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에만 제사가 두번있어서 땀 많고 더위에 약한 저는
속으로 이런 푸념 많이했었습니다.
아...
그 좋은 계절 다 놔두고 왜 하필 여름에 돌아가셔서 후손들이 이 고생을 하게 하시나..-,,-
그런데 나이가 먹으면서
자식들, 손주들,,, 그 이쁜 내 살붙이 떼놓고 홀로 가야 하는 그 길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까...하는 생각이 더 커집니다.
언젠가는 나도 가야 하는 길이므로...
7월이 기일이었던 시조부님 아내되시는 시조모님 제사가 일요일 이었습니다.
달로는 한 달 상간이지만 할아버님은 종손인 손자가 백일 무렵 되었을 때 돌아가셨고
할머님께선 그 손자가 군에 입대하던 해에 돌아가셨다 합니다.
충청도 지방에서 사실 젯상에 올리는 제수중 가장 비싼 음식은 아마 소고기산적이 아닐까싶어요.^^
바닷가에는 제수의 종류도 엄청나고 거의 '남의 살'이 많아 제사 한 번 지내면
동네사람 다 불러 잔치를 연다고 하는데 산간지방은 나물이 많고 산적으로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
이 정도가 답니다.
친정도 종가여서 많이 보고 자랐기 때문인지
종가 종손에, 것두 외아들과 결혼해 내가 종부가 되야한다는 것에 뭐 그닥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슴다..ㅋ
우리 할아버진 일본에서 건너오신 분이라 종가여도 제사는 단촐했는데 시댁의 제사는
그 수가 어마어마...- -;;;
여튼 결혼할 때 엄마는 제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그 집 방식을 새로 배워야한다.
절대로 제사 지낼 때, 우리집에선 다르게 했다는둥 그런 말을 하지 말아라.
시어머님께서 가르쳐 주시는대로 배워라..등등
당부를 하셨습니다.
전 물론 엄마 말씀 충실히 이행했지요.^^
근데 얼마간의 세월이 흐른 후 이거 딱 하나만은 제가 바꿨습니다.^^
어머님께선 제사 때 늘 등심을 떠다가 밑간해 구워놓으셨습니다.
그런데 미리 만들어 놓다보니 고기가 굳어버려 거의 먹지도 못하고 끝내 버리시드라구요..
어머님께서 제사를 주관하시던 기간까지는 물론 엄마 말씀을 따랐지용~^^
제가 제사를 모셔 온 후에 소고기 산적을 친정 방식으로 바꾼 것이 이 육전입니다.^^
그결과
시어머님과 모든 분께 칭찬을 많~이 받았습니당~^^
고깃집 아저시께 채끝등심을 3미리 두께로 썰어 달라고해서 준비합니다.
가끔, 그렇게 얇게는 못 썬다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럼 5미리로 썰어 달라고하세요.
그것도 안된다 하면? 다른 정육점으로 가는거져 뭐 ㅋㅋ
채반에 펴놓고 허브솔트 골고루 뿌려 밑간합니다.
그리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하룻밤 꾸득하게 말려줍니다.
아침에 부칠꺼라면 자기 전에 베란다에 내놓고 잡니다.
겉이 꾸득해진거 보이시죠?^^
커다란 봉투에 튀김가루나 부침가루 넣고 소고기도 넣고 사정 없이 흔들어줍니다.
가루가 고르게 잘 묻혀집니다.
가루가 너무 많이 묻혀지면 계란물 입힐 때 공기방울이 생기므로 잘 털어줍니다.
풀어 놓은 계란물 흠뻑 입혀주고,,,
잘 달궈진 넓은 팬에 기름 둘러 올려주고 계란물이 입혀지지 않은 부분에
수저로 계란물을 올려주세요.
불은 중불로합니다.
소고기는 오래 익히면 질겨지는데다 이건 꾸득하게 말린 것이라 핏물이 올라오지 않으니
게란이 노릇할 정도로만 구워 주면 된답니다.
채반에 종이호일 깔아 기름기를 빼주세요.
그냥 반찬이나 안주로 먹을거라면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부치면 편하겠지요.^^
가끔 반찬으로, 상차림용으로 준비해도 손색 없습니다^^
채끝등심이 원채 연한 부위인데다 표면이 말라 코팅역할을해서 육즙이 빠지지 않아
차갑게 식었을 때 먹어도 아주아주 부드럽답니다.^6^
7월 할아버님 제사 때 저희집 제사상 소개했었어요.
사실 시부모님 제사나 명절에는 음식의 가짓수도 늘고 양도 많아집니다.
그 외 제사는 딱 정해진 기본만 하지요.^^
물론 간장이나 식혜, 김, 밥,국 까지 포함해서지만
기본만 한대도 사실 가짓수로는 서른가지가 훨씬 넘습니다.
서른 여섯가지정도 되는듯^.^
제가 안은 책임이기에 기꺼이 정성으로 제사를 모시고는 있지만
이 문화가 우리代 에서 끝나길 바라는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들수록 몸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
사람들의 사고는 하루하루 달라지고 있으며
여러 가정에서 제사가 시댁과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합니다.
37대 종손인 큰아덜 녀석을 보고 있자면
내가 죽을 때까지는 열심히, 정말 정성껏 모실테니 제발 아이들에게는 물려 주지 않았으면 하는
그 마음이 더 커집니다...- -
물론 다음 세대에서는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큰 갈등 없이
순리대로 사라질수도 있겠지요^.^
늘 더 좋은 날을 위하여^^ 슈기네 밥상 스케치^^ http://blog.daum.net/hahee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