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부활 제4주간 화요일>(2023. 5. 2. 화)(요한 10,22-30)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예수님께서는 성전 안에 있는 솔로몬 주랑을 거닐고 계셨는데,
유다인들이 그분을 둘러싸고 말하였다. ‘당신은 언제까지
우리 속을 태울 작정이오?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요한 10,23-24)”
여기서 유대인들이 한 말은, 예수님을 믿고 싶어서 한 말이
아니라, 예수님을 고발할 증거를 확보하려고 한 말입니다.
앞의 9장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그의 부모는 유다인들이 두려워 이렇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고백하면 회당에서 내쫓기로
유다인들이 이미 합의하였기 때문이다(요한 9,22).”
회당에서 내쫓는다는 말은 ‘파문’을 뜻합니다.
<그 일은, 유대인들이 “예수를 메시아라고 고백하는 것은
‘이단’이다.” 라고 판단했음을 나타냅니다.>
그래서 유대인들이 예수님께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 라고 말한 것은, 메시아라고 자칭했음을
자백하라고 강요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고 있는 신앙인들도
기도할 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신이 정말로 주님이시라면(정말로 저를 사랑하신다면)
저의 소원을 들어 주십시오.”, 라고
기도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기도를 바치는 것은,
자신의 믿음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일이 될 뿐입니다.
기도는 겸손하게 간청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이라는 것을(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라는 것 같은 기도는 올바른 기도가 아닙니다.
신앙인이 자기의 사정을 모두 주님께 말씀드리고,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기도를 하는 것은 잘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사정을 언제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는,
즉 기도의 결과는 주님을 믿고 주님께 맡겨 드려야 합니다.>
“내가 이미 말하였는데도 너희는 믿지 않는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하는 일들이 나를 증언한다. 그러나 너희는 믿지 않는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을 나에게 주신 내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위대하시어,
아무도 그들을 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갈 수 없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요한 10,25-30).”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안 믿은 것은 믿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왜 싫어했을까? 시골의 가난한 목수라는 편견 때문일 수도
있고, 회개하라는 말씀이 듣기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예수님께서 ‘세속의 복’을 주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으시고
‘영적인 구원’만 말씀하셨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든 25절의 “너희는 믿지 않는다.” 라는 말씀은, “왜 나를
믿지 않느냐?” 라고 안타까워하시는 말씀으로 해석됩니다.
26절의 “너희는 믿지 않는다. 너희가 내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는 말씀은, “나를 믿어서 나의 양이 되어라.” 라고
호소하시는 말씀으로 해석됩니다.
<믿기를 거부하는 것은 양이 되기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목자가 주는 생명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주는데도 안 받겠다고 거부하는 자들은
자기들이 거부해서 못 받게 됩니다.>
27절의 말씀은, 예수님의 양이 되려는 사람들과 이미 예수님의
양이 되어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지침’입니다.
1)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이 말씀은 당신의 ‘목소리만’ 들어야 한다는 말씀이기도 하고,
들은 다음에는, ‘들은 것’을 실천하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2) “나는 그들을 알고”
이 말씀은 당신의 양들의 사정을 잘 알고 계신다는 뜻이기도
하고, 당신의 양들을 지극히 사랑하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계시는 분이고,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뜻과 예수님의 사랑을 의심하면 안 됩니다.>
3) “그들은 나를 따른다.”
이 말씀은 “너희는 언제나 항상 나를 따라라.” 라는 뜻입니다.
양들이 목자의 뒤를 따라가듯이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뒤를 잘 따라가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뒤만 따라가야 합니다.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소리를 듣는 사람은
목자의 뒤를 따르는 길에서 벗어나서 방황하게 될 것입니다.>
28절의 말씀은 ‘약속’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양으로서 사는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 라는
말씀은, 당신의 주권은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임을
강조하신 말씀인데, 여기서 ‘아무도’ 라는 말은,
‘악의 세력’과 ‘죽음의 세력’을 가리킵니다.
그것들은 예수님의 구원사업을 방해하지 못합니다.
29절의 말씀은, 당신의 구원사업은 곧 아버지 하느님의
구원사업이라는 것을 강조하신 말씀입니다.
28절의 ‘내 손에서’ 라는 말이 29절에서는 ‘내 아버지의 손에서’
라는 말로 바뀌었는데, 이것은 “예수님께서 하시는 일은 곧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내 아버지께서는 누구보다도 위대하시어” 라는 말씀은,
“하느님은 절대자이신 분이기 때문에” 라는 뜻입니다.
절대자이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막거나 방해할 수 있는 존재는 없습니다.
30절의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라는 말씀은,
하느님과 예수님은 완전히 하나로 일치되어 있다는 뜻인데,
“예수님은 곧 하느님”이라는 우리 교회의 신앙고백이기도 합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양들이 목자의 뒤를 따라가듯이
신앙인들은 예수님의 뒤를 잘 따라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