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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소금 짐을 지고 팔러 다니며 사는 소금장수가 있었다.
어느 날 소금장수가 소금을 팔러가다 땅이 질퍽대는 벌판에 이르자 잠시 쉬면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가야 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누군가가 소금장수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었다.
소금장수는 아무래도 둔갑하여 몸을 숨긴 호랑이의 짓인가 보다고 생각하니 무서워졌다.
어떻게 하든지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쉬었으니까 다시 가야지.”
“이제 쉬었으니까 다시 가야지.”
보이지도 않는 물체는 여전히 소금장수가 하는 말을 따라서 했다.
그러다 마침 고개를 넘어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니 잔치를 하는 집이 보였다.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으며, 마당에서도 멍석을 깔고 술과 음식을 먹고 있었다.
‘옳지, 둔갑해서 숨은 호랑이를 이 때 따돌려야지.’ 소금장수가 이렇게 생각하고 또 말했다.
“잔치 집에서 술이나 한 잔 얻어먹고 가야겠다.”
“잔치 집에서 술이나 한 잔 얻어먹고 가야겠다.”
그러나 또 이렇게 똑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잔치 집에 가려고 하니 보이지 않는 그 호랑이가 붙잡고 있는지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술 한 잔 얻어먹고 올 테니 여기 꼭 있어라.”
“도망가려고?”
“그럼 내가 여기에다 소금 짐을 놓고 갔다 올 테니까 짐을 지키고 있으면 되잖아.”
둔갑해서 눈에 안 띄지만 그 호랑이는 그래도 자기와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날 못 믿겠으면 저 칡넝쿨을 내게 동여맬 테니까 네가 이 칡넝쿨을 붙잡고 있으면 될 것 아냐.”
그렇게 해서 간신히 호랑이를 속인 소금장수는 잔치 집으로 가서 그 끈을 다시 지게 목발에다 매어 놓고
술과 음식을 얻어먹은 후 소금 짐을 짊어지고 도망을 가버렸다.
(일본에 있는 조선호랑이 민화)
몇 년이 지났다. 소금장수는 자기가 겪었던 옛 일을 잊어버렸는지
둔갑한 호랑이를 만났던 그 고개를 다시 넘어가게 되었다. 해는 넘어가는데 오두막집이 하나 있어서 주인을
찾았다.
“주인 양반, 주인 양반.”
“거기 뉘시오?”
“해가 저물었으니 하룻밤 묵게 해주시오.”
“어서 들어오시오.”
이렇게 해서 소금장수는 그 오두막집에 묵게 되었는데 주인이 차려온 저녁밥에는 손톱과 발톱뿐이었다.
분위기가 이상했지만 먹는 시늉을 하다가 그냥 내놓고 앉아있자 주인은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나는 이야기를 못해요.”
“어제 본 일도 얘기요, 오늘 본 일도 얘긴데 왜 못하시오?”
주인이 이렇듯 이야기를 해달라고 성화를 하자 할 수 없이 몇 년 전 이 곳에서 겪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소금을 짊어지고.”
“그래서?”
“질퍽한 펄에 앉아서 담배 한 대를 피고 간다고 그러니까.”
“그래서?”
“ ‘아이고 어서 가야겠다.’ 그러면 ‘아이고 어서 가야겠다.’ 그래서‥‥‥”
“그래서?”
“소금 짐을 짊어지고 고갯길을 올라와 아래를 내려다보니 잔치 집이 있어서 술이나 한 잔 얻어먹겠다고
했더니.”
“그래서?”
“그래서 칡넝쿨을 가져다가 내 몸뚱이에 매고 끝은 붙잡게 한 뒤 나중에 지게 목발에다 매어 놓고서는
내가 집으로 도망친 후 이제야 내가 이렇게 왔다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호랑이는
“그러냐, 으헝~.”
하고는 소금장수를 잡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