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 고발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 유럽 투쟁의 마지막 행선지 프랑스 파리 도착
출근길 지하철 행동, 기자회견 진행 및 대사관에 서한 전달하기도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로 바라보는 에이블리즘의 패럴림픽에 반대”
“특사단의 투쟁, 오세훈 서울시장 압박하고 있어”
[편집자 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의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이 유럽 도시에서 투쟁을 벌인다. 40여 명의 장애인·비장애인으로 구성된 특사단은 8월 17일부터 8월 31일까지 노르웨이 오슬로, 독일 베를린, 프랑스 파리를 순회하며 한국의 장애인권리약탈 현실을 전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장애인거주시설폐쇄법 제정으로 모든 시설을 폐쇄한 노르웨이, 나치의 장애인 대량학살 프로젝트 ‘T4 작전’이 시행된 독일 베를린, 패럴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
전장연은 14박 15일 동안 매일 아침 유럽의 출근길 지하철에서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하고, 3개국의 한국대사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인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 노동권, 교육권, 자립생활‧탈시설권리와 관련한 주요 단체와 전문가들을 만나 장애인 정책에 대해 논의한다. 비마이너는 현지에 파견한 기자를 통해 독자들에게 현장 상황을 전한다.
《26일(월), 프랑스 파리》
오전 8시 30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오전 9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마무리 집회, 벨라이 광장
오후 2시, 장애인자립생활운동단체 CHA(coordination handicap autonomie)의 에티엔(Etienne) 활동가 면담
오후 4시 30분,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고발 기자회견, 벨라이 광장
《27일(화), 프랑스 파리》
오전 8시 30분,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오전 9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마무리 집회, 벨라이 광장
오전 11시, 주프랑스한국대사관에 특사단 서한 전달
오후 1시, 자폐성장애인협회 CLE 면담
오후 3시, 한국-프랑스 파리 장애인인권영화제
27일 오전,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이 휠체어에서 내려와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 바닥에 앉아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를 알리고 있다. 사진 김소영
파리 패럴림픽 특사단(아래 특사단)이 유럽 투쟁의 마지막 행선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 도착했다. 특사단은 출근길 지하철 행동, 벨라이 광장에서의 집회 및 기자회견 등을 통해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를 프랑스 시민들에게 알렸다. 프랑스 시민들은 특사단이 나눠주는 유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 읽어보거나 집회에서 연대발언을 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특사단의 투쟁을 지지했다.
- “Bonjour!(안녕하세요)”…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 장애인권리를 외치다
26일 오전 8시 30분(프랑스 현지 시간), 특사단은 프랑스 파리 지하철 14호선의 올림피아드(Olympiad)역에 모였다. 프랑스 파리에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지하철은 14호선뿐이다. 14호선이 유일하게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호선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14호선 모든 역의 엘리베이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특사단 일부가 머무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백악관(Maison Blanche)역의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나 있어 특사단원들은 숙소부터 지하철 행동이 진행되는 올림피아드역까지 약 30분 걸어가야 했다.
지하철에 올라탄 특사단은 탑승 직후부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특사단원들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바닥을 기었다. 비장애인 활동가들은 자리에 앉아 있거나 통로에 서 있는 파리 시민들에게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를 알리는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26일 오전,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휠체어에서 내려와 프랑스 파리의 지하철 바닥에서 포체투지(기어가는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특사단이 나눠준 유인물을 읽고 있는 파리 시민들. 사진 김소영
특사단의 파리에서의 첫 출근길 지하철 행동은 한국에서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의 풍경과 사뭇 달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유인물을 거절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유인물의 내용을 읽었다. 한국의 지하철 행동 때처럼 지하철 보안관과 경찰이 들이닥쳐 퇴거를 명령하거나 억지로 지하철에서 끌어내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 프랑스 시민 “파리에 와 투쟁하는 특사단에 감사”
무사히 샤틀레(Chattle)역에 도착한 특사단은 벨라이 광장(Place Joachim-du-Bellay)에 모여 출근길 지하철 행동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프랑스 시민이자 파리올림픽이 만드는 사회적 파괴에 반대하는 ‘사카즈 2024(Saccage 2024)’의 활동가 노아 파존(Noah Farjon)은 출근길 지하철 행동부터 마무리 집회까지 함께하며 특사단의 투쟁에 연대했다.
프랑스 시민이자 파리올림픽이 만드는 사회적 파괴에 반대하는 ‘사카즈 2024(Saccage 2024)’의 활동가 노아 파존(Noah Farjon)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노아는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맞아 파리에는 경찰 인력이 많이 배치가 돼있다. 올림픽의 약속 중 하나가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올림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파리에 와 용기를 갖고 투쟁하는 특사단에 감사를 전한다”고 이야기했다.
특사단이 벨라이 광장 앞에서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행동 마무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로 바라보는 에이블리즘의 패럴림픽에 반대”
특사단은 같은 날 오후 벨라이 광장에 다시 모여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철균 전장연 활동가는 “2024 파리 패럴림픽을 맞아 유럽에 특사단으로 오게 됐다”며 “패럴림픽을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에이블리즘(비장애인 중심주의)의 장이 아니라 장애인의 진정한 권리를 위한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파리 시민에게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혜 김포장애인야학 활동가는 “한국의 수도 서울의 시장인 오세훈은 ‘장애인들은 시설에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며 “장애인도 명백히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지역사회에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활동가는 “아직도 한국은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도 기약 없이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버스가 저상버스인 프랑스 파리와 달리 한국은 저상버스도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도 한 명의 사람으로서 이동하며 살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특사단이 벨라이 광장에서 진행된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고발 기자회견에서 ‘다이인 행동’을 벌이고 있다. 다이인 행동은 시위 참가자들이 공공장소나 거리에서 죽은 듯 누워있는 행동으로 전 세계에서 반전, 인권, 인종차별, 기후위기 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한 시위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사진 전장연 제공
- “특사단의 투쟁, 오세훈 서울시장 압박하고 있어”
27일, 프랑스 파리에서의 이튿날 투쟁도 올림피아드역에서의 출근길 지하철 행동으로 시작됐다.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마친 후 진행한 마무리 집회에서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은 “누구 한 명 정도는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느냐. 불편하게 하느냐’라고 할 수 있는데 장애인들이 지하철 바닥을 기어도 그렇게 말하는 시민이 없었다”며 “파리 시민에게 유인물을 전달하고 한국 장애인의 현실이 담긴 내용을 읽게 하는 것만으로도 특사단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27일 오전, 이형숙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부회장이 출근길 지하철 행동에 참여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지하철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오민혜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이 지하철에서 파리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 부회장은 “실제로 서울시가 ‘파리 특사단 신고’가 들어왔다며 급여의 출처를 내놓으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이런 서울시의 사찰은 우리의 투쟁에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사단이 벨라이 광장 앞에서 진행된 출근길 지하철 행동 마무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소영
이날 특사단은 주프랑스한국대사관에 ‘특사단이 서울시의 장애인권리 약탈에 맞서 파리에서 투쟁하고 있음을 서울시에 전할 것’, ‘한국의 장애인권리 약탈 행태를 설명하기 위해 특사단과의 면담을 진행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김경준 주프랑스한국대사관 총영사는 “서한을 최재철 대사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2024 파리 패럴림픽은 프랑스 현지 시간으로는 28일 오후 저녁 8시에, 한국 시간으로는 29일 오전 3시에 열린다.
특사단은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주프랑스한국대사관에 방문했다. 사진 김소영
특사단이 김경준 주프랑스한국대사관 총영사에게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