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생명 / 이성선
싱잉볼의 파동
음악의 파동. /셔터스톡
싱잉 볼 체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온전히 저만을 위해 싱잉 볼들이 주변에 놓였습니다. 소리를 듣고 있는데 문득 말할 수 없이 장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파동이 어우러지고 어우러져 제 안에서 하나가 되었고 마침내는 어느 한계를 뛰어넘어 아득한 우주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겁니다.
그 교향곡은 우주의 교향곡이라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상 어느 곳에서도 들을 수 없는 화음이었거든요.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장엄함이란 아름다움의 경지를 넘어서는 느낌이니까요.
생명/이성선
바닷가에서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뜨는 아이처럼
나는 작은 심장에 매일
하늘을 퍼 뜬다
바다 아이가 조가비에
바다의 깊은 물을
다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나의 허파도 하늘을 다 담지 못한다
그러나 조개껍질에 담긴 한 방울 물이
실은 바다 전체이듯
가슴속에 담긴 하늘 또한
우주 전체이다
좋은 시를 만나면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그 시가 하늘을 담은 시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가슴속에 담긴 하늘이 우주 전체라는 구절에서 숨이 멎었습니다.
문득 눈이 커다랗게 떠지는 듯했습니다. 그건 나의 의식 너머, 의식 이전에 글이 담은 의미가 와닿았다는 의미지요. 생기를 끌어올리는 혹은 생기를 건네오는 시라는 의미이기도 하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의식은 개인이라는 경계로 나뉘었어도 무의식에서는 하나가 되어 있으니까요. 우리가 서로를 위한다는 것은 깊은 의식 속에서 하나이기 때문에 그러할 겁니다. 그것이 심층 무의식일 것이고 우리 모두가 영이라서 그럴 겁니다.
시 속 아이는 작은 조가비로 바닷물을 뜹니다. 아이가 바닷물을 뜨는 것은 그 바다를 옮기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아이는 자신의 마음에 바다를 담고 싶은 것이지요. 혹은 바다를 갖고 싶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화자 역시 작은 심장에 하늘을 퍼 나릅니다. 바다와 하늘은 닮아 있습니다. 바다와 하늘은 생기의 원천이며 근원입니다. 바다는 담고 하늘은 내립니다. 아이와 화자가 바닷물을 뜨고 하늘을 담고 싶어 하는 것은 바로 그 근원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바다는 이미 작은 조가비로 뜬 물 안에 존재합니다. 하늘은 이미 가슴안에 존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근원에 맞닿아 있는 존재이기에 그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생기를 지닌 존재이기에 그러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영적인 존재이기에 그러합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주가 내 안으로 들어옵니다. 시인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슴에 이미 우주가 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지요.
싱잉 볼 연주를 듣던 그날, 제가 경험했던 그 장엄함은 제 안에 이미 우주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습니다.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