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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행복한 노후 원문보기 글쓴이: 메트로
http://mn.kbs.co.kr/news/view.do?ncd=3283276
노인이 외면하는 실버타운
2016.05.22
열쇳말 =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노인복지주택분양
노인복지주택=(속칭)실버타운, 복지시설
공공실버주택=노인전용임대아파트, 아파트
<프롤로그>
서울 북한산 초입.
화려한 석재로 마감한 5층짜리 건물이 눈에 띕니다.
지난 2006년 완공한 160여 세대 규모의 노인복지주택. 즉 실버타운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고 창문도 모두 닫혀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은 듯 계단은 풀로 뒤덮혔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 : "운영을 하다가 공과금 못내가지고 끊겼어요. 전기 수도가....그래서 다 나갔어요"
건물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실내는 텅텅 비어있고 대낮인데도 을씨년스럽습니다.
고품격 노인복지주택을 내세웠지만 분양에 실패하면서 아무도 살지 않게 된 겁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거래는 전혀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인근 부동산 : "분양을 해가지고 수익이 나야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안하는거죠. 이게 잘 안될 것 같으니까..지금 경기도 안좋잖아요."
<기자 오프닝>
실버타운, 즉 노인복지주택은 60살 이상의 노인들만 거주할 수 있는 노인복지시설입니다.
1990년대 중반쯤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노인복지주택 상당수는 실패하거나 원래 취지를 벗어나 편법 운영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노인 복지를 위한다지만 정작 노인들은 외면하는 노인복지주택의 실태,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중세 유럽의 성 같은 외관" "선진국의 타운하우스를 그대로 재현"
경기도에 위치한 한 실버타운의 분양 당시 광고 영상입니다.
수영장과 사우나, 영화관 등 초호화 시설을 갖춘 최고의 실버타운이라는 내용입니다.
3.3㎡당 최고 3천만 원을 넘는 분양가도 화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고, 이는 곧 경영 위기를 불렀습니다.
<녹취> 간호사 : "경영 악화가 되면서 일하시던 의사 선생님들 그만 두신 상황이구요. 그래서 저 혼자..."
입주자들이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매각을 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고 싶어도 그마저도 쉽지 않아졌습니다.
<녹취> 노인복지주택 입주자 : "회사가 변제능력이 없고 훨씬 전부터 내달라고 해도 안내주고 2년 3년 끄는데...못받고 있는 거지. 돈만 받으면 지금 당장 나가고 싶은거지."
편안한 여생을 꿈꾸며 거액을 들여 입주했던 노인들은 허탈해하고 있습니다.
<녹취> 노인복지주택 입주자 : "모든 것을 편안히 여생을 품위있게 살기 위해서 들어온거죠. 그런데 들어와보니까 5년 동안 완전히 그런 기대는 없어지고..."
운영업체 측은 입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수익시설 매각에 나서는 등 정상화 과정을 밝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노인복지주택 운영업체 관계자 : "커뮤니티는 공매가 진행되고 있고요, 지금 잠시 공매가 중단되고 있지만 곧 재개될 것 같고요..그렇게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이 실버타운 역시 사정은 비슷합니다.
골프장과 해외 유명 콘도 이용 등 여유로운 노후를 기대하며 월 150만 원 이상의 관리비를 납부했지만, 운영업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갑작스런 단전과 단수를 겪어야 했다고 입주민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입주자 아들) : "운영 업체가 관리비를 다 받아놓고 은행 납부 안하고 그게 3개월 지연되니까 한전에서 단전하겠다, 수도사업소에서 단수하겠다, 가스회사에서 가스 자르겠다..."
입주민들이 기존의 운영업체 대신 자치회를 꾸려 운영에 나서면서 안정은 되찾았지만 경제적인 손실은 만만찮습니다.
<인터뷰> (입주자 아들) : "팔려야 나오죠. 들어갈 땐 4억을 주고 샀는데 지금 해가지고 경매가가 1억8천인가 그런데..."
