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려면>
: 개혁은 내가 변하는 것이다
밥그릇혈맹 해체없는 개혁은 없다
1.
예전에 외국계 회사 다니던 친구 얘기가 자기회사는 회사 비품이나 자재구입 때 영업사원 개별 접촉을 하지않는다고 했다. 사양만 알려주고 견적서를 팩스로만 받는단다. 정 설명이 필요할 경우만 회사로 부른단다. 사적인 루트를 원천배제함으로써 회사에 입을 피해를 최소화시키는것이다.
2.
이해충돌방지다. 이해충돌의 원뜻은 공직자가 자신의 사적인 이해를 위해여 공직을 이용할 기회를 가지게 되는 잠재적 갈등상황으로, 사적인 금품을 주고받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는 공익의 손실을 초래하는 부패라고 할 수는 없으나 과정상 부패로 전환될 수 있는 전단계이다. 이해충돌을 방치하면 부패로 연결된다.
3.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는 2017년 8월부터 아파트에 개인회사를 차려 30여건의 청와대 지자체 행사를 수주받았다. 이중 17건은 수의계약이다. '노바운더리' 대표는 탁현민이 하던 기획사 조연출. 탁현민은 국가에 월급을 받으며 직책을 이용해 자기 돈벌이를 했다. 이해충돌을 넘어선 반칙이다.
4.
지난 4월 서울시 교육청은 직원 4명인 컴퓨터 부품회사에서 서울 지역 유치원생과 초중고생에 지급된 품질이 조악한 베트남산 필터 교체형 천 마스크 240만장을 납품받았다. 납품 가격도 장 당 2500원으로 같은 시기 교육청이 조달청을 통해 구매한 공적마스크에 비해 2배 넘게 비쌌다.
5.
한 지자체는 단체장의 측근 회사에 용역을 발주하거나 물품을 주기위해 '사전모의'를 한다고 한다. 즉 공개입찰의 맹점을 이용하여 사전에 계약조건을 미리 입맞추고 다른 회사들이 단기간에 준비하지 못할 구비서류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입찰공고를 올리고 이내 내려버린다. 가격도 높게 만든단다. 앞의 서울교육청 마스크 입찰공고도 금요일 올렸다가 월요일 내렸다.
6.
허인회는 친분 있는 국회의원·지자체장 등에게 청탁해주는 대가로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4억정도를 챙기고 2억원을 더 받기로 약속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예산 신설 또는 증액 요청, 사업 대상지 선정 청탁·알선, 쓰레기 침출수 처리장 위치 변경 등 전방위적 로비다. 서울시와 태양광 사업도 문제가 일었다.
7.
전부 자칭 '진보' 권력이 저지르고 있는 일들이다. 이들의 생각속엔 "니들은 더해먹지 않았느냐"는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 세상은 안바뀐다. 조국을 옹호하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니들은 거악이면서 겨우 표창장이나 인턴십 위조 하나 가지고 시비를거냐는 것이다. 툭하면 전두환 언급한다.
8.
지난 참여정부 출범 직후 정치권에 있던 한 선배는 돈 좀 벌어야겠다며 나에게 돈되는 일 한번 알아보라 했다. 일면 동정과 이해는 가면서도 당시 술자리에서 한나라당을 차떼기라 게거품 물던 장면이 떠올라 씁쓸했다. 지금도 국회앞에서 정칫밥먹는 나한테 이런저런 로비껀들이 가끔 들어온다.
9.
이러면 세상 안바뀐다. 니들이 해먹었었으니 나도 해먹겠다면 세상은 주체만 바뀌었을뿐 그대로 흘러간다. 손혜원 전 의원은 공직활동을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대거 매입하고 지인들에게 투자까지 권유했다. 손의원이 투기가 아니라고 주장하는것은 '이해충돌' 회피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탓이다.
10.
물론 한쪽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인 특유의 지학혈연 패거리 가족주의 문화가 만들어내는 측면이 크다. 중세적 문화습속이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문서 위조를 한 전직 법무장관을 옹호하는 백서따위를 만드는 촌스러운 짓거리, 끼리끼리 밥그릇 챙겨주고 그 힘으로 정권 사수하는 속에서 변화와 개혁은 공염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