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326〉
■ 코딱지나물 (이응인,1962~)
손바닥 마주 펴
한 치 하늘 밀어 올리네.
또 한층 올려놓고
붉은 자주등 오롯이 밝히네.
쉼없이 켜 논 등불
행여 누가 볼까
살풋 고개 숙인 채
빈 밭 가득
천불 만불 탑 이루었네.
- 2009년 <그냥 휘파람새>(동랑커뮤니케이션즈)
*4월 말의 충주 우리집 정원에는 요즘, 형형색색의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있습니다. 잡초들 역시 부쩍 커서 어느 틈에 꽃을 피운 놈들이 많습니다. 비록 꽃이 너무 작아 볼품없거나 못생기고 흔해서 우리는 잡초라고 부르며 뽑아 버리지만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살펴보면 의외로 예쁘고 특이한 것들도 많더군요.
이 詩에서 인용한 코딱지나물도 요즘 한창 꽃이 핀, 높이 20 Cm 정도의 잡초인데 길가나 마당에 흔히 자라며, 정식 이름은 ‘광대나물’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광주리나물로 불리기도 한다는군요. 나물이라는 명칭에서 보듯 어린순은 봄나물로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은 잎과 꽃모양이 고깔모자를 쓴 어릿광대와 닮았다고 한데서 연유하였고, 코딱지나물이라는 이름도 이파리 모양이 코딱지와 비슷한 데서 그런 재미있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군요. 자세히 관찰하면 정말 생김새와 이름이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며, 그렇게 이름을 붙인 우리 선조들의 혜안이 놀랍습니다.
코딱지나물은, 아무데서나 막 자라며 이름도 천한데다 꽃도 작아서 거들떠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이 詩에서는 이 꽃을 다른 꽃과 같이 소중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관점에서 보니 시인에게 코딱지나물은 붉은 자주빛을 비추는 아름다운 등불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 詩는 결국,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세상을 아름다운 것들이 넘치는,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고 할까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