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맷길 녹산해안
대설이 지난 십이월 둘째 토요일을 맞았다. 중부내륙은 초겨울 한파가 엄습했다는 기상 특보였다. 우리 지역도 아침 최저기온이 빙점 아래로 내려간 날씨다. 두터운 방한 잠바를 입고 산책 차림으로 길을 나서 창원실내수영장 앞에서 757번 직행버스를 탔다. 남산동 시외버스 정류소를 거쳐 안민터널을 지나 진해로 갔다. 터널을 빠져나간 진해 시가 노변엔 애기동백꽃이 붉게 피어났다.
대발령을 넘어 신항만 용원 종점에 닿았다. 내 일일 산책 기점은 용원 망산도 앞이었다. 신항만 건설로 벽해가 상전이 된 진해 용원이다. 아득한 옛적 아유타국 허 황후가 오라비 장유화상과 머나먼 뱃길로 안착했던 곳 아니던가. 폭염이 채 끝나지 않은 지난여름 끝자락 신항만을 가로질러 걸어서 가덕도로 건너간 적 있었다. 이제 망산도 앞에서 해안선을 따라 명지지구로 걸어볼 셈이다.
낙동강 하굿둑 일대는 내가 가끔 산책을 나선 데다. 을숙도는 여러 차례 발자국을 남겼다. 김해공항 근처 둑길도 낯익게 걸었다. 을숙도에서 하굿둑을 건너 다대포까지도 가봤다. 다대포에서 몰운대 끝 해안 절벽에도 서봤다. 그런데 용원에서 을숙도에 이르는 포구 해안선은 걸어보지 못한 구간이다. 가덕도 대항에서 시작하는 갈맷길이 연륙교를 지난 녹산 산업단지와 이어진 곳이다.
이제는 한낱 작은 바위섬에 불과한 망산도만 남겨두고 용원 포구는 신항만 부지로 매립이 다 되었다. 농업용 수로로 느껴질 정도 좁다란 뱃길이 용원 선창으로 드나들게 되어 있었다. 신항만과 가덕도로 건너는 컨테이너 철로와 육로가 이어지고 거가대교 연육교가 우뚝하게 걸쳐졌다. 해안선 연안을 따라 걸으니 신항만 경제자유구역 청사를 지나 드넓은 녹산 산업단지로 이어졌다.
예전 낙동강 하구는 벌로써 간척이 이루어져 농지가 먼저 되었을 테다. 이후 한동안 농사를 짓다가 공장이 세워졌다. 르노삼성 자동차공장도 들어선지 오래다. 방파제가 연안을 밀어내어 길게 축대를 쌓아 바다는 썰물을 맞아 굴 양식 시설물이 드러났다. 지척에는 가덕도에 딸린 눌차도였다. 그 사이 다대포로는 여러 모래섬이 이어졌다. 진우도를 비롯한 모래톱은 원시림을 이루었다.
겨울을 맞은 공원 녹지는 팔손이나무를 비롯한 상록수들은 푸름을 간직했다. 초목은 모두 시들었는데 늦게까지 연보라 꽃잎을 달았던 쑥부쟁이가 시든 채 보였다. 산간 중턱에 자라는 미역취가 갯가까지 씨앗이 날아와 자라 노란 꽃을 여태 피우고 있음이 신기했다. 미역취는 본디 바닷가가 아니고 높은 산지에 자라는 야생화였다. 이제 겨울 추위가 닥쳐와 어쩔 도리가 없지 싶었다.
가까이 산업단지 공장들이지만 연안으로는 숲길이고 바다와 탁 트여 산책을 하기 아주 좋았다. 길고 긴 방파제를 따라 산업단지가 끝나는 지점엔 신호 어항이 나왔다. 작은 포구를 돌아가니 바닷가는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다. 낙동강 삼각주 남단에 해당하는 섬이 농지였다가 이제는 택지로 바뀐 셈이었다. 연안으로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멀리 바다 바깥 구름이 아름다웠다.
연안을 따라 걸으니 바로 앞에 가덕도가 시야를 일부 가리긴 했지만 다대포구는 망망대해로 이어졌다. 가까운 곳에 을숙도였고 몰운대와 형제도가 아스라이 보였다. 신호대교를 건너면 역시 드넓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명지 택지구역이었다. 신호대교를 건너기 전 근처에 산다는 여동생에게 전화를 넣었다. 근래 부산 시내에 살다가 외손녀를 돌보느라 외곽으로 나와 사는 여동생이다.
을숙도로 건너가거나 낙동강 생태탐방로를 더 걸을 마음은 접었다. 여동생과는 모처럼 해우였다. 단숨에 달려 나온 여동생은 아까 내가 지나쳐온 신호포구 횟집에서 참가자미 회를 한 접시 뜨게 했다. 그간 밀린 안부를 나누고 여동생이 사는 아파트로 올라가보니 신항만 일대가 훤히 드러났다. 일출보다 낙조가 아름다울 동네였다. 해는 중천에 있어 놀이 비치기 전 귀가를 서둘렀다. 18.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