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온양 언양 산불 진화 과정에서 울산시가 제시한 임도(林道) 확충, 산림 벌채 권한 완화가 반드시 실체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온다. 관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전직 산림청장까지 입을 모아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가 내놓은 건의안 정도로 치부할 게 아니라 권한 일부를 해당 지자체에 넘기는 방안을 법제화해야 한다.
지난달 발생한 울산 온양·언양 산불 피해 현장에서 김두겸 울산시장이 임상섭 산림청장에게 "임도(林道)가 부족해 산불 확산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며 임도 개설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또 "온산 삼광리 산불 당시 송전탑에 불이 붙어 일부 단전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며 "송전탑 주변 몇 m 이내에 있는 나무를 제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히 취해야 하는 조치들이다. 하지만 임도 개설, 벌채에는 중앙 정부의 협의 허락이 필요하다. 개발제한구역 내 1만㎡의 임도를 개설하려면 국토부의 승인이 필요하고 벌채는 산림청과 협의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울산은 외곽 산지나 녹지 지역 90% 이상이 개발제한구역이다. 그런데 화재진압 소방차가 드나드는 임도 하나 내는데도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러다 봄철 산불이 좀 잠잠해지면 또 나 몰라라 할 것이고 그러다 내년에 또 산불이 나면 승인권을 완화하느니 마느니 할 것 아닌가.
지난달 발생한 울주군 화장산 산불은 불이 난지 20시간 만에 주불이 잡혔다. 산속에 폭 3m짜리 임도가 있어 낮밤으로 진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도를 따라 소방차 92대와 대원 1,240명이 밤새워 물을 뿌렸다. 어두워지면서 헬기가 철수했기 때문에 밤새 이런 인력 진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잔불이 되살아나 다음날 확산됐을 수도 있다.
반면 인도가 없었던 온양읍 운화리 산불은 128시간 만에 겨우 불이 잡혔다. 낮에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려 겨우 불길을 잡아 놓으면 밤에 강풍을 타고 잔불이 살아나 다른 곳으로 번지는 식이었다. 하지만 야간에 산불 현장에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진화 인력들이 제대로 손을 쓸 수 없었다.
중앙정부가 그 권한을 꽉 움켜쥐고 있어 지방정부의 발전과 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환경 파괴, 난개발을 명분으로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막아 지금까지 울산은 주요 산업단지 조성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 권한도 법무부가 대부분 쥐고 있어 울산 조선업체들은 아직도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도개설 허가권 정도는 이제 해당 지방정부에 넘겨야 한다. 아직도 지난 1960년대 국가 주도 개발 정책 위주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중앙정부가 이런 일방통행을 버젓이 시행하고 있으니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