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느낌은 "이나영"의 연기가 담담하고 요란스럽지 않아서 좋다...이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무장해제가 된다고나 할까?
신비주의,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그런 이나영이 아닌 소탈하고 소박한 그리고 호들갑스럽고 들썩이지 않는 그녀의 모습.
드라마로 봤지만 극장에서 영화로도 상영된다고 하니 압축된 영화의 맛은 어떨까 싶기도 하다.
특별한 것을 기대하거나 무슨 스토리텔링을 원한다면 굳이 들여다 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단 그냥 진행되는 편편마다 보는 사람이 느끼면 될 스토리 전개는 있다.
하지만 강요되거나 뭔가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아도 그냥 좋을 그런 내용이고.
그저 간단한 스토리 같은데 뭔가 각자가 느껴야 하는 부분이나 시점이 다를 수는 있다.
박하경을 따라가면서 본인에게 꽂히는 부분을 찾아내거나 포인트 지점이 같아서 "아하" 라고 한다면
그게 의도하던, 예기치 않게 의도된 "박하경 여행기"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일종의 속도로 보자면 느림의 미학 정도라고나 할까?
빠른 전개로서 스피드는 없으나 잔잔하다고 느끼기엔 또 상당히 함축적인 내용이 들여다 보인다.
하지만 그런 내색 없이도 아주 간단한 대사 만으로도 그런 점을 캐치하게 된다는 것도 참 재밌다.
그래서 어쩌면 휠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보여진다고나 할까?
그렇게 느끼라고 억지춘향은 아닌데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한예리가 특별출연한 2편, 느낌적 느낌으로는 예술가의 정체성을 뭐라 표현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본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지 간에 그저 스스로의 본능을 내뱉고 털어내며 이게 바로 나야 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한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이 구축한 길을 가면서도 의문과 의심을 해야하는 건지.
자기 심취? 그 본연의 자신을 위한 퍼포먼스는 관객이나 작품을 바라보는 모두에게
작가의 심연을 이해해달라고 소리치는 것일까? 도대체 누구에게 강요되는가?
타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자의적으로 자신의 길에 빠져드는 함정이 스스로에게 탈출구였다는 의미인지
별 생각이 많이도 오갔던 예술적 마인드에 대한 고찰과 고뇌는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싶기도 했다.
포기하라고, 할만큼 했다고는 누가 지적해야 하는 걸까?
자신의 모든 것이라 주장하는, 스스로에게 나는 예술가라고 되뇌이며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가스랑이팅 하는 작가는 스스로 알 길이 없는 걸까?
관객은 작가의 표현력에 그저 박수치고 응원해야 하는 걸까?....많은 생각이 오갔다.
물론 누군가가 작품을 내었다면 작가의 의도와 평단의 평가와 그를 감상하는 제 3자의 눈은 반드시 있는 법이지만
때론 그런 모든 것들이 획일적으로 흘러가거나 강요되기도 하므로 가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경계가
작가나 평론가나 관객으로서 권리와 의무와 책무가 애매모호해지기도 한다.
역시 인정이라는 모든 것에는 어떤 의도가 숨겨져 있던 그렇지 않던지 간에
진실이 아닌 허상으로 무장한 가짜가 난무하는 법...
실제이던 이것도 저것도 아닌 가상이던 말이다.
무모하거나 용기가 차고 넘치거나... 자기 만족은 스스로 자기 승천에 이르노니.
정체성은 어떻게 찾아지는가? 간단해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은 그런 "예술" 이라는 카테고리는
어디까지의 진위 여부를 경계로 하는지 싶기도 했다.
한주간을 치열?하게 보내는 박하경 국어쌤의 고군분투 여행기가 아닌 그저 지칠 삶이 슬쩍 자신의 곁으로 치고 들어올 때
불현듯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국어쌤 박하경의 여행기는 그래서 어쩌면 당일치기 여행의 묘미도 보여주는 듯하다.
딱히 기대하지 않고 떠나지만 그래도 어떤 계획이 있기도 하고 예정에도 없이 별안간 목적지 방향이 달라지기도 한다.
소소한 일상을 꿈꾸지만 그런 소소함 조차도 사치일 현대인들의 삶자락 속에서 이나영은 크게 외치지는 않지만
주인공 박하경은 뭔가 느낌적 느낌으로 자신의 여정을 따라가며 보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게 한다.
굳이 이렇게 들여다 봐야 해 라고 말하지 않지만 그렇게 흘러들어 따라가는 제삼자의 눈은 그래서 행복할 수 있겠다.
무미건조한가 싶은데 은근히 따듯함을 선물받는 그런 "박하경의 여행기"는 그래서 더욱 강추하고 싶어진다.
그러니까 "박하경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국어쌤 박하경이 만나게 되는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타인과의 만남을 그린
명랑 유랑기라는 타이틀로 우리를 찾아들지만 타이틀과 걸맞지는 않지만
그 속에는 아주 작은 메시지들이 큰소리 내지 않고도 전달되는 힘이 있다.
또한 4년만의 대중 속으로 들어온 이나영의 덤덤한 화법과 연기가 참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서 더욱 좋다.
과장되지도 않고 목소리를 크게 하지 않아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죄다 전달된다는 것과
과하지 않은 배우 이나영의 소박하고 소탈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고
그안에서도 뭔가 찾아진다는 것은 배우의 힘이기도 하고 연출자의 힘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예리, 박인환, 선우정아, 구교환, 길해연, 박세완, 조현철, 서현우, 신현지, 심은경이
매 회차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특별출연하여 맛을 가미하니 보는 내내 그냥 마음이 젖어들기도 하고 흡족하기도 했다.
짧은 에피소드로 연결된 드라마 이기는 하지만 매회 차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는 "박하경의 여행기"는
그래서 보는 이에게 큰 울림을 전달하기도 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걷고 먹고 멍때릴 수 있다면" 이라는 부제를 달았지만 사실 그렇게 여행하기는 쉽지 않다.
숱한 여행을 다녀봤지만 늘 주어진 공간에서 취해야 할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박하경 여행기"가 주는 힘은 그렇 수도 있다 이기도 하고 불현듯 이라는 단어가 어울리기도 하고
갑자기 마주 대하게 되는 돌발상황이나 예견된 여건조차도 그저 무심하게 전달받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쨋거나 개인적으로는 만족한 "박하경 여행기"지만 또 다른 이들의 눈으로는 무엇이 어떻게 포착될지도 궁금하긴 하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 여행에의 갈망을 접지 않는다.
이 거주지 터전에서 만나는 온갖 사철 자연의 혜택 말고도 또 누리고 즐겨야 할 타지의 자연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말이다.....떠나자, 발길 닿는대로 마음이 끌리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