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좋은 감독 만나는건 복인데, 그런 점에서 일단 설기현은 운이 좋은 것 같습니다. 2부리그의 팀에서 글렌 호들급의 감독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요. 아마 현재 설기현이 속한 리그에서 명성이나 실력면에서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 월드컵 직후에 히딩크 후임 대표팀 감독 얘기가 나왔을 때, 혼자서... -0-;; 글렌 호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코엘류의 실패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온다면 북유럽에서 데려와야 한다. 지중해 연안의 라틴문화권에서 활동하던 감독 말구요. 축구 스타일도 그렇고, 감독 스타일도 그렇고, 그 편이 우리 스타일에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네덜란드, 독일, 영국 출신 혹은 그 지역에서 활동했던 감독이 될텐데... 영국이라면, 글렌 호들이나 테리 베너블즈 같은 사람들이 어떨까 싶었구요. 베너블즈 같은 사람은 이제 연세가 좀 많은게 걸리지만...
일단, 글렌 호들의 경력을 살펴봅니다.
1958년 생. 1974. 토텐햄 핫스퍼즈에 입단 1988. 프랑스 모나코로 이적 1991. 잉글랜드 2부리그 스윈던 타운으로 이적 (선수 겸 감독) - 스윈던 1부리그 승격. 1993. 첼시 감독으로 취임 - FA컵 결승 진출, 컵위너스컵 4강. 1996.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 취임 - 98 월드컵 16강. 1999.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해고. 2000. 사우쓰햄턴 감독으로 취임. 2001. 토텐햄으로 옮김. 2003. 토텐햄 감독에서 짤림. 2004. 2부리그 울버햄턴 감독에 취임.
선수로서의 경력은 꽤나 화려했습니다. 토텐햄 유쓰 출신으로 패싱능력이 뛰어난 플레이 메이커였답니다. 80년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활약해서 53번의 Cap을 갖고 있구요. 당시 영국축구의 스타일은 잘 알려진대로 전형적인 뻥축구, 그 때문에 호들은 실제 재능에 비해 대표팀에서 더 많은 빛을 보지 못했다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더군요. 그러나, 소속팀 토텐햄에서는 달랐나 봅니다. 토텐햄은 전통적으로 가장 화려한 팀 칼라를 자랑하는 팀인데(반면, 아스*는 가장 지루한 팀 칼라), 호들은 당시 토텐햄에서 가장 대표적인, 쉽게 말해 아이콘과 같은 선수였다고 합니다. 이런 전력은 후일 그의 감독경력에 오점을 남기게 되지만... 선수 말년에는 영국선수로는 드물게 외국으로 이적해서 모나코에서도 뛰었군요. 아마 플레이 스타일 탓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당시 감독은 현재 아스*의 뻥가루 아저씨)
감독을 처음 시작한 팀은 당시 2부리그였던 스윈던 타운. 1년만에 팀을 1부리그(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런 성공을 바탕으로 첼시에 역시 감독겸 선수로 옮겨갑니다. 사실 그 이전까지 첼시는 그저 그런 팀이었다고 합니다. 주로 1부리그의 중하위권을 유지했고, 그러다가 재수없으면 2부리그로 떨어지기도 하는. 그런 첼시가 상위권팀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바로 글렌 호들이 감독으로 취임하면서부터라고들 하더군요. 특히, 선수시절의 명성 때문에 굴리트 같은 유명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첼시에서도 괜찮게 해서 24년만에 처음으로 팀을 FA 결승에 진출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덕에 유로피안 컵위너스컵에 진출해서 4강까지 올랐구요.
그러던 와중에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자리가 비게 됩니다. 96 유로때까지만 해도 테리 베너블즈라는 감독이 있었지요. 유로 8강전에서 히딩크의 네덜란드를 4-1로 박살냈으나, 준결승에서 독일에게 약간 앞서는 경기를 하고도 페널티 승부로 패했던 감독이지요. 이 양반이 송사에 시달렸습니다. 토텐햄 감독 재직시절 선수이적과 관련해서 돈을 먹었다는 혐의로.. -ㅁ-;; 그래서, 재판에 치중하겠다고 감독직을 내놓았고 FA는 후임자를 물색. 그리고, 스윈던, 첼시 등을 거치면서 인상적인 성적을 낸 글렌 호들이 당첨됩니다. 당시 나이 불과 38세. 꽤나 파격적이었지요.
<사진> 글렌 호들(좌)의 대표팀 감독 취임식 (오른쪽은 전임감독 테리 베너블즈).
