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가을에 최근시집 『묵 값은 내가 낼게』(서정시학)를 상재한 이종문 시인
소탈하고 여유로운 시 세계, 그 안으로 함께 들어가서
시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해학미(諧謔美)와 위트(wit), 숭고미(崇高美)와 비장미(悲壯美)를 느끼게 하는 수작들이 많은
그의 시집들.
오랜만에 시조시인을 모시고 이 봄에 길마가지나무의 향기에 띵하게 얻어맞은 듯 느껴봅시다.
길마가지나무는 꽃의 향기가 너무 강해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을 막아선다 하여 얻은 이름이라는데(이굴기-꽃산행 꽃시에서)
아마도 이종문 시인의 시편들이 너무 좋아
우리의 마음을 가로 막아 함께 가자고 손잡아 끌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사람과 같이 오십시오.
-일시 : 2015년 3월 5일 목요일 오후 7시
-장소 : 중구 대봉동 732-2번지 건들바위 라이브레스토랑(053-421-1500∼1)
-회비 : 없음. 음식은 직접 구매하셔야 합니다.
-제공 : 시하늘 봄호, 시낭송용 작은 시집
-연락처 : 가우 010-3818-9604/ 찬솔 010-9358-5594
보리향 010-2422-6796 / 김양미 010-2824-8346
*이종문 시인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고려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하였음. 그 동안 {저녁밥 찾는 소리}, {봄날도 환한 봄날},{정말 꿈틀, 하지 뭐니}, {묵 값은 내가 낼게} 등의 시집과 {고려전기한문학연구}, {한문고전의 실증적 탐색},{인각사 삼국유사의 탄생}, {모원당 회화나무} 등 다수의 논저를 간행하였으며,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대구시조문학상, 한국시조작품상, 유심작품상, 비사저술상등을 수상하였음. 현재 계명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임.
入寂
-이종문
그 하도
무덥던 날에
蘭盆이나 갈자 할 때
지네 새끼 한 마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난분 쥔 손을 탁 놓고 기절초풍하는 판에,
환장컷네, 지네 새끼 저도 기절초풍하여 엉겁결에 팔뚝 타고 겨드랑에 쑥 들어와 혈압이 팍 치솟것네, 혈압이 팍, 치솟것어, 헐레벌떡 웃통 터니 아래통에 내려가서 거기가 어디라고 거길 감히 들어오네. 너 죽고 나 죽자 이놈 망할 놈의 지네 새끼..............................
마당귀에 툭 떨어져 이리저리 숨는 놈을 딸딸이 들고 따라가 타악, 때렸더니,
윽-?.!, 하고 입적하셨네.
이것 참,
머쓱하네.
봄날도 환한 봄날
-이종문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며 건너간다
우주의 넓이가 문득, 궁금했던 모양이다
봄날도 환한 봄날 자벌레 한 마리가 호연정浩然亭 대청마루를 자질하다 돌아온다
그런데, 왜 돌아오나
아마 다시 재나보다
성냥개비
-이종문
출정을 눈앞에 두고 쉬고 있는 병사처럼
조그만 성냥갑 속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귀여운 성냥개비를 밤새도록... 바라본다.
그 가운덴 이마를 맞댄 쌍둥이도 누워 있다.
대가리를 탁 !, 때리면 곱빼기로 타올라서
이 세상 한 모퉁이를 눈부시게 밝혀놓을,
이 세상 한 모퉁이를 눈부시게 밝혀놓고,
외적의 칼날을 맞아 고름이 된 백혈구처럼
뜨겁게 전사할 날을 기다리는... 성냥개비.
나도 다음 생엔 성냥개비가 되야겠다.
이왕이면 그녀와 맞댄 쌍둥이로 태어나서
갑匣 속에 나란히 누워 출정을 기다리는...,
효자가 될라 카머-김선굉 시인의 말
-이종문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보자마자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발로 꺼서 미안하다
-이종문
7박 8일 동안 휴가를 보낸 뒤에 돌아오니 선풍기가 강풍으로 돌고 있다.
발로다, 툭, 하고 끄니, 그제서야 멈춘다
아아, 그 긴 낮을, 그 칠흑 같은 밤을, 그 정말 무시무시한 고독 속에 돌아갔을,
가여운, 너 선풍기여, 발로 꺼서 미안하다
그러나 우리도 혹시 누군가가 발로다 켠, 그것도 강풍으로 켠 선풍기가 아닐까 몰라
켜놓고 우주 일주의 먼 여행을 떠나버린...
켜놓고 우주 일주의 먼 여행을 떠나버려 긴긴 날 긴긴 해를 미친 듯이 돌아가다,
돌아와 발로 툭, 끄면 그제서야 멈춰서는,
왈츠
-이종문
엘피판 걸어놓고 왈츠라도 추나 보지, 천장 속 쥐 두 마리 쿵쿵 쾅쾅 야단이다
아니다, 신랑 신부가 사랑놀이 하는 갑다
보자, 보자 하니, 울화통이 그만 터져, 아 냅다 소리쳤다, 야, 거기 좀 조용해라!
그래도 끄덕도 없다, 아예 지랄발광이다
말로는 안 될 놈들, 밀대로다 된통 치니, 쥐죽은 듯 고요하다, 그러나 쥐, 안 죽었다.
