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여! 날자꾸나
글/ 위 철
한 고비
풍암정(楓巖亭)을 오르면
침묵하는 사내들과
세상을 뒤집어 보려는 요가의 여인을 만난다
작은 세 오름 더 오르면
예전에 앞 뒤로 풍암․송하저수지가 있어
황새들의 먹이가 녹녹했으리라 짐작되는
황새봉(187.5M)이 가난한 표지판을 들고 서 있다
지금은 송하제는 매립되고
그 자리에 소방서가 들어서 있다
아마 송하제의 옛 물은
소방서 코끼리 아자씨들이
한껏 머금어서 화(火災) 날 때마다
가슴을 시원하게 삭혀줄 터이다
결국 홀로 남은 풍암정으로는
황새를 마땅히 떠오르게 할 수 없어
부득이 큰 조개(월드컵 경기장의 형상)를 키웠나 보다
우연인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비보(裨補)로도 족하다
비록 이러함이 황새를 다시 날게는 못하였으나
조개에서 월드컵 4강이라는 진주를 건졌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러나 정작
저수지는 조개를 먹여 살리느라
수량(水量)이 자꾸 줄어 연꽃이 뿌리체 서고
단오를 떠넘긴 창포만 엉클어졌다
‘소 발자국에 고인 물도 맑다는’ 가을
풍암제는 날로 황폐하여만 가는구나
황새여! 다시 날개를 활짝 펴
청계천에 잉어 다시 오르듯
다시 날자꾸나 황새여!
2005. 10. 10
《후기》
풍암제에 수량(물)이 감소한 원인(추정)
- 원래 염주수영장의 정화된 물이 주 수원이었으나
인근에 월드컵경기장이 들어서면서 동 수원이었던
물을 재활용하면서 급격하게 수원이 감소하였다고 봄
비보(裨補)는 도울비(裨), 기울보(補)로
인간에게 이로움을 구하고, 옷을 기우듯
주로 풍수지리에서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을
보충해 준다는 의미(장승, 솟대, 해태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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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날마다 아침이면 금당산 너머 사무실로 산을 넘고 물건너 출퇴근하더니 그럴때마다 조용히 시상을 떠올리곤 했나보네그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