이런 파격이 가능했던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습니다. 흔히들 영국에서는 7~80년대를 영국축구의 암흑기라고 부릅니다. 원래는 축구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이 시기에 뻥축구에만 몰두하다가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뒤처졌다는거지요. 이게 당시만 문제인게 아니라... 현재 감독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뻥축구만 하던 사람들인거지요. 뻥차~ X나게 뛰어~ 받어부려~ 투지, 투지! 이런건 무지 강조하지만, 다른건 영... 프리미어리그의 엥간한 팀은 모두 외국인을 감독으로 데려다 앉힌게 우연은 아니지요. 머, 토박이 중에 변변한 감독감들이 없으니... 그런 와중에 글렌 호들은 현대축구의 흐름을 이해하는 몇 안되는 토박이였던거지요. 선수시절부터 뻥축구와는 거리가 있던 탓도 있고, 꽤나 샤프해서 전술구사능력도 뛰어나고. 이에 비해 다른 영국감독들이 갖고 있는 장점(예: 선수 다그쳐서 투지 발휘시키는 능력. 쿨럭;;)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을 듣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 98 월드컵에 나갑니다. 아, 월드컵 예선에서도 이탈리아를 맞아 가벱게 조수위를 차지하는 등 성적이 좋았습니다. 당시 잉글랜드팀은 오웬과 베컴이 처음 등장하는 시기였지요. 예선에서는 다소 고전했지만, 16강에 올랐고.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맞아 숫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대회 최고의 승부를 펼친 끝에 승부차기로 패했지요.
<사진>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패배 이후, 호들과 폴 인스. 둘은 울버햄턴에서 다시 만났으니...
월드컵에서 아쉬운 성적을 남기긴 했으나 호들이 비난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비난받을 것도 별로 없었지만, X바가지를 뒤집어쓴 넘이 따로 있었지요. 바로, 두두웅~ 베컴. -0-;; 쓸데없는 파울로 아르헨티나전에서 퇴장당해 팀을 숫적 열세로 몰아넣은 장본인이었죠. 그때 너무 심하게 해서 영국여론은 베컴에게 좀 미안해하는 감정이 있다는 말도. 쿨럭;;
그러나 호들은 좀 의외의 사건으로 대표팀 감독을 물러나게 됩니다. 베컴을 비롯한 선수들과 그렇게 매끄러운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던데. 그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가 파장이 됐습니다. 호들은 윤회설을 믿는다고 하는데, =ㅁ=;;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예를 들어, 신체장애가 되는 것은 전생의 업보와 관련이 있다" 라고 말했고 이게 타블로이드들의 대대적인 공격을 맞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사임을... 후임으로 호들과 비슷한 시기에 축구를 했던 케빈 키건이 당첨됐고 마음씨만 좋은 이 아저씨는 유로2000에서 보기 좋게 말아먹었죠. -ㅁ- 이후 잉글랜드는 더이상 쓸만한 토박이가 없다는걸 깨닫고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고.
전체적으로 잉글랜드 감독시절 호들은 나름대로 참신한 축구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선수 및 언론과의 관계에서 어린 감독티를 벗지 못했고, 그 때문에 결국 안 좋은 결말을 보고 말았지요.
그러곤 좀 놉니다. 그러다가 프리미어리그 하위팀 사우쓰햄턴의 자리가 비어 글로 갑니다. 이전 사우쓰햄턴의 감독은 데이브 존스. 바로 울버햄턴으로 설기현을 사간 그 사람이지요. 당시 데이브 존스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고발을 당해 재판중 -ㅁ- 그 때문에 재판에 집중하기 위해 자진 사임했지요. (추후 무죄 판명됨)
여기서 글렌 호들은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합니다. 원래 사우쓰햄턴은 어떻게 하면 올해도 강등을 면하나..만을 바라던 만년 하위팀이었습니다. 그런 팀을 짧은 시간안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아주 탄탄한 중상위권팀으로 변모시켰지요. 그래, "좀 떠라이 기질은 있지만, =ㅁ=;; 역시 축구는 잘하는 넘"이라는 이미지를 재확인.
이렇게 사우쓰햄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던 차에.. 호들에게 토텐햄으로부터 제의가 옵니다. 앞서 얘기했지만, 호들은 토텐햄 유쓰 출신이고, 선수생활도 내내 토텐햄에서 했습니다. 지금이야 많이 물이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이 정도라면... 이건 단순한 직장-피고용인, 구단-선수 정도의 관계가 아니죠. 호들 본인 말대로 토텐햄은 그의 "정신적 고향 (spritual home)"이지요.
