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814)... 고귀한 삶 103년

[辰泉(具滋文)]

靑松 건강칼럼 (814)... 고귀한 삶 103년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故 김옥라 장로 추모


연세대학교회(Yonsei University Church)의 큰 어르신 역할을 하신 김옥라(金玉羅) 장로님이 103세를 일기로 지난 8월 30일 사랑하는 가족 품을 떠나 하나님께로 돌아가셨다. 고인의 천국(天國) 환송을 위한 고별예배가 한인철 목사(연세대 명예교수, 전 연세대학교회 담임목사) 집례로 지난 9월 1일 오후 7시 연세장례식장 1층 영결식장에서 열렸다. 그리고 다음 날 사랑하는 남편(羅翼鎭 전 산업은행 총재, 1990년 8월 23일 별세) 묘 옆에 안장됐다.


고별예배는 예식사, 찬송(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기도(이대성 연세대학교회 담임목사), 성경봉독(요한복음 5장 16절), 약력소개(라재건 4남), 말씀(한인철 목사, 하나님이 택한 여성, 김옥라 장로), 동영상, 조사(한국걸스카우트 총재), 조가(대금연주, 임진옥 국립국악원 지휘자), 조사(감리교 여선교회 전국연합회장), 조가(해같이 빛나리, 무지개 중창단), 조사(정병수 각당복지재단 이사), 인사(라제훈 차남), 광고, 찬송(하나님의 독생자), 축도(한인철 목사), 헌화(다같이) 순으로 진행되었다.


고인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매주 11시 주일예배에 막내아들과 며느리와 함께 예배당 앞줄에서 예배를 보시고, 친교시간에는 교인들과 따뜻한 말씀을 나누시곤 하셨다. 필자는 김옥라 장로님도 프랑스인으로 최장수(122세)를 누린 잔 칼망(Jeanne Calment, 1875-1997) 할머니처럼 120세까지는 건강하게 생존하시리라 기대했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인간의 최대 욕망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건강하다는 것은 육체적ㆍ정신적으로 이상이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방식도 적극적이어야 하고 삶의 의욕도 높아야 한다. 사람이 건강하다면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세계적 생명과학자들은 현재 인간의 한계수명을 120세로 보고 있다. 성경(Bible) 창세기 6장3절에도 “사람은 살과 피를 지닌 육체요, 그들의 날은 120년이다(his days will be a hundred and twenty years.)”라고 기록돼 있다.


필자 부부는 2018년 9월 27일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성대히 개최된 김옥라 장로님의 백수연(百壽宴, 100th Birthday Party)에 참석하여 축하를 드렸다. 김옥라 박사님의 건강비법은 항상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가지고 매일 기도와 성경(聖經) 봉독을 하며 독서, 글쓰기, 음악 감상 등을 꾸준히 했다. 풍부한 감성으로 가족, 친지, 친구들과 지속적 만남, 이메일, 편지 등으로 교류하며, 정성을 다하여 ‘사랑’을 나누는 인간관계를 유지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잠이 안 올 때는 포도주 반잔을 마셨다.


김옥라 장로님이 올해 1월 27일 직접 ‘손’으로 쓰신 편지를 우리 부부에게 보내주셨다. 필자 부부의 금혼식(金婚式)과 저서 ‘행복한 여정 50년’ 출판을 축하해 주셨다. 김옥라 장로님의 ‘손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명윤 박사님ㆍ이행자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두 분의 ‘행복한 여정 50년’을 받은 지 많은 날짜가 흘렀습니다. 平時같으면 교회에서 뵙고 人事드렸을터인데 이상한 세상이 되어 뵙지도 못하고 감사서신도 늦어졌습니다. ‘행복한 여정 50년’을 쓰시고 金婚式을 하신 박명윤 박사님 이행자 교수님 祝賀드립니다. 하나님의 祝福이 두 분에게 넘치시기를 기도합니다. 끊임없이 文筆生活을 하시는 박명윤 박사님 그리고 여선교회 등 교회봉사에 헌신하시는 이행자 교수님, 하나님의 축복을 독차지하시고 계시어 한없이 부럽습니다. 저는 30년전에 남편을 앞서 보내고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의 싹을 틔워준 그분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음력설에 더욱 큰 福을 받으소서. 김옥라 드림”


김옥라(Dr. Oknah Kim Lah) 박사님은 1918년 9월 27일 강원도 간성에서 기독교를 믿는 가정에서 성장했으며, 1937년 감리교신학교에 입학하여 수학했다. 1942년 일본 교토 도시샤(同志社)여자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하여 1945년에 졸업했다. 1945년 광복 후 미국정청(美軍政廳), 문교부, 외자청(外資廳)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1950년 6ㆍ25전쟁 부산 피난시절에 걸스카우트(Girl Scout) 운동을 시작하여 1990년까지 한국걸스카우트 중양연합회 간사장 및 이사로 봉직했다.


한국교회 여성연합회 회장(1969-1973), 한국감리교 여선교회 전국연합회 회장(1974-1982), 세계감리교 여성연합회 동남아시아 회장(1976-1981), 세계 60개국의 회원국을 가진 세계감리교여성연합회(World Federation of Methodist Women) 회장(1981-1991), 그리고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 설립, 이사장 및 명예이사장(1986-2021)으로 활동했다.


