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1호… 바위 절벽서 군락 이뤄요
측백나무
▲ 대구 동구 도동의 바위 절벽서 자라난 측백나무 숲. /문화재청
측백나무는 측백나뭇과(科) 측백나무속(屬)으로 분류해요. 그런데 측백나무속에는 측백나무 한 종뿐이라 꽤 외로운 나무랍니다. 과거에는 눈측백나무속으로 분류했지만, 씨에 날개가 달리지 않고 잎에 향기가 없는 점이 달라 측백나무는 별도의 측백나무속으로 독립했답니다.
측백나무는 크게 자라면 높이 25m, 지름이 1m에 달해요. 사계절 잎이 푸른 상록수예요. 잎은 비늘 모양으로 양쪽으로 포개져 손바닥을 펼친 모양이에요. 나무껍질은 적갈색 또는 회갈색을 띱니다. 나뭇가지는 비교적 짧고 느슨하게 배열된 큰 가지로부터 불규칙하게 퍼져나가요. 우연히 단정하게 빗자루와 같은 모양으로 자라나면 '천지백'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측백나무는 중국 북서부가 원산지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의 동부에도 분포해요. 일부 기록에 따르면 이란에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이 필요합니다. 중국에서는 측백나무를 주로 무덤과 사찰 정원에 심었으며, 북경의 궁궐에는 느티나무처럼 그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측백나무는 대구광역시, 경북에서 안동·영양·울진, 충북 단양의 석회암 또는 퇴적암 절벽에 터를 잡았어요. 특히 대구 도동에 위치한 측백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제1호예요. 해발 160m쯤의 바위 절벽에 높이 5~7m 정도인 측백나무 700여 그루가 모여 숲을 이뤘어요. 숲에서는 소나무, 느티나무, 말채나무 등도 함께 자라죠. 마을 주변의 다른 숲은 벌목으로 꽤 황폐해졌지만, 바위 절벽에 자라는 측백나무는 그대로 살아남았답니다.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 안에 있는 측백나무도 천연기념물 제255호로 지정됐어요. 나이가 약 300살 정도로 추정되며 높이는 13.5m에 달해요.
측백나무는 온난한 기후 지역에서는 가뭄에 잘 견디며 느티나무처럼 오래 자라서 관상용으로 큰 사랑을 받는답니다. 습지나 습한 토양만 아니라면 어디든 잘 자라지요. 양달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응달에도 잘 자라는 편입니다. 천공충이나 깍지벌레 외에는 병충해 발생이 거의 없어서 관리도 꽤 쉽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는 측백나무는 한 그루씩 또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단조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침엽이 빽빽한 특성을 활용하여 간격을 좁혀 심으면 훌륭한 가림막의 기능을 하기에 다양한 형태의 생울타리로 아주 좋은 나무랍니다. 같은 나무라도 쓰임새를 달리하면 전혀 다른 나무로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측백나무가 바로 그러한 나무이지요. 따라서 흔한 나무라 치부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활용 용도를 찾는 것도 좋겠지요.
김용식 전 천리포수목원 원장·영남대 조경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