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856
화엄 세계-096
동봉
제8문 결탄굉원
참다웁게 이르건대 항상하는 묘설이요
시방세계 소통하는 크고크신 규범이며
참된성품 칭합하는 궁극적인 말씀이요
일승원교 크신법문 종요로운 궤범이라
原文/第八門 結歎宏遠
眞可謂常恒之妙說 通方之洪規
稱性之極談 一乘之要軌也
-----♡-----
청량국사 징관의 화엄경 왕복서를
십문十門으로 나누었습니다
이를테면 <금강반야바라밀경>이
본디 하나의 긴 서책이었는데
중국 양나라 무제의 아들인
소명태자(501~531)가
그 긴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서른두 단락으로 나누었듯이
이해를 돕기 위해 쪼갠 것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잘한 일입니다
노랫말도 1절 2절 3절 등이 있고
굿거리에도 도드리, 세마치
엇모리, 중모리장단과
중중모리, 진양조, 휘모리
자진모리, 엇중모리가 있어
지루하지 않도록 이끌어갑니다
이와 같이 39품의 화엄경에서도
쉼표는 필수불가결必須不可缺이지요
화엄경은 워낙 굉원하니 그렇다 치고
왕복서 자체는 긴 게 아니라고요?
물론 그렇긴 그렇다 하더라도
위에서 노랫말을 예로 든 것처럼
어디서나 쉼표는 필요합니다
왕복서를 나눈 열 단락 중에서
일곱 단락七門은 앞서 끝나고
이제부터 여덟 번째第八門입니다
주제가 '결탄굉원結歎宏遠'인데
이토록 아름다운 화엄 세계가
얼마나 크고 길고 멀면서도
또한 얼마나 잘 짜였고
심오하고도 아름다운가를
노래로 찬탄하고 기린 것입니다
부피가 큼을 굉宏이라 하고
거리와 시간의 오램이 원遠입니다
요즘은 굉원보다 굉장을 즐겨 씁니다
굉장히 크다
굉장히 멀다
굉장히 무겁다
굉장히 아름답다
모두가 찬미의 그림씨形容詞지요
이런 그림씨는 뜻밖의 크고 넓고
대단하기 때문에 어울리는데
작은 것 보잘것없는 데도
굉장이란 말을 씁니다
이를테면 굉장히 작다
광장히 가늘다
광장히 좁다처럼
굉장이란 단어에 들어 있는
크다 장하다의 의미와 다르기에
이럴 경우에는 '굉장'보다는
매우나 아주가 어울릴 것입니다
따라서 크게 작다라든가
장하게 약하다 따위는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닙니다
'굉원宏遠하다'는 그림씨입니다
굉장히 넓고 멀다는 의미이며
나아가서는 생각과 논리가
꽤 심오하다는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망막하다
망망하다 따위가 있습니다
앞에서 살핀 것과 마찬가지로
굉장宏壯, 굉장하다가 있습니다
굉宏은 새김이 부피로 큼이고
장壯은 새김이 장함입니다
클 굉宏 자를 보면 지붕의 뜻을 지닌
갓머리宀, 집 면宀 자가 있습니다
갓머리는 지붕의 뜻과 함께
우주宇宙를 의미합니다
지붕은 건축물보다 더 넓지요
그래야 빗물이 스며들지 않으니까요
마찬가지 우주도 땅을 덮습니다
하늘은 지구를 감싸고 있지요
꼭 천문학이 아니라 하더라도
육안으로 볼 때 하늘은 드넓습니다
멀 원遠 자는 멀다, 심오하다와 함께
오래라고 하는 시간성 글자입니다
거리에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먼 길을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다름 아닌 옷袁과 신발입니다
그래서 쉬엄쉬엄 갈 착辶자 위에
옷깃 원袁 자를 살짝 실은 모습입니다
-----♡-----
불전 굄이 참 아름답지요?/사진 동봉
-----♡-----
11/12/2022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