1971년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1년에는 연세대 대학원 신학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에 일본 동지사여자대학교 명예문화박사학위를, 그리고 2007년에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명예실천신학박사학위를 수여했다. 국민훈장 동백장과 예루살렘 명예훈장을 수훈했으며, 서울시민대상, 용신봉사상, 자유민주상, 비추미여성대상, 일가상, 자랑스러운 감리교인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에는 ‘나, 하나님께 이끌리어’ ‘나의 사랑 걸 스카우트’ ‘삶과 사랑과 죽음’ ‘기록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등이 있으며, 역서에는 자원봉사 사랑의 공동체, 자원봉사의 길잡이, 홀로 남은 이를 위하며, 남녀관계에 대해 성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등이 있다.


남편(라익진(羅翼鎭) 박사: 상공부 차관, 한국산업은행 총재,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역임)이 1990년 향년 75세를 일기로 별세하여, 그 슬픔으로 인하여 거의 일 년 동안 두문불출(杜門不出)하면서 남편을 그리워했다. 이 기간 동안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면서 탄생된 것이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이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죽음’을 주제로 공개강좌를 열었다.


남편의 아호인 각당(覺堂)을 따서 ‘사회복지법인 각당복지재단(Kakdang Social Welfare Foundation)’이라는 이름으로 재정비하고 그 산하에 ‘한국자원봉사능력개발연구회’, ‘무지개호스피스연구회’,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를 두고 교육과 봉사를 체계적으로 이어가고 있으며, 1만 명 이상이 교육을 필하고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옥라 박사는 2015년 봄에 각당복지재단 명예이사장으로 추대되었고, 막내아들(라재건)과 며느리(오혜련)가 이사장과 상임이사(2021년 3월 회장 취임)를 각각 맡아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김옥라 명예이사장은 별세 전까지 사회활동을 하면서 집필도 계속했다. 매일 30명이나 되는 대가족(아들 4명, 며느리 4명, 손주 8명, 손주 며느리와 사위 5명, 증손주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기도하는 것은 가족 사랑의 극치(極致)라고 할 수 있다.


김옥라 장로님의 막내아들 부부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다. 라제건(각당복지재단 이사장, 동아알루미늄주식회사 회장) 막내아들은 ‘어머니’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거인(巨人), 하나님, 자원봉사(自願奉仕)’라고 했다. 어머니는 멀리서 남들이 대충 말하는 거인이 아니라, 가까이서 평생을 보아도 변함없는 거인이셨다. 누구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여성 거인, 그 거인을 거인이 되게 한 것은 하나님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늘 하나님과 동행했고, 하나님은 늘 어머니의 삶 속에 함께 했다. 그리고 걸스카우트, 교회여성운동, 각당복지재단으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삶은 자원봉사에 기초한 것이고, 자원봉사정신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하나님의 뜻이 이 땅 위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함,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는 소명의식(召命意識)이 가슴 깊이 있었다.


며느리 오혜련 각당복지재단 회장은 시어머니의 삶을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집약했다. 이 사랑은 하나님사랑, 나라사랑, 가족사랑, 이웃사랑으로 펼쳐졌다. 어머니는 늘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범사(凡事)에 감사하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삶을 사셨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치며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에 걸스카우트를 재건하여 차세대 여성인재를 육성했다. 한때는 매일 아침 청와대 앞에 가서 나라를 위한 기도를 했다고 한다.


김옥라 장로님은 홀시어머니를 30년 이상 고부(姑婦)갈등 없이 모신 것, 남편을 극진히 위한 것, 아들들이 아름다운 가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 그리고 3대에 걸친 30명 자손들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매일 기도하시는 것 등은 가족 사랑의 발로(發露)였다. 그리고 각당복지재단을 통한 인생 후반의 활동은 이웃사랑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사람들에게 이웃사랑의 방법을 가르쳐 준 일이기도 했다.


오혜련 며느리는 시어머니 김옥라 장로님은 평생 꿈을 가지고 도전하신 노력파, 타고난 매력적인 리더, 풍부한 감성파이였으며, 한마디로 말하면, 두 발은 대지에 굳게 딛고, 두 눈은 세계를 향해 열려있었던 가슴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품은 여인이라고 시어머니를 평한다.


한인철 목사는 김옥라 장로님을 인간적으로 보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개척하는 분이셨고, 삶에 있어서 성실하셨고, 부지런하셨다. 스스로 “나는 하나님께로부터 큰 재능은 못 받았지만, 성실성(誠實性)만은 내게 주신 큰 은사(恩賜)”라고 하였다. 일을 즐기셨고, ‘일을 해야 신바람이 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본인이 옳다고 여기면, 불이익도 감수하고, 관철하는 분이셨다. 옳은 일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가 있었고,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누구보다 용감하셨다. 장로님은 매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하는 올바른 삶일까를 고민하며 기도했고, 대답이 주어지면 주저 없이 그렇게 살았다.


각당(覺堂) 라익진 박사의 기부로 1996년에 건립된 연세대학교 대우관 지하 1층 강당 ‘각당헌(覺堂軒)’ 리모델링 준공식이 지난 6월 24일 개최되었다. 김옥라 장로는 각당헌 재봉헌식에서 짜랑짜랑한 음성으로 라익진 박사의 추모의 말씀을 했다. 연세대 백양누리 지하 1층에는 라제건(Jake Lah) 회장이 기증한 ‘라제건 홀’이 있다.


김옥라 장로님은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소중한 삶의 유산을 남겨주셨다. 장로님이 남기신 귀한 삶의 유산을 우리들 가슴 깊이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옥라 장로님은 이 세상에 아무런 여한(餘恨)도 남기지 않고 다 이루었다는 마음으로 편안히 하나님 곁으로 떠나셨다. 이제 하나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사진> 김옥라 장로 고별예배, 저서, 손 편지 등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The AsiaNㆍ시사주간 논설위원, The Jesus Times 논설고문) <청송건강칼럼(814) 202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