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리 회사는 여직원만 탕비실을 청소합니다. 남자들과, 규칙을 만든 여자 부장은 당번에서 제외되고요. 여직원들을 남직원 보조하는 사람으로 취급합니다. 4년차 남직원이 13년차 여사원 상급자예요. 여자 부장은 역량 문제라고 무시합니다. 기회조차 준 적 없이 청소나 시키는데 무슨 역량 타령인지, 면담하다 천불 나 죽는 줄 알았어요. 본인 딸이 이런 회사의 이런 상사 만나면 과연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남자들도 여자들과 똑같이 당번 시켜달라고 하니 난감하다고 합니다.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퇴사하면 성차별로 신고할 수 있을까요? 실업급여도 궁금하고요. (2022. 12. 닉네임 굴러굴러)
A. 21세기가 22년이나 지났는데 여직원만 청소하고, 남직원만 승진하고, 여자는 남자 일명 ‘시다바리’ 취급하는 회사라니요. 그것도 여상사가 차별을 주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직원을 역량 타령 하며 무시한다니. 진짜 천불 나네요. 199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 떠오릅니다. 담배 피우면서 일하는 남자에게 커피 타서 바치는 여성들. 청소, 복사, 심부름, 온갖 허드렛일은 여성 몫이었던 시절. 아버지가 안방에서 담배 피우던 옛날인데 2023년이 코앞인 오늘도 똑같다니, 바뀔 것 같지 않은 회사라면 ‘탈출이 답’입니다.
여자 상사, 정말 괘씸하네요. 자기도 여자이면서 성차별을 주도하고, 여성 능력 탓으로 돌리는 꼴이라니. 근데 저는 여상사보다 남직원들이 더 재수 없어요. 뻔히 여성들만 청소하는 걸 볼 텐데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고, 차별을 즐기며 회사를 주도하는 인간들. 근데요. 얼마나 잘나가는 기업인지 모르겠지만, 회사 힘들어지면 여성 먼저 자르고, 능력 떨어지는, 혹은 사장 눈 밖에 난 남자들 쫓아내겠죠. 사장과 임원들은 아무 책임 안 질 테고요. 노동 현장에서 25년 동안 봐왔던 일입니다.
여직원들에게만 밥 짓기와 빨래를 강요했던 전북 남원의 새마을금고 기억나시나요? 거기도 여상사가 주도했어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 성희롱, 성차별, 임금체불까지 드러났고, 이사장 포함, 차별과 괴롭힘 주역 3명이 해임됐죠.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은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갔고요. 여직원들이 문제 제기했을 때 남직원 누구라도 동조했다면 어땠을까요?
사실 진짜 잘못은 사장에게 있어요. 굴러굴러님 회사에서 전에는 사장실 청소도 시켰다면서요. 세상 달라져서 눈치 보이니까 ‘제 방’ 청소는 안 시키지만, 손님 오면 여직원 커피 타게 하고 설거지 시키는 건 여전히 당연한가요? 사장이 텀블러 갖고 다니면서 ‘제 커피’ 제가 타고 설거지하면 모양 빠지나요?
굴러굴러님, 때려치우더라도 증거를 충분히 모으세요. 여상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장은 고용상 성차별로 신고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