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39) - 영화 같은 삶
계절의 여왕 5월이 막을 내린다. 이를 축하하듯 곳곳에서 밝은 소식이 밀려온다. 주말에 폐막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영화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 영화감독 박찬욱이 감독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였고 세계를 누비고 있는 방탄소년단(BTS)은 오늘(5월 31일) 백악관에서 바이든 미국대통령을 만나 아시아증오범죄를 퇴치하고 다원성과 포용성의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의논한다. 그런가하면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프로골퍼 지은희는 엊그제 끝난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에서 한국선수 중 최고령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일이 꿈처럼 다가오는 날들이 아름다워라.
영화감독 박찬욱과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간) 제75회 칸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남부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폐막식에 참석해 수상한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일아침 본이 되는 포교활동으로 널리 알려진 목회자의 방송설교를 듣던 중 그에게 감명을 준 영화의 한 장면 묘사에 공감하였다. 그가 소개한 내용은 한국영화 ‘국제시장’, 이 영화는 2014년에 개봉하여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화제작으로 개봉당시 관람한 이후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하여 다시 보아도 감동과 흥미를 안겨주는 명화다. 목사가 목이 메어 되풀이하는 내용은 영화 마지막부분의 다음과 같은 대사, ‘아버지..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정말 힘들었어예.’.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아내가 힐끗 쳐다보며 당신도 그 중의 하나라고 속삭인다. 며칠 후가 아버지 기일, 6.25 60주년을 맞아 가솔을 이끌고 내려가신 피란길을 되짚으며 그 이름을 역사에 새겼고 30주기를 맞아 기념문집을 바쳤다. 6.25 피란길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헤어진 사촌동생은 편모슬하에서 잘 성장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정부가 인정한 임진각의 실종자명단에 아버지의 이름을 올리기도. ‘아버지, 이만하면 잘 살았지요?’
국제시장의 줄거리, 1950년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온 덕수(황정민 분)의 다섯 식구.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야 했던 덕수는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의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 남동생의 대학교 입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이역만리 독일에 광부로 떠난 덕수는 그곳에서 첫사랑이자 평생의 동반자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그는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어버린 ‘꽃분이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선장이 되고 싶었던 오랜 꿈을 접고 다시 전쟁이 한창이던 베트남으로 건너가 기술 근로자로 일하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귀국하여 온갖 세파를 이겨내며 헛헛한 노경에 이르기까지 가장의 책임을 다한 한국 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진솔하게 그렸다.
내일(6월 1일)은 지방선거의 날, 이를 감안하였는지 어제(5월 30일) TV방송의 영화 채널에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소재로 한 코믹 영화 ‘댄싱 퀸’을 방영하였다. 꽤 오래 전의 영화인데도 오늘의 사회상과 선거풍토를 적확하게 묘사한 시나리오 작가와 배역들의 연기에 전율이 느껴지기도. 공교롭게 국제시장과 댄싱 퀸의 주연배우는 황정민, 어떤 배역이든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TV에서 잡은 댄싱 퀸의 한 장면
같은 시기에 살핀 신앙 간증프로의 한 부분도 영화 같은 삶, 서울역의 노숙자들에게 매일 식사대접(컵라면과 김밥 등)을 하는 여성전도사는 병약한 자신의 몸도 돌보지 않고 스스로 벌어가며 노숙자들의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어느 날은 식사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돈이 떨어져 음식준비를 할 수 없어 애절하게 기도하는 중 걸려온 전화, 국회에서 계획한 행사가 갑자기 취소되어 준비한 도시락 4,000개를 받아가라는 기적적인 응답이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 주변에도 이처럼 영화 같은 삶이 펼쳐지기를.
* 평생을 열심히 살아온 여동생의 현재 직함은 이야기 할머니 겸 영화배우, 자주 단역에 출연하며 유명배우들과도 어울리는 늦깎이 배우에 성취가 있기를 비는 마음이다. 그 동생이 가족카톡방에 올린 영화 같은 한 장면, 코로나에 이은 경제난과 전쟁의 한 복판에 끼어든 우크라이나의 애절한 상황을 소개한다. 아침에 가족들이 사회와 이웃에 선한 영향 끼치기를 기도하였는데 그 응답일까.
‘내가 차를 훔쳤어요 - 도둑 고백에 차 주인이 한 뜻밖의 말
벌써 2시간. 그는 거리에 서있는 빨간 차 한 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금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폭탄은 여기저기서 터지고 머리 위에서는 수시로 미사일이 떨어졌죠. 가족과 함께 방공호에 피신해있던 그는 상황이 악화되자 키이우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차량도, 휘발유도 구하기 어려웠죠. 그때 눈에 띈 것이 엉망이 된 도로에 서 있는 빨간 차 한 대였습니다. 시동장치에는 열쇠가 꽂혀 있었고, 기름도 가득 들어 있었습니다. 마치 어딘가로 떠나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처럼 말입니다. 지켜보던 그는 차를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이대로는 러시아의 폭탄에 가족 모두 몰살을 당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2시간 후에도 차량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그는 차를 훔쳐 가족과 떠났습니다. 키이우에서 남서쪽으로 200㎞ 떨어진 빈니차에는 친척이 살고 있었습니다. 무사히 키이우를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그는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가 차를 훔친 탓에 누군가 키이우를 탈출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차를 뒤진 끝에 글로브박스에서 차주의 전화번호를 찾아냈습니다.
“미안합니다. 내가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 당신 차를 훔쳤어요.” 전화를 건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차 주인의 첫 마디는 뜻밖에도 "하나님 감사합니다" 였습니다. 차주는 주춤대는 그에게 “걱정 마세요. 내게는 차가 4대가 있었고 우리 가족들은 그중 한 대인 지프차로 이미 탈출했습니다” 라고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죠. “나머지 차는 기름을 채우고 열쇠를 꽂은 채로 각각 다른 장소에 세워뒀습니다. 글로브박스에는 내 전화번호를 남겼고요. 나머지 3대의 차량들에서 전부 연락이 왔어요. 곧 평화가 올 거예요. 몸조심하세요.” 차 주인은 누군가 차를 훔쳐 주기를 간절히 기도했던 겁니다. 차를 훔쳐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터를 탈출하기를,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아주기를, 그래서 전쟁 없는 세상을 다시 만나기를 바란 겁니다.
이 사연은 우크라이나의 전직 외교관인 올렉산드르 셰르바가 지난 5월 2일 빨간 차량 사진과 함께 트위터에 공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차를 훔친 이가 누구인지, 차량 주인은 또 누구인지, 그들이 여전히 생존해있는지 아무 것도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끔찍한 학살과 죽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름 모를 우크라이나 차주의 이야기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21세기에도 죽고 죽이는 전쟁을 계속하지만 그런 절망 속에서도 세상에는, 누구라도 사람이라면 반드시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작은 영웅들이 있습니다.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지옥 같은 도시 곳곳에 기름을 채운 차들을 세워둔 그 우크라이나 시민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인류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생명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동차를 내어 준 차주님의 인류애! 우크라이나 뉴스를 보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해 눈과 귀를 닫아버렸던 냉골 같은 마음에도 뜨거운 감동이...ㅠ.ㅠ 많이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