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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싼샤댐이 물을 방류하는 동안 휴대폰을 보고 있는 안전요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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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三峽)는 장강 제일의 절경 이라는 취탕샤(瞿塘峽), 우샤(巫峽), 시링샤(西陵峽)라는 세 개의 협곡을 의미하는데, 서쪽 쓰촨성에서 후베이성 이창현의 난진관까지 총길이 204km에 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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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걱정스러운 건 세계 최대 수력발전 댐인 싼샤댐입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장강(양쯔강) 중상류에 자리한 싼샤댐은 최대 저수량이 한반도 전역에 흐르는 모든 담수량의 2배 또는 일본 전역의 담수량과 맞먹을 정도입니다. 완공까지 장장 15년의 시간과 1800억위안(약 3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돼 '만리장성 이래 최대 토목공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만큼, 중국 당국이 중요 치적으로 자랑하는 대상이기도 하죠. 그러나 계속되는 폭우로 댐의 홍수조절 능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댐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재민이 4억명에 달하고 GDP의 40%가 날아갈 정도로 엄청난 피해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쑨원의 구상 이후 100년 만에 착공...역대 최다 반대 부딪쳐
싼샤댐 건설안은 1992년 전인대에서 반대와 기권 841표(33%)라는 전무후무한 이견과 함께 통과 되었다(좌)/1994년 인민일보 1면에 실린 싼샤댐 기공식 보도 기사(우)/사진=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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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샤댐은 큰 규모만큼 사연도 많습니다. 처음 싼샤댐에 대한 구상을 밝힌 사람은 중국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쑨원으로, 그는 1894년 이홍장에게 보내는 글에서 싼샤댐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싼샤댐이 1994년에 착공됐으니, 결국 쑨원이 첫 구상을 밝힌 시점에서 착공까지 100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1992년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싼샤댐 건설안이 통과 됐지만, 반대와 기권이 33%나 나올 정도로 논란이 됐습니다. 이는 만장일치가 보통인 전인대에서 역대 가장 많은 이견이 나온 사안으로 기록되고 있죠.
당시 반대의견을 표명한 이들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최고의 수리(水利) 전문가로 불리던 황완리 전 칭화대 교수 입니다. 그는 "싼샤댐은 국가와 국민에게 재앙을 부른다. 강행한다면 종국엔 댐을 폭파해야할 것"이라며 반대 근거로 수질악화와 생태계 파괴, 기후 이상, 산사태와 지진, 유물과 유적의 훼손, 수몰지역 이주민 문제 등 12가지를 들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12가지 중 상당수가 현재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황 교수가 제기한 문제점들 중 일부는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있었습니다. 싼샤 주변에 침식되기 쉬운 석회암이 많아 산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나, 이로 인한 토사가 호수 바닥에 쌓여 가뜩이나 느려진 유속으로 악화된 수질이 더 나빠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죠.
2008년 쓰촨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 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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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이후로는 지진과 산사태에 대한 논란이 자주 일고 있습니다. 싼샤댐은 공교롭게도 단층지대에 놓여 있는데, 댐에 투입된 46만t의 철근·콘크리트 무게에 막대한 양의 물의 압력이 지각 구조를 변화시키고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싼샤댐과 지진, 산사태와의 연관성을 의심할 만한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쓰촨 대지진이 발생한 장소에서 산사태로 인해 120여 명이 사망했고, 2달 뒤인 8월엔 쓰촨성 아바현에서 규모 7.0의 지진이 260여 명의 사상자를 낳았습니다.
비리가 불안감 키워..."中전역 댐 84% 결함"
싼샤댐 건설에 가장 적극적이었으며, 1989년 텐안먼 사태 강경 진압의 주역이기도 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좌)과 리펑 전 총리(우)/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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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큰 공사에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다 보니, 싼샤댐 건설 과정에서 비리와 부정부패도 횡행 했습니다. 싼샤댐은 완공 때까지 약 1800억위안(약 32조원)이 투입됐지만, 당초 예정됐던 예산은 그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죠. 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지난해 사망한 전 국무원 총리 리펑입니다. 리 전 총리는 싼샤댐 건설 공정의 총괄자 였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리 전 총리의 측근과 친인척들은 입찰 정보를 제공하거나 설비나 자재를 특정기업들에서 공급받는 대신 거액의 뇌물을 착복했습니다.
리 전 총리는 톈안먼 사태때 강경 진압을 주장해 해외에서 '6·4 학살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지만, 당으로부터 톈안먼 시위 진압 공로로 총리 이후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맡는 등 장수 권력을 누렸죠. 리 전 총리가 싼샤댐 건설을 강력히 밀어붙였던 것도 사실 톈안먼 사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함 이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싼샤댐 비리로 회부돼 피고인석에 서 있는 궈유밍 전 후베이성 부성장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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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관료 중 싼샤댐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은 궈유밍 전 후베이성 부성장입니다. 궈 부성장은 싼샤댐과 관련된 금품 수수 혐의로 시진핑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옷을 벗어야 했고, 2015년에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중국 당국이 2013년까지 싼샤댐과 관련해 공표한 불법행위는 약 80건, 사법처리 인원은 113명에 달했고, 규정위반으로 적발된 자금도 34억4500만 위안(5900억원)이나 됐죠.
