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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속 # 27
<< 구속 Part 2 - 재회 >>
Fam: 소매치기의 고수들, 바른손팸
구속 : 행동이나 의사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속박함.
3년 후...
"와우~~ 연희씨 축하해요!!!!!!"
"브라보~~ 이연희 짱!!!"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그녀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적인 패션쇼를 끝마친 후 스텝들과 스폰서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축배를 들고 있었다.
은호와 함께 밀라노에 도착한 그날 이후부터 그녀는 오직 일에만 전념했다. 그 사람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들을 잠시나마 접어둔
채 그녀는 꼭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일념하에 미친듯이 일에만 매달려왔다.
그 결과가 오늘의 화려한 패션쇼를 이끌어 내었고 성공적으로 막을 내릴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너무나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다. 정말로 해낸것이다.
성공해서 돌아가겠다는... 나의 조국...모든 추억이 깃들여져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그녀의 다짐이 드디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연희씨....정말 수고 많았어요....내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예요...마음의 준비...됐어요?"
"네 은호씨...정말 너무 고마워요...은호씨 없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꺼예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잠시 회상을 하는동안 어느새 그녀 곁으로 바짝 다가온 은호의 손길에 그녀가 그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음 지어보인다.
은호는 아직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아직도 그녀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은호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그는 아니였다.
은호는 두려웠다. 행여나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녀가 다시 강한과 만나게되면 어떻게 하나...
그녀는 아직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데....... 그 사람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겠지......
문득 그런생각이 들어오자 내심 서글퍼지는 은호였다.
"우리 엄마.....괜찮을까요.......은호씨......."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한눈을 팔았던 은호의 눈에 그녀의 젖어들어가는 촉촉한 눈가와 애달픈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괜찮으실 꺼예요....내일이면 볼수있어요 연희씨....성공해서 돌아왔다고 자랑해야죠..."
"네....그럴꺼예요...지금까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말할꺼예요...엄마딸 성공해서 돌아왔다고 말할꺼예요..."
이내 허공을 향해 던지던 시선을 거두어 옆에 서있는 은호에게로 돌린다. 그가 웃고 있었다.
정말 잘했다는 듯..... 자랑스럽다는 듯....그렇게 그녀 곁에서 항상 웃어주던 그다.
"참 은호씨....우리 솔이는요? 어디 있어요?"
"걱정말아요...지금 대기실에서 푹 자고 있으니까...."
그녀가 은호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약간 걱정되는 듯한 말투로 물었고 은호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다 안다는 듯 해맑게 웃어
보이며 안심하라는 듯 대답한다.
"우리 솔이한테....제일 미안해요....엄마가 되어서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함께 있어주지도 못하고...."
"죄책감 ..... 갖지말아요....솔이도 다 알고 있을꺼예요....엄마가 자신을 제일 사랑한다는 걸....그러니 인상좀 펴요..."
"네 은호씨.....정말.......고마워요 정말......"
은호의 말에 그녀가 눈시울을 살짝 붉히며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선 손에 들고있던 샴페인잔을 내려놓은 채 은호의 손을 꼬옥 마
주잡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은호는 말없이 웃어주며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음마........음마.........."
"어 솔아.............."
그때 은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투정어린 아이의 목소리에 은호와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본다.
보모로 보이는 아주머니 한분이 조그마한 남자아이를 품에 안고선 그녀와 그가 있는곳으로 다가선다.
"솔이가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찾아서 데려왔어요..."
"네 감사해요......우리 솔이 잠 잘잤어?미안해.....엄마가 바빠서 곁에 있어주질 못했네....미안미안......"
"우웅.......엄마.........."
보모에게서 아이를 건내받은 그녀가 미안한듯 아이의 보송보송한 뺨에 입을 살며시 맞추며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그에 반해 아이는 아직 잠이 덜깬건지 눈을 비비적거리며 그녀의 품안으로 파고든다.
"연희씨 뒷마무리는 제가 할테니까 아주머니랑 먼저 집에돌아가서 쉬어요...솔이도 피곤한거 같은데..."
"네 그럴께요...은호씨...부탁해요"
"아찌~빠빠~"
"그래 우리 솔이 나중에 봐~"
그녀와 아이가 은호를 향해 예쁘게 손을 흔들자 그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건물밖으로 빠져나갈때까지 그가 그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이내 입가에 얕은 웃음을 드리
운다.
