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tjoh@chosun.com">tjoh@chosun.com 입력 : 2005.01.05 17:59 42' 내게는 너무 특별했던 사랑영화.....
번지점프를 하다1 우연히 만나 필연으로 사랑했습니다 풀린 운동화 끈을 매주면서 남자는 속으로 그랬을 것 입니다 달아나지는 말라고 도망치지도 말라고… 그러나 여자는 너무 앞서 가버렸고 남자는 홀로 남겨졌습니다 번지점프를 하다2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어도 만날 사람은 만나고 맙니다 너무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도 알아 볼 사람은 알아봅니다 우연 같지만 운명이고 비극 같지만 영원으로 가는 해피엔딩, 번지점프를 하다....입니다 .............................................................................................................................................................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끊을래야 끊을수 없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였다 1983년 여름. 첫 눈에 반하는 일 따위는 믿지 않는 남자는 적극적이고 사랑스런 여자를 만난다 그리고는 자신의 우산 속에 당돌하게 뛰어들어온 여자를 사랑해 버리고 만다... 비에 젖은 검은 머리,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 당돌한 말투까지 남자는 온통 그녀에게 사로잡힌다 사랑이 무르익어 가던 그들에게 군입대라는 짧은 이별의 순간이 온다 그러나, 서로에게 짧은 이별이라 위로했던 그 순간은 영원으로 이어지게되고 여자는 남자를 배웅하러 나가다가 교통 사고로 죽게된다 그리고 2000년 봄. 사랑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남자는 어엿한 가장이고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어있다 그리고 제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어린남자에게서 그녀를 느낀다.... .................................................................................................................................................................
이 영화를 꼭 한번 보십시오 애틋하고 영원하고 행복한 사랑의 흔적과 첫사랑을 한번 떠올릴수 있답니다.... 그리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그녀의 매력을 만날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위의 글은 블로그 초창기 시절에 있는 글중에 사랑에 관한 영화를 올릴 때 글의 일부인데 <번지점프를 하다>를 다시 추억하는 마음으로 일부를 다시 옮겨온 것입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나와의 인연 하나
2년전인가 화제의 영화 촬영현장을 감독과 게스트가 함께 돌아다니며 영화에 대한 해석도 듣고 촬영당시를 떠올리는 프로가 있었는데 제가 게스트겸 질문자로 섭외를 받았었습니다 방송 기피증이 있어서 못하겠다고 늘 미루어 오다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해달라고해서 그 영화를 평소에 너무나 좋아했었기에 하겠다고 했습니다
영화속의 촬영지 곳곳을 다니면서 추억을 떠올리는 TV방송이었습니다 저는 김대승 감독과 방송 스텝들과 함께 두남녀가 만났던 정동의 꽃집을 시작으로 대학로의 다방에서 그녀가 앉았던 자리에서 차도 마시고 용산역을 대신했던 청량리역에 가서 촬영을 했고 그녀가 엠티에서 남자와 왈츠를 추던 멀리 해수욕장까지 둘러보았습니다 영화의 흔적을 쫒아다니며 꼼짝없이 이틀동안 올인을 했었던 내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었습니다
결국 그녀가 지나갔던 자리를 쫓아다니며 그녀의 숨결을, 그녀의 행적을 마음속에 남겨둔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영화는 장면장면을 다 외울정도로 머리 속에 남아 있습니다 위의 카툰도 당시에 티비에 내보내려고 그렸던 것이었습니다
이은주....그녀를 죽인 그녀
그렇게 우연하게도 그녀의 영화를 다루었던 프로에 출연 했었던 좋은 추억이 있는 가운데 오늘 낮에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그것도 스스로가 목숨을 끊었다는.... 아마도 충격이라는 말은 이럴때 사용하는 단어일 것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자 갑자기 나의 메신저 창이 이리저리서 툭툭 올라왔습니다 "정말이래? 사실이래? 왜 그랬대?" "그녀와 친한 사람이 누가 있었대?"등등 많은 질문들을 서로 주고 받으며 쏟아내며 오후내내 꿀꿀했던 날씨와 더불어 기분이 묘했습니다 "나야 모르지...그런데 너무 충격이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 저는 전부였지요
