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주차'는 재물손괴죄 財物損壞罪

[能田]

황용 변호사의 차폭 시리즈 ② 보복 주차

(월간현대경영 2023년 9월호/황용 변호사)

'보복 주차'는 재물손괴죄 財物損壞罪

A씨는 지난 2018년 7월 경 서울 노원구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공터에서 평소 자신이 굴삭기 주차하는 곳에 B씨의 차가 주차된 것을 보고, B씨의 차 앞뒤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부품을 바짝 붙여 놓는 보복 주차를 했다. 이와 같은 A씨의 행위로 인하여, B씬ㄴ 굴삭기 부품을 제거하는 약 18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할 수 없었다. A씨의 행위는 명백한 보복 주차였다.

보복 주차는 위 사례처럼 자신이 평소 주차하는 곳에 다른 차가 주차된 것에 불만을 품거나, 혹은 영업장에서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영업을 방해하려는 등 다양한 의도에 따라 이뤄지는데, 생각보다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행해지고 있다. 이처럼 보복 주차가 빈번히 이뤄지는 것은 운전자들이 설상 보복 주차를 하더라도 약간의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 외에 별다른 제재가 없다고 여기는 안일한 생각과, 보복 주차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복주차는 엄연한 범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실제로 위에서 소개한 A씨의 사례의 경우, 대법원은 A씨의 행위는 B씨의 승용차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B씨의 승용차에 대한 효용을 해한 경우로 판단하여,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형 50만원을 선고하였다. (2021년 5월)

또한 보복 주차가 영업 방해를 야기한다면 형법 제314조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여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그리고 보복 주차를 한 장소가 도로교통법 제32조, 제33조에 규정된 주차금지 장소인 교차로, 횡단보도, 버스여객자동차의 정류지 등으로부터 10m 이내의 곳, 소방용수시설 등이 설치된 곳, 어린이 보호구역, 터널 안 및 다리 위 등인 경우에는, 동법 제35조에 의하여 강제견인, 매각 또는 폐차 등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고, 동법 제156조에 의하여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수 있다.

이처럼 보복 주차는 단순히 과태료를 받는 것 외에, 범죄로 인정되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즉 보복 주차는 명백히 범죄로 인정될 수 있는 중대한 법의 침해 행위로, 다수의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차폭’이다. 절대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서는 안 될 사안으로, 보복 주차를 다소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변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한국에서 선진 운전문화 구축을 위하여 운전자들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필잔ㄴ 서슴없이 ‘관용의 정신’이라고 하겠다. 관용의 정신, 즉 타인을 배려하고 인정하며, 상대의 잘못을 너그러이 용서하는 마음 자세를 갖추는 것 이야말로, 운전자들이 현재 향유하고 있는 문명의 이기의 대표주자 격인 자동차의 선진 기술에 걸맞은 교통문화라고 생각한다. 관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보복 주차가 절대적으로 근절되어야 할, 다수의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후진 운전 문화임을 인식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 변화와 노력이 이뤄지길 바란다.

황 용 변호사

전 서울 지방변호사회 법제위원

현 서울 지방변호사회 교육위원

현 대한변호사협회 실무제도개선위원

현 대법원 등 국선변호인

현 상림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