可使食無肉이언정
밥먹을 때에 고기 없을지언정
不可居無竹이라
사는 곳에 대나무 없을 수 없소
無肉令人瘦요
고기가 없으면 사람 수척하게 하고
無竹令人俗이라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 속되게 한다오
人瘦尙可肥나
사람의 수척함은 살찌게 할 수 있으나
士俗不可醫라
선비의 속됨은 고칠 수 없네
傍人笑此言하니
옆사람은 이 말 비웃기를
似高還似癡라
고상한 듯하나 도리어 어리석은 듯하다 하네
若對此君仍大嚼이면
만약 대나무 대하고서 고기 실컷 먹을 수 있다면
世間那有揚州鶴고
세상에 어찌 그런 양주학이 있겠는가.
註: 녹균헌(綠筠軒)은 ‘푸른 대나무가 있는 작은집’이란 뜻으로 승려가 거처하던 서실 이름이다. 세상에 양주학(揚州鶴)이 있을 수 없듯이 대나무를 사랑하는 고상한 삶을 살면서 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는 없음을 읊은 내용이다. 大嚼(대작)은 ‘푸주간에 들러 고기를 실컷 먹는다[過屠門而大嚼]’에서 나온 말이고 양주학(揚州鶴)이란 양주자사 벼슬을 하면서 학을 타고 훨훨 날아다니는 두가지 욕심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