"연희씨........난 정말.......안돼는거예요.......그 사람 아니면.......안돼는거예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품에 안고싶었지만 그는 차마 그럴수 없었다. 그래선 안된다는 것을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기에...
3년이다....3년동안 그녀옆에 함께 있으면서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꺼라 생각했었다.
허나 그건 은호 자신의 어리석은 믿음뿐이였다. 그녀는 끝끝내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그 누구도 들여놓는것을 허락치 않았
다.
씁쓸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강한이라는 남자에게 은호는 진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그녀를 보내줘야 할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슬프고도 외로운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
그녀는 은호에게 뒷일을 부탁한 채 보모와 함께 차에 올라 어느새 품안에서 새근새근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이든 자신의 아이의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있는 얼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살며시 미소지어본다.
날이 가면 갈수록 아이의 얼굴이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할만큼 닮아가고 있었다.
"솔아.....우리 솔이.....엄마가 항상 미안해....그래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거....알지?"
".........."
그녀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조용한 차안에 울려퍼졌고 품에 안겨 곤히 잠든 아이는 여자만큼이나 풍성하게 긴 속눈썹을 파르
르하게 떨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기분좋은 표정을 짓고있었다.
문득 자신의 아이를 내려다보다 저 멀리 한국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을 자신의 엄마에 대한 생각에 가슴한켠이 짓누르듯 뭉클해져
온다.
"엄마........보고싶어........"
달리는 차창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거리의 네온사인들이 창문으로 스며들어와 아름다운 실루엣을 만들어내고 있을때 자신을 기다
리고 있을 엄마에 대한 생각에 금새 눈시울이 젖어든다.
자신도 아이를 낳아보니 엄마의 마음이 어떤건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지금 자신의 품에 꼬옥 안겨있는 이 자그마하고 귀한 생명이 그녀에겐 너무나 소중했다. 그녀의 목숨보다 더...
자신의 품에 안긴 아이는 마치 천사같았다. 새하얀피부 어리지만 오똑한 콧날 붉은 장미꽃보다 더 붉게 물든 조그마한 입술
어린게 어찌나 자기 아빠를 닮았는지 자그마한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여서 길거리나 어느곳이든 가기만
하면 항상 이목이 집중되곤 했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그녀도 모르게 복숭아빛 입술사이로 핏 하고 웃음이 새어져나온다.
그는 잘 지내고 있을까.... 이제 가슴에 남겨진 상처는 많이 아물었을까....
혹시나 자신을 잊지는 않았을까.....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리속에 뒤엉켜서 복잡해져가는 것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
"그 은영이라는 여자는 아직도 소식이 없는건가?"
대한그룹의 사장실안에서 강한과 강혁이 쇼파에 마주보고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어....그때 이후로 소리 소문없이 잠적해버렸어...혹시 또 갑자기 나타나서 이상한짓 하진 않을지....걱정된다"
강한의 물음에 강혁이 이내 품에있던 담배한개비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라이터로 푸르스름한 불꽃을 일으켜 불을 붙인다.
"그나저나 이번에 밀라노에서 신입 디자이너가 한국으로 넘어온대..... 아버지가 우리 그룹 디자인부서에다가 그 디자이너
스폰서 하라고 하셨어"
"그래?아버지가 별일이군....자청해서 스폰서를 하라고 하시다니...것도 신입 디자이너인데...."
강한이 후우 하고 담배연기를 허공에다 내뱉자 쾌쾌한 담배향이 강한의 코끝에 닿아 몸속으로 스며들어온다.
"그러게....또 무슨 꿍꿍이속인지......그 디자이너가 내일 입국한다고 하더라고......"
강혁의 말에 강한은 별 관심없다는 듯 손은 깍지를 낀 채 몸을 의자 깊숙이 기대고는 어 라는 짧은 대답만 내뱉는다.
"그보다 형........"
지그시 눈을 감고있는 강한에게 강혁이 담배를 피우다말곤 자신의 긴 검지와 중지손가락 사이에 담배한개비를 끼워놓고는 조심
스레 말문을 연다.
"말해............"
강혁의 짐짓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강한은 빨리 말하라는 듯 재촉하며 약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연희씨.........다 잊은거야........?"
