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늙은 필부(匹夫)의 기도(祈禱),
기도합니다,
세상 모두가 독한 술에 취해 비틀 거릴 때
맨 정신인 나는 어떻게 처신해야 합니까,
그들처럼 비틀거려야 합니까,
아니면 그냥 곳곳이 서있어야 합니까,
방법을 주시옵어서,
그러므로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다 가게해 주시기를 애원하며 기도합니다,
제발 짐승만도 못하다는 말은 듣지 않고
살다 갈 수 있을 기도합니다,
나는 되고 너는 안되는 억지 같은 모순은
대체 어느 나라 법이 그렇습니까,
왜 세상천지는 아름다운 무지개 색깔보다
어둡고 칙칙한 색채들이 더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숲에서 우는 새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지나쳐서 방종이 아니라
절제마저 해치지 않는 그저 자연스러움
만으로도 느낌을 얻는 해맑은 미소 같은
그런 평화로운 편안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라옵견대 당치 않게 너무 커서 버거운
선물 보다 작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반쯤 비운 마음으로 채우고 싶습니다,
너무 큰 바램은 차라리 무거운 짐이니까요,
가끔은 훌훌 털고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지만
그럴수록 신들린 선무당처럼
힘들게 지워낸 기억마저 들춰내서
닦아내도 마르지 않을 눈물을 나게 합니다,
진정 우리는 무에서 유를 얻는 삶입니까
아니면 지나온 시간의 유물로 사는 걸까요,
참으로 세상 무섭습니다,
어제 네발로 기던 아이가 오늘 청년이 되고
내일은 어른이 됩니다,
그렇다고 나이가 벼슬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나이를 지팡이 되신 막대기로 쓰려 합니까,
바라옵건대 나이를 무기로 주책없이 여기저기
참견하는 일이 없기를,
낄 자리 말아야 할 자리마저 구별하지 못하는
망령된 늙은이가 되지 않기를 어른으로서
올바른 처신을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옵기를
기도합니다,
좋으면 웃고 싫으면 찡그리는 건 표현의
방법이지만 그것마저 가식으로 가리고 산다면
진정 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합니까,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못 산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너무 흙탕물이어서 오히려
물고기가 살 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한마디로 너무 진흙탕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진흙탕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연꽃 같은 삶의 지혜를 주시옵어서,
이름은 있지만 불러주지 않아서 잡초로
살아가는 풀처럼,
가난하고 못 사는 필부지만
한 번쯤 꽃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게
기회의 마당을 내주시옵기를 간곡히 기도합니다,
바람이 잠든 나뭇가지가 너무 조용해서
바람마저 달빛 그림자마저 돌아가는 가을밤입니다,
어쩌면 제 인생도 가을밤에 걸린 조각달처럼
그렇게 저물어가는 시간에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절망에서 우리를 구해 내는 건 기적이 아니라
희망이었던 것처럼 지금 이 수간에도 희망을 꿈꿉니다,
한순간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내 인생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