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
하면 정감이 묻어난다. ‘어머니’는 의례적이고 형식적이어서 딱딱한 느낌인데, ‘엄마’는 따뜻한 사랑이 감지된다. 요즘 아이들은 ‘엄마’라 하지,
‘어머니’라 부르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도 50세가 넘었는데도 모두 엄마라 부른다. 만약 계모라면 어머니라 하겠지…. ‘엄마!’, 나도 한 번
부르고 싶은 호칭이다.
부산에는
엄마 없는 아이들을 모아 기르는 마리아수녀회가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태어나 신부가 된 알로이시오 몬시뇰 신부가 부산에 와서 세운 수녀회다.
한국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를 모아 기르는 곳이다. 영아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돌본다. 이곳에서 봉사하는 수녀가 많은데 하느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려는 천사들이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수녀로 들어와 50여 년을 부모 없는 어린이들의 엄마가 된 분들이다. 엄마를 갈망하는 어린이들의
엄마가 된 것이다.
TV에서
1시간동안 ‘천상엄마’라는 제목으로 수녀들의 삶을 방송했는데 느낌이 컸다. 부모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어디 모두가 그런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이는 갈 곳이 없지 않는가. 마리아수녀회가 이 일을 맡았다. 성직자로서 하느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분들이다. 수십 명의 수녀가 몇 백 명의 어린이를 아들딸처럼 키웠다.
한
수녀는 꽃다운 나이에 수녀가 되어 이곳에 왔다. 처음에는 갓 태어난 아기를 맡아 길렀다. 사랑으로 대하니까 대변도 냄새 나는 줄 몰랐다 한다.
안아주고 업어주고 우유를 먹이며 길렀다. 몸이 아파 보대끼면 같이 아파했다. 그 때는 병원도 흔하지 않고 의료보험도 없는 때라 치료가 어려웠다.
날을 새며 열을 식히려고 물수건을 머리에 얹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엄마가 할 일을 수녀가 대신 한 것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아기는 수녀를
엄마로 알고 품에서 자랐다. 그 아기는 참 천운을 타고난 행복한 아기가 아닌가. 태어나 세 살 때까지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 정서적으로
불안하다. 성인이 되어도 정상적인 감정표현을 못해 이상한 성격을 나타내어 적응이 어렵다. 그런데 이 때 정다운 엄마를 만났으니 하늘이 내린
축복이 아닌가.
다른
수녀는 중학교에 다니는 여아를 5명 맡아 길렀다. 어머니가 해 주어야 할 일을 손수 했다. 아이들은 땀도 많이 나고 옷도 잘 더럽혔다. 교복을
일일이 손으로 빨아 다림질하여 입혔다. 성격도 다르고 버릇도 가지가지였지만 모두 받아들여 보살펴 주었다. 아침에 학교에 늦지 않도록 잠을 깨워
아침밥을 먹이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해 주었다. 학교에 모두 보내고 나면 자유시간인데 이 시간은 성당에서 기도를 했다. ‘하느님 아버지, 우리
아이들 공부 잘하고 몸 건강히 자라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라 기도했다. 그런데 이 아이들도 사춘기에 접어들고 자기주관도 있으니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여중생 5명이 있으니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치우라 했으나 방 청소를 하지 않았다. 청소하지 않았다고 나무라니 비뚤어져 말도 안하고 5층
창틀에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 내려오라고 달랬다. 이 아이가, 내가 제 엄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고 자기반성을 했다 한다. 남의 딸을 맡아
기르며 마음고생까지 하니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면 못할 일이다.
수녀복은
회색이다. 처음에는 검정색이었는데 가정을 방문하니 먼지가 묻어 표가 났다. 그 뒤부터 티가 나지 않는 회색으로 바꾸었다 한다. 천도 빨래한 뒤
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하여 실용적이다. 설립자 정신이 ‘예수님이 가난했으니 우리도 가난해야 한다.‘여서 수녀들도 가난하게 산다. 알라이시오
신부도 평생 옷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로 살았다 한다. 새 구두를 사주면 낭비한다고 혼을 냈다 한다. 수녀들도 수녀원에서 어린이들과 같이 살며
먹고 자고 기도하며 검소하게 살아간다.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떠나야 한다. 지금까지 엄마와 같이 살다 떠나야 하니 얼마나 어려웠을까. 나가서 잘 살도록 고등학교는
전자고등학교에 보내어 일자리를 얻도록 돕고 있다. 3학년 말에 산업체에 실습하러 나갈 때는 온갖 밑반찬을 만들어 한 상자씩 들려 보냈다. 실습을
마치고 취직을 하여 나가는 학생이 많았다. 자립한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 찾아온다. 어떤 여성은 결혼하여 아이를 데리고 옛 엄마를 찾아왔다.
중년의 남성도 선물을 사들고 방문했다. 1년에 한 번씩 출원자와 재원자가 한 곳에 모여 큰 행사를 갖기도 한다.
사랑에
목마른 어린이들에게 엄마의 역할을 하여 사랑을 베푸는 마리아수녀회가 있어 우리 사회는 행복하다. 피붙이가 아니지만 평생 내 자식같이 여기며 엄마
역할을 하는 수녀님들! 정말 천사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 거룩한 정신에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노 수녀의 말이 떠오른다. ‘내 얼굴이 행복하게 보이지 않아요?’ 하며 행복하다고 하셨다.
‘천사여, 마라아 수녀회의 엄마천사여!’
첫댓글 "천상의 엄마" 감상문 다시 읽어보아도 종아요!
그 크신 사랑 늘 가슴속에 품고 살아갑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언제나!!! 늘 행복합니다.
그 마음의 울림이 전달되어 이렇게 표현되어 다시 돌아오니.. 그 무엇이 행복하지 않을까 싶네요.
나만에 우리만에 수녀엄마
나이가 이십대초반에도 엄마
칠십때 할머니가 되어도 엄마
엄마라는 직업이 천직인
울 수녀엄마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