그래, 토텐햄에서 제의가 오자,,, 시즌중에 뒤도 안돌아보고 튀었습니다. =ㅁ=;; 사우쓰햄턴에서는 난리가 났지요. 배신자라고. 물론 토텐햄 팬들은 열렬히 환영했지요. 가장 사랑받던 선수가 감독으로서도 성공해서 다시 자기팀으로 돌아왔으니, "왕의 귀환"이 따로 없었지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전 스윈던, 첼시, 잉글랜드 대표팀, 사우쓰햄턴 등 가는 곳마다 경기장에서의 결과만큼은 좋았던 호들이... 정작 본인이나 팬들이 그렇게 바라던 토텐햄에 가서는 성적이 나빠부렸습니다. 1년차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1년차 막판부터 곤두박질치기 시작해서 2년차에는 강등위험에 처하는 처지에... 아무리 가장 인기있던 선수였고 딴데 잘나가던 자리 내던지고 온 감독이고 그래도 성적이 이 모양되면 어쩔 수 없죠. 결국, 짤려부렸습니다. 댕강~
<사진> 토텐햄 감독 시절.
아마 그런게 좀 있는 것 같더군요. 당시 토텐햄은 소유주가 바뀌면서 좀 어수선한 상태였는데 그런 탓도 있을테고 무엇보다도 호들 본인이 토텐햄에 와서는 너무 서두르는 감이 있었습니다. 라이벌인 아스* 등 상위팀들과의 격차를 감안하면 좀더 천천히 접근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자기 클럽이라는 마음 때문에 조급해졌을까요? 하여간.
이렇게 짤리고 놀았습니다. 아마 호들 본인도 내상이 많았겠지요. 무리를 해서 고향으로 돌아갔으나, 결과는 참담했으니. 아, 중간에 사우쓰햄턴에서 다시 데려가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사우쓰햄턴 팬들이 반발을.. 배신자는 용납못하겠다고. 뭐, 이해할만도 하지요. 그러나, 사우쓰햄턴은 그 댓가를 치르는건지 현재 강등권에서 빌빌대고 있는 중. =ㅁ=;;
그렇게 놀다가 울버햄턴으로 흘러들어온거군요. 재미있는 것은 사우쓰햄턴에서도 데이브 존스의 뒤를 이었는데, 울버햄턴에서도 데이브 존스의 뒤를 이어 감독직에.
또하나. 울버햄턴에서는 6개월 계약이더군요. 운이 좋아 울버햄턴이 승격에 성공한다면 남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호들이 계속 울버햄턴에 남을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경력이나 실력 모두 결코 2부리그에 만족할 감독은 아니거든요. 그 이외의 것들(종교나 팀 옮기는 과정에서의 잡음) 때문에 말이 많아서 그렇지. 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에릭손 이후의 잠재적인 대권후보로 꼽을 정도인 사람이니. 아마 울버햄턴에서 승격은 못해도 어느정도 성적을 내서 재기에 성공한다면, 프리미어리그의 멀쩡한 팀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우리 인웅애비와 관련해서는 그렇습니다. 보아하니, 인터뷰 등을 보니, 호들은 처음부터 보자마자 "설서방이 쵝오~" 라고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팀 전술도 설기현을 중심으로 짜는 것 같던데... 더욱이 호들 자신이 모나코에서 해외생활을 해봐서 그에 따른 어려움도 어느정도 이해하는 것 같구요. 대략... 인웅애비로서는 일단 감독 복은 터진 듯한데...
제일 좋은 것은 올시즌 팀이 잘돼서 승격하고 다같이 프리미어리그로 올라가서 거기서 또 잘하는거... 뭐, 이런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무엇보다도 팀 자주 바꾸는거 결코 좋지 않거든요) 만약 그렇지 못해도.. 다른 길을 기대해볼 수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호들이 재미있는 것은 자기가 팀을 옮길 때마다 좋아하는 선수 한두명은 달고 다니더군요. 토텐햄 갈 때, 사우쓰햄턴의 딘 리차드라는 수비수를 무리해서 데려간 것도 그렇고. 사우쓰햄턴으로 갈때에도 첼시에서 데리고 있던 단 페트레스쿠를 불러간 것도 그렇고. 혹시 설기현도...? 이래저래 꽃놀이패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러기 위해선 인웅애비가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건 필수겠죠.
당초 설기현이 2부리그로 이적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싶었고, 자신을 데려온 감독이 짤렸다고 하기에 자칫하면 2부리그에까지 가서 X되는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인웅애비, 의외로 운대가 맞아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글고, 인웅이를 위해서도 다행이네요. -0-
첫댓글 아 이렇게생겼구나
왜 퍼오고 쑈야. 니가 써
미숙이님 라이언긱스님이랑 아는사이신가요? 말씀이 지나치신것 같네요.. ㅇ_ㅇ
미숙이 ㅋㅋ 활동중지회원인데 ㅡ.ㅡ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