봄 들자 아기 쥐 콩콩, 왈츠를 시작했다
묵 값은 내가 낼게
-이종문
그 해 가을 그 묵 집에서 그 귀여운 여학생이 묵 그릇에 툭 떨어진 느티나무 잎새 둘을 냠냠냠 씹어보는 양 시늉 짓다 말을 했네
저 만약 출세를 해 제 손으로 돈을 벌면 선생님 팔짱끼고 경포대를 한 바퀴 돈 뒤 겸상해 마주보면서 묵을 먹을 거예요
내 겨우 입을 벌려 아내에게 허락 받고 팔짱 낄 만반 준비 다 갖춘 지 오래인데 그녀는 졸업을 한 뒤 소식을 뚝, 끊고 있네
도대체 그 출세란 게 무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 출세를 아직도 못했나 보네 공연히 가슴이 아프네 부디 빨리 출세하게
그런데 여보게나 경포대를 도는 일에 왜 하필 그 어려운 출세를 꼭 해야 하나 출세를 못해도 돌자 묵 값은 내가 낼게
저녁놀 다비茶毘
-이종문
저 지랄
발광의 불티
지천地天을 죄 싸지를 때
방아깨비 한 마리가 팔공산을 베고 누워
가야산 흰 구름 본다
허수아비
모자 위에.
긴긴 뒷다릴랑 낙동강에 씻어내고 또 다른 다리 하나는 뜨는 달을 뜨게 하고……
천지간 통쾌한 입적
불
들어간다,
만세!
미쳤다고 부쳐주나
-이종문
그 옛날 내 친구를 미치도록 짝사랑한 나의 짝사랑이 배 두 상자 보내왔네
그 속에 사연 한 장도 같이 넣어 보내왔네
화들짝 뜯어보니 이것 참 기가 차네
종문아 미안치만 내 보냈단 말은 말고 알 굵은 배 한 상자는 친구에게 부쳐줄래
우와 이거 정말 도분 나 못 살겠네
에라이 연놈들의 볼기라도 치고픈데 알 굵은 배 한 상자를 미쳤다고 부쳐주나
*짤막한 노래 몇 편
(1)대낮
소가 엉덩이의 쉬파리를 쫓으려고 꼬리를 휘두르며 마구 풀쩍 내닫다가,// 아 냅다 뒷발질하며 희뜩 돌아보는,// 대낮
(2)산
풀 뜯는 소의 등을 어루만져 보고 싶듯, 어루만져 보고 싶다, 되새김질 하는 산을,// 때때로 고개를 들다// 요령소리// 내는 산을,
(3)편지
아무도 아니 오고 니만 오길 바랐건만/ 낱낱이 다 왔는데 니만 오지 않았구나/ 그러나 니가 안 와도 안 섭섭다 흑, 흑,
(4)손
신문 투입구로 살그머니 들어오는 붉은 손톱이 달린 희고도 차가운 손, // 잡으면 기겁하겠지, 야쿠르트 아줌마 !
(5)수박을 노크할 때
똑·똑// 똑·똑·똑// 수박을 노크할 때// 수박이 도로 나를 똑·똑 노크하는 느낌// 익었나?// 똑·똑, 똑·똑·똑// 아직// 덜 익었군// 그래
(6)꽃
꽃이/ 고운 꽃이// 환장하게/ 고운 꽃이// 사람은/ 간 데 없는// 무덤 가/ 거기 피어// 돌 위에/ 창자를 놓고// 찧는 듯이/ 아파라 !
(7)오동 꽃
다 저문/ 골기와 집에// 오동 꽃,// 떨어지고,// 다 저문/ 골기와 집에// 오동 꽃,// 떨어져서,// 다 저문/ 골기와 집에// 오동 꽃,// 수북하다.
(8)밥
밥을 삼켰어요, 흑, 흑, 우는 밥을,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껴, 우는 밥을, 내 입엔 들어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밥을 !
(9)번개
내가 친 電報와 그녀가 친 電報가 각각 상대를 향해 쏜살같이 날아가다,// 아득한 저 天空에서 따악 ! 맞닥뜨렸죠
(10)고향 길
내 고향 사투리는 울퉁불퉁 자갈밭길,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자갈밭길// 문디야, 가시나들아, 누가 자바 뭉나...
(11)고요
붉은// 고추를 먹은// 잠자리 한 마리가// 억 년 고인돌에 슬그머니 앉는 찰나// 바위가 우지끈 하고// 부서질 듯// 환한,// 고요 !
(12)밥 도
나이 쉰다섯에 과수가 된 하동댁이 남편을 산에 묻고 땅을 치며 돌아오니 여든 둘 시어머니가 문에 섰다 하시는 말
(13)근황
그래,// 당좌撞座에 앉은// 한 쌍의 풀무치다//당목撞木이 아찔하게 밀려오고 있는데도 머언 산 단풍을 보며 흘레붙은//저 풀무치,
* 당목: 종을 치는 나무 막대. 당좌: 종의 몸체 가운데 당목이 닿은 자리.
첫댓글 시낭송은 선착순으로 받겠습니다.
이종문 시인의 고향 벗들과 후배들이 우에 알고 축하하러 온다네예. 하모니커 연주도 있다카네예
시가 참 좋아요^^기대합니다^^
이종문 시인님 축하드립니다.
뜨스한 자리 응원합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