현재 전국에 노인복지주택은 모두 32곳.
하지만 이 중 상당수는 분양에 실패하거나 적자를 겪으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노인복지주택이 실패하는 이유로 예상보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정작 퇴직자들이 은퇴 후 교외나 전원주택으로 옮기고 싶어하지 않아한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 한 은퇴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보면 60대 은퇴자 중 60% 가까이는 현재 거주지를 떠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거주지를 옮긴 경우에도 대부분 아파트로 이사했고 노인복지주택을 선택한 경우는 0.7%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류여해(수원대 법대 겸임 교수) : "산속에 노인 주택을 만들었죠. 만들었더니 무슨 문제가 생겼느냐. 외롭다는 거에요. 병원도 가야 되고 나오기가 힘들고. 나이 드신 분끼리 모여 사니까 그게 되게 사이 좋을 것 같지만 분쟁이 더 많이 생기는 거죠.
노인을 위해 만들어진 실버타운을 정작 노인들이 꺼리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노인복지주택으로 허가받았는데도 일반아파트와 차이가 없는 것처럼 소개하는 곳도 등장했습니다.
2018년 입주 예정인 경기도 수원 광교신도시의 노인복지주택.
최근 분양을 마친 모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부동산 관계자들이 투자가치가 있다며 분양권을 살 것을 권유합니다.
<녹취> 부동산업자(음성변조) : "이거 사면 무조건 돈은 됩니다. 어느 평형을 사시든가..."
60살 이상만 살 수 있도록 제약이 있지 않냐고 묻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합니다.
<녹취> 부동산업자(음성변조) : "일단 사놓고 60세는 찾아보면 되는거야...내 집안에서..."
정부 단속을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줍니다.
<녹취> 부동산업자(음성변조) : "1년에 두 번 정도 보건복지부에서 확인이 나온대요. 그런데 자식은 문제가 안되는게 우리 아버지 집에 놀러왔어. 아버지 병간호하러 왔어 (이러면 돼요.)"
분양권 프리미엄이 많이 붙었다며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곳도 있습니다.
<녹취> 부동산업자(음성변조) : "분양 받고 나서 바로 팔기 때문에 1년 미만은 중과세예요. 그래서 50%를 세금으로 내야 해요. 이 사람들이 아무 말 안 해도 다운계약서 써주는 조건으로 다하고 있는 거에요."
심지어 일반 아파트와 똑같다고까지 소개합니다.
<녹취> 부동산업자(음성변조) : "여기는 그냥 아파트에요. 무늬만 노인복지지. 정상적인 아파트거든요. (관리비가 일반 아파트랑 똑같은 거네요?) 똑같죠, 더 저렴하죠."
노인복지주택은 복지시설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처럼 소개해서는 안 됩니다.
복지시설이어서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자연 녹지 지역 등에도 건축이 가능한 혜택을 주는 대신, 60세 이상만 매매와 거주를 할 수 있습니다.
또 급식과 의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체적 내용을 알려야 합니다.
<인터뷰> 박경민(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 "실버비즈니스는 본질이 주택뿐만 아니라 서비스 제공이 결합한 그런 결합상품으로서 판매가 되어야 하는데,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소비자들을 잘못 판단하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제의 핵심은 계약, 시장경제 질서에 반하는 반칙 행위
해당 노인복지주택의 시행사가 발간한 안내 책자입니다.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실입주 후 주민자치협의기구에서 결정하겠다고만 돼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일부 부동산업자의 잘못일 뿐 아파트처럼 판매한 일은 절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배재희(광교개발 이사) : "일부 과열되다 보니까 주변 부동산들이나 떳다방들이 그렇게 말씀을 하신거죠. 저희는 절대 그렇게 할 일이 없는 거죠."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서는 무작정 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배재희(광교개발 이사) : "말도 안 되는 시설을 만들어서 모든 의료비라든가 시설비라든가 운영비를 다 뽑아내는 게 아니라 저희는 정말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상대로 해서 그분들한테 가장 적절한, 가장 수요 적절한 제품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그만큼의 서비스를 해드린다는 거잖아요."
