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321〉
■ 꽃 (배창환, 1956~)
너의 고운 흔들림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바람 한 번 없어도 흔들리고
바람 아무리 불어도 꺾이지 않는
너의 그윽한 입술 위에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햇살 한 올 포개주고 싶다
새벽보다 일찍 열리고
늦은 저녁보다 오래 남아 빛나는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그 빛 잃지 않는
잠깐이면서 끝없이 목숨 이어갈
너의 뜨거운 이마 위에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별빛 하나 얹어주고 싶다
그 오랜 낮밤을 건너, 오늘
이리도 귀한 반짝임으로 내 앞에 마주 선.
- 2006년 시집 <겨울 가야산> (실천문학사)
*4월도 이제 하순, 봄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요즘입니다. 얼마 전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면서 주변 곳곳에서는 예쁜 꽃들이 쉼 없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정원에서 세심하게 관리되는 아름다운 화초들은 물론이지만 메마른 산과 들에서 스스로 피는, 예쁜 자태의 야생화를 살펴보면 그 강인하고 신비한 생명력에 내심 놀라게 되더군요.
이 詩는 등산을 가다가 산길 옆에서 피어있는 예쁜 야생화를 바라보고 쓴 글이 아닐까 생각되는 작품인데, 부드럽고 유려한 필체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시문들이 우리 마음에 편안하게 와닿는 느낌을 줍니다.
시인은 꽃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예쁜 꽃을 피우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 즉 흔들림을 겪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바람에 꺾이지 않는 꽃으로 완성되었을 것이라 말합니다. 즉, ‘오랜 밤낮’을 거쳐 많이 흔들거렸으나 마침내 전체적으로는 흔들리지 않고 고운 꽃으로 피어 ‘어둠 속에서도 그 빛 잃지 않는’아름다운 존재가 되었다고 말이죠.
마찬가지로 사람들 역시, 살아가며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이나 고민, 과오, 좌절 등 삶을 흔드는 것들이 적지 않다 하더라도 이를 견뎌내면 결국 뜻하는 대로의 인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조용히 전해주는군요. Choi.
첫댓글 너의 고운 흔들림 앞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식어를 붙이고 싶다
바람 한 번 없어도 흔들리고
바람 아무리 불어도 꺾이지 않는
너의 그윽한 입술 위에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햇살 한 올 포개주고 싶다
새벽보다 일찍 열리고
늦은 저녁보다 오래 남아 빛나는
흔들리면서
흔들리지 않고
어둠 속에서도 그 빛 잃지 않는
잠깐이면서 끝없이 목숨 이어갈
너의 뜨거운 이마 위에
세상에서 가장 서늘한 별빛 하나 얹어주고 싶다
그 오랜 낮밤을 건너, 오늘
이리도 귀한 반짝임으로 내 앞에 마주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