 돈이 궁해서다.
남부와의 전쟁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갔지만 연방 금고는 바닥이 난 상태. 대형은행은 대부분 유럽 자본의 소유였다. 돈을 빌려주겠다는 은행은 연 25~35%의 고금리를 요구했다.
1917년에 통용되던 1달러 지폐
링컨의 선택은 지폐 발행. 링컨은 의회를 설득해 1861년 2월 12일 지폐를 찍어낼 수 있는 권리를 따냈다. 금화와 은화, 동전만 주조해온 조폐국은 새로운 지폐 뒷면에 녹색을 입혔다. 개별 민간 은행의 은행권과 구별하기 위해서다. 녹색 지폐는 얼마 안 지나 '그린백(greenback)'이라고 불렸다. 요즘도 달러의 통칭이 그린백인 연유다. 달러화에 녹색을 넣는 전통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링컨이 발행한 그린백 총액은 4억 5,000만 달러.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45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남발된 그린백은 전후 인플레이션을 가져왔지만 뜻밖의 효과도 낳았다. 바로 화폐 통일이다. 전쟁 이전 각 은행들이 발행한 금융 증서와 지폐의 종류는 무려 1만여 가지. 전쟁이 끝나자 개별 은행권은 그린백에 파묻혀 차츰 사라졌다.
1914년에 이르러 미국의 지폐는 하나로 통일되었다. 화폐가 정리되자 위조 증서와 악화의 남발도 사라졌다. 은행에 대한 신용도 역시 높아졌다. 남북전쟁이 연방 구성보다 어렵다던 화폐 통합을 촉진한 셈이다.
온갖 은행권이 통용되었던 원인은 각 주의 주권(州權) 의식 때문. 독립전쟁의 원인을 영국의 식민지 화폐 통용 금지에 대한 반발로 보는 시각도 있을 만큼 각 주는 화폐 발행에 집착했다.
링컨의 그린백으로부터 시작된 미국의 달러화는 오늘날 세계를 지배한다. 비슷한 시기 조선도 경복궁 중건을 위해 당백전을 마구 찍어냈다. 악화인 당백전 발행은 재정 악화와 망국으로 이어졌다. 화폐사에서도 한국과 미국의 영욕이 교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