일반 아파트와 노인복지주택의 차이를 모른 채 덜컥 계약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2003년 완공된 경기도의 노인복지주택 아파트와 외관과 내부구조 모두 흡사합니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발행한 엘리베이터 안전검사증에도 아파트라고 적혀 있습니다.
입주민들은 당연히 일반 아파트라고 생각하고 입주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박태현(노인복지주택 입주자) : "아파트로 알고 들어왔죠. 그니까 아파트가 아닌 점을 찾아보시면 법에 놀이터가 없다는 것. 그다음에 주차장 비율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부분이거든요. 근데 2단지에 가면 놀이터가 있어요. 여기는 또 주차시설도 1대1로 만들어줬어요. 그래서 주차장 문제도 없었고."
주민들은 싼 가격에 토지를 매입해 분양한 업체는 차익을 거두었지만 자신들은 매매 제약 등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합니다.
<인터뷰> 박태현(노인복지주택 입주자) : "대출이라도 받을라치면 1금융권은 거의 전멸이에요. 2금융권에서 좀 해주는데 지금 한 3%대 왔다 갔다 하잖아요? 7-8%대로 부담을 해야 되고..."
해당 업체는 시간이 많이 지나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노인을 위한 주택 공급을 민간에만 맡겨 두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그러다 보니 복지는 사라지고 업체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류여해(수원대 법대 겸임 교수) : "그들이 사는 집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것은 막았어야 하는데 막지 못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방관이라고 저는 보여집니다."
경기도 성남시의 위례 신도시.
국토교통부가 공급하는 공공실버주택 건축 현장입니다.
주거 공간 아래에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상주하는 복지시설을 두고 노인들에게 건강관리나 식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이경호(한국토지주택공사 위례사업본부 차장) : "취약계층이신분들도 입주를 하시기 때문에 점심 이런 걸 제공할 수 있도록 그런 공간까지도 지금 만들어놨습니다."
성남과 수원 등 전국 11곳에 올해와 내년 1,900가구 이상 공급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도심 한가운데에 만든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인터뷰> 김연중(한국토지주택공사 주거복지지원처 부장) : "기존의 요양시설이 농촌 지역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많이 지어졌었는데 저희 실버복지주택은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입지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르신 분들이 다양한 계층과 소통하면서 좀 더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본격적인 공공 노인주거정책의 첫발을 디뎠다는 평가지만, 유럽처럼 자신의 집에서 나이 들기, 또는 노인 스스로 서로 돕는 형태의 코하우징 등 실버타운의 개념을 넓힐 필요도 있습니다.
<인터뷰> 류여해(수원대 법대 겸임 교수) : "국가가 해줘야되는 몇가지가 있는데 의료와 노인, 어린이에 대한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독거노인을 위한 그런 주택은 일단 국가가 개입을 해야되고요."
오는 2025년이면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될 것입니다.
노인들의 주거안전망 확보를 위해 지금이라도 국가 차원에서 노인주거 정책이 본격적으로 논의되야 할 때입니다.
※ 노인복지주택(실버타운)의 핵심은 '서비스'와 그에 따른 '계약'이 공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댓글 "노인복지주택"은 노인복지법과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한 사회복지시설입니다. 복지시설은 운영의 의무, 공공성 확보 의무 등이 있습니다.
이에 비해 입주민의 자율성에 기반을 두는 "노인아파트"는 법에 없습니다.
"공공실버주택"이라는 것이 국토교통부 주도로 2016년 주택법 시행령 개정과 함께 이제 막 시작단계입니다. 차차 "민간 실버주택(노인아파트 따위)"이 생길 여지는 있지만 현행법으로만 보면 그런 것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자들은 복지시설에 "주택"이라는 이름이 들어있다는 것을 악용하여 실버타운(노인복지시설)을 마치 "노인아파트"인양 호도하고 있는 형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