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Bohemian) 우리는 그토록 자유로운
영혼(靈魂)을 꿈꾸면서도 보이지 않는 울타리에
가두 켜서 그 선을 벗어나지 못할까,
삶의 순간은 일촌광음(一寸光陰) 짧은 순간을
지속하면서도 때로는 그렇게 느긋할 수가 있을까,
자유와 의무,
닭장 속에 갇혀 사는 닭처럼 주는 먹이나 받아먹고
밥값이라도 하듯 매일 하나 알을 낳는 닭처럼
우리는 스스로 의무(義務)에 물든 것처럼
그렇게 충실하게 사는 쪽으로 기울어
사는지 모를 일이다,
청춘은 젊음 덩어리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누구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 것처럼
방황과 시련의 아픔을 열병처럼 지독히 앓고 난 후
그렇게 섬 들어가는 시간을 사는 것일까,
무게를 재고 길이를 재고 넓이를 재고,
아팠던 상처에서 새살이 돋는 인고의 시간 뒤에
그렇게 성숙해지는 삶의 과정들,
기문둔갑(奇門遁甲)이라도 하듯
내일을 미리 빌려 쓰고
먹구름을 불러 천둥 번개를 치게 하고
한바탕 비라도 내리게 할 수 있다면 오죽 좋으련만
이 모든 것 천상 능력 밖에 일이니
어쩌면
의무에 길들어 사는 편에 줄 서 사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안에는 언제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이탈의 기운이 일상의 힘겨운 일이 있을 때마다
보헤미안의 꿈을 꾸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 마음만 있을 뿐 용기가 부족해서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타조처럼
무거운 엉덩이를 흔들며
새장 밖 푸른 하늘을 그렇게 동경하면서도
막상 새장 문이 열려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의무에 길들려 진 새로 사는지 모른다,
스스로 선택하는 일 지나치면 방종이 되기 쉽고
너무 원칙에 얼 메이면 삶의 여백이 없고,
하지만 원칙은 지키되 상식이 통하는 반쯤 자유로운 삶,
가볍되 쉽게 흔들리지 않고 연약하지만 꺾이지 않는
그런 중용에 삶,
어쩌면 나는 지금
어느 꽃밭에서 나비의 춤을 보고 있는지 모른다,
그 작은 날갯짓에서 바람을 만들어 내고
파르르 떠는 풀잎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