얼마전에 <주홍글씨>의 홍보때문에 그녀를 인터뷰 했었다는 잡지사 기자가 이런저런 무방비 상태의 사적인 대화를 함께 나누다가 문득 그녀가 "영화도 싫고 연기도 싫고...이민이나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흘린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함께 드라마를 했던 배우중 한사람은 그녀가 '우울증'이 심해서 평소에 촬영장에서도 너무나 조용하고 얌전할 뿐더라 혼자있는 모습을 늘 당연하게 그냥 보아넘겼다고도 했습니다
아마도 이제부터 무수한 소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엄청나게 나오겠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었다, 노출연기에 대한 극도의 공포심이 있었다, 돈에 대한 애착이 심하다, 가족을 먹여살리던 소녀가장이었다...등등의 이야기들이 벌써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이은주....그녀에 대한 사연캐기
겨우 이십대 중반의 꽃다운 여자가 남길수 있는 유언의 내용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그녀의 피로쓴 유서가 올라와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많은 스텝들이 그녀와 함께 했을때 이랬었다, 저랬었다, 어쩐지 이렇더라...라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해주고 나누었습니다 당대 최고의 A급 여배우가 느닷없이 선택한 죽음 앞에 남은 사람들이 해야 할일은 각각의 목적을 가진 '그녀에 대한 사연캐기' 인것은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그리고 저자신도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에 아마도 당분간은 눈과 귀를 열고 듣거나 보게 되겠지만 정말 서글픕니다
쉼없이 찍고 또 찍어서 "이은주는 너무 영화를 마구마구 하는 것은 아니야?"라는 평가도 받았던 그녀, 하반기 미니시리즈를 하나 약속해 두었다는데, 다음영화를 하기로 줄줄이 계약을 목전에 두었다는데... 느닷없이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을 벌고 싶었다..."라는 유서의 내용은 사실 왕성한 활동을 했던 그녀와는 맞지 않는 글입니다...참으로 이상합니다...돈을 벌어야 했다니...이렇게 사는게 싫다니...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극도의 우울증과 시달릴수 밖에 없었던 존재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그 정체는 누구도 밝혀낼수가 없고 그저 무수한 이유들이 인터넷을 떠돌아 다닐 것입니다 저는 그냥 그녀가 존재하는 아름다운 그녀의 영화를 추억하는 일로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어느날 갑자기...만약에 내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남은 사람들이 나의 명복을 빌어준답시고 오명을 씻어준다는 이유로 나의 소중한 일기장을 들추거나 나를 놓고 이리저리 재단하는 일은 나도 싫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녀를 제발 그만 놓아두는 일이, 유난히 영화 속에서 죽어가는 역을 많이 했었다는 운명과도 같은 그녀의 행적을 적어도 조용히 덮어두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이은주....재주가 너무 많았던 그녀
피아노를 잘 치고, 무용도 하고, 노래도 수준급이었다는 재주 많은 그녀... 새초롬한 표정과 미소로 많은 남자들을 사로잡았었지만 어쩐지 어린 나이를 어리게 살지 못한 것 같은 처연한 표정과 나이에 비해 조숙할 수밖에 없었던 그녀의 죽음은 정말 오늘의 충격이었습니다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자살로 세상을 버린 장국영의 죽음처럼 그녀는 죽음은 어이가 없습니다 이유가 밝혀질수록 의문에 사로잡힐 아리따운 여배우의 묘한 자살...
2005년 2월22일, 유난히 흐린 날씨.... 오전에는 눈이 내렸고 오후에는 진눈깨비로 바뀌었고, 저녁에는 비로 변해 어깨를 적셨습니다 누구라도 마음이 약하다면 이런 날씨를 그냥 넘기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우울증에 시달리고 삶의 무게에 통증을 느꼈다는 어린 여자... 손목을 긋고 피를 보고 유서를 쓰고 ...그리고는 목을 매던 그 순간에... 그녀가 한번쯤 창밖으로 시선을 주었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요
얼마나 괴로우면 택하는게 죽음일까, 그녀는 이제 편안할까...그런 생각만으로 그냥 그걸로 그녀를 보내기로 합니다
저는 부족한 자가 사랑을 시작할 줄 알고, 현명한 자가 사랑을 잘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녀는 부족한 영혼이어서 주변을 많이 사랑했었을 것이고 그다지 현명하지는 못한 탓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버린 것은 아닐까요 마지막 말이 "미안해...사랑해..." 였다니 말입니다.... 이런 글을 쓰게 되어서 전 그녀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