부정부패와 비리는 부실공사라는 안전성 문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6월 중국 국무원에서 열린 정책 설명회에서 수리부(水利部)의 톈이탕 수재방지 국장은 "중국에 있는 9만8000개 넘는 댐 중 8만2000개 이상이 현재 혹은 잠재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돼, 즉시 보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곧, 중국 전역의 댐 10곳 중 8곳 이상이 결함이 있다는 것이고 여기엔 싼샤댐도 포함됐습니다.
中 "서구 언론이 기초지식도 없이 의도적 폄훼"
지난해 싼샤댐이 변형됐다는 소문을 낳은 구글어스 사진(우). 낮은 해상도로 인한 착시현상 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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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통신과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들은 계속 흘러나오는 싼샤댐 붕괴설에 대해 "기초 물리 지식도 없는 의도적 폄훼"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서구 언론들이 반중 정서에 젖어 싼샤댐에 대한 루머를 과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죠.
글로벌타임스는 대표적인 예로 싼샤댐을 촬영한 구글맵의 위성사진을 언급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댐의 형태가 심각하게 변형됐다는 근거로 쓰이고 있는 해당 사진에 대해 "낮은 해상도 때문이었던 것이 이미 밝혀졌다" 며 "싼샤댐의 변형 정도는 항상 1.4~26.7㎜의 설계상 허용 범위 내"라는 전문가들의 반론을 제시했습니다. 싼샤댐에 대한 서구의 지속적인 관심은 댐이 야기할 수 있는 환경과 자연변화에 대한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 측의 말대로 국제정치 차원에서 중국에 대해 갖는 경계와 의심의 증거로 볼 수도 있습니다.
1975년 8월 `75·8 대홍수`로 무너져 내린 반차오(板橋)댐 등 피해지역 모습/사진=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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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싼샤댐을 둘러싼 의심의 눈초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 건설된 댐 상당수가 결함이 있다는 보고가 있는 데다, 과거에 중국에서 실제로 댐이 무너졌던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1975년 8월 허난성을 덮친 초강력 태풍 '니나'로 인해 화이허강(淮河)유역이 3일 만에 범람하면서 반차오(板橋)댐을 비롯해 주변 댐 62개가 연달아 무너져 내렸습니다. '75·8 대홍수'로도 불리는 이 사태로 8만6000여 명의 사상자, 680만호의 가옥과 125만헥타르의 농지 침수, 11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사실을 축소 또는 은폐하는 행태도 중국 측의 공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싼샤댐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기 어렵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붕괴 가능성 낮지만...대량 방류땐 한국도 피해
중국 당국은 싼샤댐이 워낙 견고하게 지어져 앞으로 100년은 끄떡없다 장담하고 있고, 심지어 핵폭탄 공격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며 댐의 안전성을 강조합니다. 1만2000개의 모니터가 댐의 상태를 실시간 확인까지 하고 있는 만큼 붕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거죠. 그러나 설령 중국 측의 장담대로 댐이 안전하다고 해도 늘어난 방류량은 고스란히 장강 하류 지역의 침수피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여름 장강의 유출량은 평년의 2배에 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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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싼샤댐은 건설 전부터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댐 건설로 정화능력이 떨어진 호수의 오염된 담수가 남해와 서해에 일시에 대량 유입될 경우, 염분 농도와 수온이 변하는 등 해양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96년과 2016년 남해안과 제주해역의 양식장 등에서 어종들이 대량 폐사하면서 어민들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죠. 올해 장강이 한반도 방향으로 뿜어내는 담수 유출량은 이달 중순 초당 8만2000t이 넘는 등 평년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의 폭우 상황을 한국도 남의 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장강을 통해 대량의 담수가 일시에 유입될 경우, 저염분과 고수온으로 제주 등 남해와 서해 해양 생태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사진=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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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등 지자체들은 장강의 유출량과 연안 수온 변화 등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대비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주 해양수산연구원 김수강 연구사는 "중국으로부터의 담수 유출에 의한 피해 대비와 관련된 것은 전부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차원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욱이 만에 하나 장강 하류에 있는 원전 9기 중 일부가 손상돼 방사능이 유출되면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홍수로 중국 원전까지 위험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어디까지나 원전이 제대로 지어졌을 때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100%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긴 어렵습니다.
현실화하는 12가지 재앙...中지도부 정치 부담 가중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4월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21년만에 처음으로 싼샤댐을 찾았다/사진=신화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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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싼샤댐은 현대화한 중국의 모습과 자연환경에 대한 당의 통제력을 선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런데 성대하게 열린 기공식과는 달리, 싼샤댐의 준공식은 후진타오, 원자바오 등 당시 중국 수뇌는 물론 리펑 전 총리 등 건설 책임자들과 공산당 상무위원들이 모두 불참한 채 단 8분 만에 종료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최고 지도자로서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싼샤댐을 시찰하기는 했지만 올해는 아직 수해 현장을 찾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완공 후 10년도 더 지난 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것 자체가 중국 지도부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싼샤댐은 홍수 방지와 전력 공급, 물류와 관광 등 여러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치명적 문제점들이 계속 지적돼 왔습니다. 무엇보다, 중국민들의 뜻보다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결정되고 진행된 프로젝트라는 점도 논란을 더 키우고 있죠. 코로나 19 등 각종 전염병에 미국과의 마찰, 홍콩 사태까지 가뜩이나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댐을 둘러싼 우려들을 어떻게 잠재울지, 중국 지도부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