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세밑 한파속 23년째 이어진 따스한 선행이다.
27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발신자표시’가 제한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성산교회 인근 유치원 차량 오른쪽 바퀴 아래 (성금을) 놓았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말하고 끊었다.
이에 직원들이 교회 앞 차량에서 종이상자를 찾았다. 상자 안에는 돈다발과 돼지저금통, 쪽지가 들어 있었다.
전주시는 이날 오후 1시30분 주민센터에서 성금 액수와 내용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 4월을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에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옆에 수천만원이 담긴 상자를 몰래 놓고 사라진 사람에게 붙여진 이름이다. 이후 전국에 익명 기부 바이러스를 전파시켰다. 그동안 기부한 금액은 23차례(2002년엔 두차례 기부) 8억 872만8110원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에도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7009만4960원을 두고 갔다.
특히 2019년에는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놓고 간 6000여만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천사의 선행은 멈추지 않았다.
전주시는 지난해까지 천사가 보내온 기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6158가구에 쌀과 현금, 연탄 등을 선물했다. 노송동에 거주하는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 매년 장학금도 주고 있다.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천사의 뜻을 널리 기리고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불우이웃을 돕는 다채로운 나눔과 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표지석과 천사기념관도 세웠다. 표지석에는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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