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예산정책처, 내년 예산 분석
장병 월급 등 다시 줄이기 힘든
의무-경직성 지출 67.4% 달해
“무기 도입 등 차질 빚을수도”
정부가 법에 따라 써야 하는 의무지출과 인건비 등의 경직성 지출을 계속 늘리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순재량지출’의 규모가 전체 지출의 3분의 1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나랏빚이 늘면서 이자 부담도 덩달아 커지는데 정부가 한 번 늘리면 줄이기 힘든 지출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서 정부의 순재량지출 비중은 32.6%로 집계됐다. 내년도 총지출이 677조4000억 원인데 법에 따라 써야 하는 의무지출(365조6000억 원)과 인건비나 국방비처럼 의무지출은 아니지만 조정이 어려운 경직성 지출(91조1000억 원)을 더하면 그 규모가 67.4%(456조700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총지출에서 의무·경직성 지출을 뺀 순재량지출의 비중은 올해 예산안에서는 33.7% 수준이지만 내년에 1.1%포인트 더 낮아진다.
특히 예정처는 교육과 국방 분야에서 국가장학금과 인건비 등의 경직성 비용이 대거 증액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올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맞춤형 국가장학금 사업의 경우 올해 4조72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내년에는 5조3100억 원 규모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대상을 소득·자산 기준으로 1∼10구간으로 구분한 다음 8구간까지 주던 1유형 국가장학금을 9구간까지 지급하기로 하면서 관련 예산이 12.5% 증액되는 것이다.
국방 예산에서는 ‘병사 봉급 200만 원’ 공약에 따라 병 인건비 사업 예산이 올해 3조2700억 원에서 내년 3조7700억 원으로 15.3%(5000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건비 성격의 병 내일준비지원 사업 예산도 내년에 3100억 원 증액되는 가운데 예정처는 경직성이 큰 전력운영비 확대가 첨단 무기체계 도입 등에 필요한 방위력 개선비 확보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세수 펑크가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은 계속 늘어나 중앙정부 채무가 8월 말 1167조3000억 원까지 늘어난 상황. 예정처는 정부의 이자 지출이 올해 27조 원 규모에서 내년 29조9000억 원에 이어 2028년 36조7000억 원까지 늘어나 전체 의무지출에서 8.5%를 차지할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중산층까지 대학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과도한 복지 지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최근 재정 여건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인데 병사 인건비도 너무 급격하게 높이는 것이 아닌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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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