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풍화기(春風和氣·봄날의 따뜻한 바람과 화창한 기운)가 머리 위로, 발아래로 차고 넘쳐난다. 집 밖을 나서면 지천이 봄의 향연이다. 이런 날 집 안에만 있으면 계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 나서보자. 봄이라 어딜 가도 좋지만,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가 가득한 전북 전주는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전주의 자랑, 전주한옥마을
700여채의 기와집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은 전주를 대표하는 명소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인지라 이름만으로도 설명이 충분할 정도다.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 그런지 친숙하면서도 뭔가 낯선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기왓장으로 뒤덮인 건물들, 그 안을 채운 현대적인 감성의 상점들, 목련·벚꽃·개나리 등 거리를 수놓은 꽃들, 마을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연출하는 풍경은 영화 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마을에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을 봉안해 둔 경기전(慶基殿), 유럽풍의 건축미가 물씬 느껴지는 전동성당,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목대 등 볼거리가 넘친다. 이곳저곳 돌아보고 싶은 마음은 저절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굵직굵직한 장소 외에도 좁은 골목길마다 들어선 한옥과 담벼락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멋스런 한복을 입고 거닐어도 좋고, 전동 오토바이를 타고 유유히 드라이브를 즐겨도 좋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느새 시곗바늘이 저만큼 움직여 있다.
다채로운 먹거리와 함께 게스트하우스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마을에서 모든 것을 한번에 다 해결 가능하다.
아름다운 자만벽화마을
한옥마을의 인기에 힘입어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다. 한옥마을에서 걸어서 1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이 마을은 2013년 벽화가 그려지면서 탐방 코스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비탈진 언덕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주택가 담벼락에는 각양각색의 벽화가 시선을 붙잡는다. 언덕길을 오르는 게 의외로 다리를 무겁게 하지만 벽화를 감상하며 한걸음씩 떼다보면 힘든 것도 잊는다.
자만벽화마을은 색색이 칠해진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골목을 채운 벽화들은 하나하나가 카메라 렌즈에 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한국과 일본의 인기 만화는 물론이고, 유명 화가의 화풍을 따른 그림과 다양한 창작 그림들이 탐방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벽화를 구경하다 지치면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봄바람과 오리배의 조합, 덕진공원
전북대학교 인근에는 연꽃으로 유명한 덕진호가 있다. 이 덕진호를 둘러싸고 조성된 공원이 바로 덕진공원이다. 연꽃은 5월에나 볼 수 있지만, 이맘때 가도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덕진공원은 명물은 호수를 가로지르는 현수교인 ‘연화교’와 호수 안에 솟은 정자인 ‘연화정’이다. 40년 가까이 된 다리는 다소 낡은 느낌이 들지만 호수 위를 이렇게 낮게 지나갈 기회가 흔치 않아 기분은 새롭다.
호반 한편에서는 오리배도 탈 수 있다. 특히 전동 오리배는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유유자적 호수 위를 누빌 수 있어 봄바람 맞으며 여유를 즐기기에 딱이다. 오리배에 몸을 맡긴 채 석양을 바라보며 물 위를 노닐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전주=김동욱, 사진=김덕영 기자 jk815@nongmin.com
전주에서 꼭 맛보고 가야 할 …
육·해·공 귀한 음식 다 모인 산해진미의 정석 전주한정식
고소한 수란과 함께 즐기는 대표적 서민 음식 콩나물국밥
●눈과 입으로 맛보는 전주한정식
전주는 먹거리의 고장이기도 하다. 유명한 음식이 워낙 많아서 무얼 먹어야 할지 고민거리라면 육·해·공 진미를 모두 맛볼 수 있는 한정식을 선택해보자. 서해에서 건져 올린 신선한 해산물과 기름진 평야지대에서 생산된 곡식, 산간지대에서 채취한 각종 산나물은 일찍부터 전주의 음식문화를 풍성하게 했다.
한정식을 접하면 상차림에 한번 놀라고, 그 맛에 또 한번 놀란다. 삼합·떡갈비·잡채·모둠전·훈제오리·간장게장 등 산해진미를 음미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모주를 부르는 콩나물국밥
전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전주콩나물국밥이다. 남부시장식과 삼백집식의 두가지 조리법이 있지만 대표적 서민 음식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 가운데 밥과 국물이 담긴 뚝배기에 국물을 토렴해 먹는 남부시장식은 뜨겁지 않아 먹기 수월하다.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오는 수란은 국밥에 넣어 함께 먹어도 좋고 국물 몇숟가락 끼얹고 섞어서 그대로 마셔도 그만이다. 여기다 전주의 전통주인 모주 한잔 곁들이면 금상첨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