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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갓 서른의 문턱에 들어선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학석 씨. 정상적(?)인 길을 갔다면 현재 그는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고 3~4년 차의 디자이너로 한창 손에 일이 익어갈 시점. 그런데 지금 김학석 씨는 무려 일곱 명의 직원을 거느린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실 ‘designone’ 대표이자, 유명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을 비롯해 중국 현지의 레스토랑과 브랜드 아파트 인테리어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척척 진행하는 ‘베테랑’ 디자이너다. 실내디자인학과 재학 중에 ‘현장’에 뛰어들어 실무를 익힌 그는 20대 중반에 설계에서 시공까지 해내는 실력과 배짱을 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전문점 ‘레드 망고’의 인테리어와 브랜드 로고 디자인을 맡아 히트시키면서 ‘성공한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랐다. 꽤나 드라마틱한 김학석 씨의 성공 스토리. 이는 모두 그의 지하 공간에서 탄생했다. “제 사무실이 지하에 있다고 하면 대부분 반응이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왜 그곳에 있느냐고 하지요. 하지만 집중이 잘되고 작업 효율성 높은 곳으로 지하만 한 공간이 없더군요. 차 소리, 반짝이는 네온 사인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항상 같은 환경에서 일에 몰두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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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사찰보다 조용한 이곳은 그러나 흔히 지하라 했을 때 느껴지는 음울한 분위기란 찾아볼 수 없다. 방수, 방습이 완벽하게 해결된 새 건물의 지하라 쾌적하고 무엇보다 천장이 높아 답답하지 않다. 운 좋게 출입문 옆에는 한 줄기 빛을 전하는 천창이 있어 최소 밤낮 구분은 할 수 있다. 이렇듯 건강한 지하에 디자이너는 ‘지하실은 지하실다워야 한다’는 모토로 바닥과 천장 모두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켰고, 간접 조명으로 안정감 있고 집중하기 좋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더 이상 장식은 금물이라 생각할 즈음, 행여 삭막하지 않을까 벽면에 먹물, 커피물 등으로 물들인 한지를 벽지처럼 붙였다. 자연스러우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감도는데다가 한지가 습기를 빨아들이니 한결 상쾌한 공기까지 덤으로 얻는다. “분명 지하는 다른 곳에 비해 단점이 많은 공간이에요. 다른 곳 같으면 신경 쓰지 않을 부분까지 해결해야 하지요. 하지만 단점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얻는 노하우는 지혜로, 실력으로 발휘되게 마련이죠.” 지내면 지낼수록 새록새록 도전해야 할 과제를 던져주는 지하 공간. 김학석 씨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해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하 세계를 떠나지 않을 생각이다.
1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학석 씨는 고층과 지하 두루 현장을 경험하면서 어둡고 적막한 지하가 훨씬 일의 집중력을 놓여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모교 근처의 상가 건물 지하에 마련한 작업실 겸 사무실은 젊은 감각을 유감 없이 발휘, 지하다우면서 세련된 스타일로 연출했다. 2 천장과 바닥 모두 콘크리트를 노출시켜 최대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스포트라이트로 벽면 장식을 연출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수납장 문을 빨간색으로 칠해 공간을 생동감 있게 만든 것도 그의 아이디어. 3 출입구 옆, 천창이 있는 작은 공간에 가짜 나무를 장식하고 운동 기구를 놓아 휴식처로 꾸며놓았다. 지하 생활에서 소홀하기 쉬운 자연과 건강을 고루 배려한 결과라고. 4 지하의 또 하나 장점은 활용할 벽면이 많다는 사실. 스틸 와이어를 고정시키고 여기에 사진을 걸어놓아 멋진 갤러리를 만들었다.
1 일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소음과 자연 변화에 상관없이 일관된 환경을 유지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을 하는 데 더없이 좋다. 지하에 유난히 스튜디오, 작업실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일에 몰두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2 자연과 하나되는 삶
태초에 인간이 만든 최초의 집은 바로 땅속에 굴을 파서 만든, 땅 아래 마련한 공간이란 사실. 스위스 건축가 움브리히트 씨는 지하만큼 자연친화적인 공간은 없다고 말한다. 도심이 아닌 초원에 굴을 파서 만든 그의 언더그라운드 하우스는 자연 경관을 해치며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아닌, 주변 자연 환경에 어우러지게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또한 흙 내음, 땅 기운 만끽하고 겨울에는 지열로 난방하여 살기 때문에 건강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고.
3 벽면이 많아 공간 활용도가 높다
창문이 없는 완전한 지하 공간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활용할 공간이 많다는 뜻. 그림이나 사진을 걸어 장식하거나 벽화를 그려 공간감을 살릴 수 있으며, 살림이 많다면 사방 벽면에 수납장을 설치해 가뿐히 정리할 수 있다.
4 긴장감 있는 생활로 아이디어 증진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학석 씨와 가수 하림 씨는 ‘지하는 불편하기 때문에 나른해지기 쉬운 일상을 긴장감 있게 만들어준다’는 독특한 지론을 내세운다. 모든 것이 최적의 상태면 게을러질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거나 생각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것. 하림 씨 작업실에는 천장에 소형 선풍기 하나가 거꾸로 설치되어 있는데, 이는 겨울철 난방 시 따뜻한 공기가 고루 돌게 하기 위한 아이디어라고. 김학석 씨는 벽면에 한지를 붙여 습도를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5 마음껏 뛰고 볼륨도 높이고
지하의 백미 역시 눈치 볼 것 없는 독립성. 특히 지하는 마음껏 뛰놀고, 스피커 볼륨을 한껏 올려도 상관없다는 점이 매력이다. 줄넘기 같은 간단한 운동은 물론 서라운드 입체 음향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있어 취미 생활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물론 그전에 방음, 흡음 처리를 했는지는 꼭 체크해야 할 것.
지하에 살기 전에 이것만은 알아둘 것!
햇빛과 바람 드는 선큰 지하가 좋다
지하 세대는 아무래도 환기와 채광이 원활하지 않게 마련이다. 이왕이면 지하층을 고를 때 선큰sunken 입구가 있는 곳을 고르자. ‘선큰’은 ‘가라앉다sink’는 단어에서 나온 말로, 지상에서 움푹 가라앉은 형태로 지하 진입부가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곳을 말한다. 따라서 1층을 통하지 않고 바로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와 계단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이를 통해 환기와 채광이 해결될 수 있다.
창문이 없다면 따로 환기팬을 설치하자
지하 공간이 채광과 환기가 잘 안 되는 이유는 외부와 통하는 창문이 없기 때문. 반지하 세대이거나 선큰 입구가 있는 곳이라면 상황은 훨씬 낫지만 외부와 통하는 창문이 없다면 환기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따라서 지하를 선택할 때 환기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환기팬의 상태도 체크해볼 것. 또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더욱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공간 벽인가 아닌가를 따져라
눅눅하고 습한 공기는 건강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퀴퀴한 냄새를 유발해 불쾌한 기분이 들게 마련. 지하층은 외부의 토양과 벽이 바로 닿아 있기 때문에 습기가 잘 전해지게 되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벽면을 공간 벽으로 시공하면 한결 쾌적해진다. 공간 벽이란 외부 벽과 내부 벽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는 공기층이나 단열재를 넣어 시공한 벽을 말한다. 지하 세대를 구할 때는 이런 공간 벽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자. 필요할 경우 직접 시공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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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좋은글 감사합니다 담아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