강혁의 물음에 강한이 감고있던 눈을 느긋하게 뜨곤 기대고 있던 몸을 앞쪽으로 일으켜 바짝 당겨앉으며 아무말없이 강혁을 응시
한다.
"ㅇ.....왜? 말하기 곤란해?"
강한의 위협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강력한 눈빛에 몸을 움찔거리며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가치를 재떨이에 비벼끄며 고개를
떨군다.
"어떻게 잊어...........죽어서도 사랑할텐데.........."
"......................."
강한의 슬픈듯 애절한 말에 강혁이 떨구었던 고개를 찬찬히 들어올려 강한의 눈을 마주했다.
겉으로 울고있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울고있는듯한 강한의 모습에 강혁의 마음이 타들어가듯 아파왔다.
"연희는.....날 잊었겠지.........하........이놈의 심장은 연희 생각만하면 미칠듯이 요동치네.......제길........"
강한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스윽 하고 한번 쓸어내리더니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잘 정리된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린
다.
'형......미안해 못난 동생 용서해라......그 디자이너가 연희씨야....내일이면 형이 그렇게나 보고싶어하던 연희씨 만나게될꺼야....'
강한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강혁이 입술을 굳게 다문채 마음속으로나마 하고싶은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
"연희씨...안떨려요?"
"아 조금 떨리네요......"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은호와 연희 그리고 그녀의 아이가 게이트를 지나 공항 출입국에 다다랐을때였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건지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공항안을 가득 메우고서 그녀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카메라 플래쉬를 터트
리며 사진을 찍어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연희씨 웃어요~예쁘게....솔이는 저한테 줘요..."
은호의 말에 그녀가 두 팔로 안고있던 아이를 은호에게 넘겨주며 수줍은 듯 사진을 찍어대는 카메라를 향해 예쁘게 손을 흔들며
웃어보인다.
"아 이연희씨~밀라노에서 성공적인 첫 패션쇼를 마치고 돌아오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때 무테안경을 쓴 비쩍 말라서 그런지 인상이 날카로워 보이는 한 남자가 그녀의 입가까이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며 인터뷰를
시도한다.
여기저기서 다른 기자들이 앞다투어 그녀에게 인터뷰를 하기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네 일단 정말 떨리네요...기분은 아주 좋아요...꿈만같아서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도 해요"
그녀가 찰랑거리는 검은 머리칼을 귀뒤로 살짝 넘기며 말하자 기자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이연희씨 나이가 올해 25살이라던데 어린 나이에 디자이너로 성공한 케이스잖아요...정말 드문경우인데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몸을 앞으로 밀쳐가며 수많은 기자사이를 뚫고 지나온 긴 머리를 높게 틀어올려 묶은 여자기자가 그녀의 앞에 마이크를 갖다댄
다.
"네 전 한국에서 미처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어요...사실 이렇게 성공할수 있을지도 전혀 몰랐구요...제 노력도 노력이지만 제 뒤에
서 항상 응원해준 그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꺼예요...(웃음)"
"아아 그 사람이라면 저기 뒤에서 아이를 안고계시는 남자분 말씀이십니까?"
그녀의 대답에 조금 먼 곳에서 우렁찬 남자기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이에 그녀를 향하던 스포트라이트는 그녀의 뒷편에 서있
는 은호와 그녀의 아이에게 집중되고 있었다.
"아 저.........."
그녀가 무어라 말을 하려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쉬를 쉴새없이 터트려가며 은호와 그의 품에 안긴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럼 이연희씨의 남편되시는 분입니까? 저 아이는 두분사이에서 낳은 아이구요?"
"아니 저 그게........."
그녀는 지금 이 순간이 몹시도 혼란스러웠다. 자꾸만 자신의 말문을 막으며 질문을 해오는 기자들 덕분에 정신이 혼미해져갔고
어쩔줄 몰라 곤란한 표정만 지으며 뒤에 있는 은호를 바라볼 뿐이였다.
"이제 인터뷰는 그만하시죠 자자 비켜주세요...."
이내 그녀의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켜보던 은호가 나서서 기자들에게 손짓하며 비켜서라 말했고 그녀의 손목을 낚아챈 후 빠
른 걸음으로 그 곳을 벗어나고 있었다.
마침 은호가 이런것을 예상하고 경호원들을 몇명 붙여놨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공항밖으로 빠져나오지도 못할뻔했다.
은호의 눈빛에 경호원들이 기자들을 막아서며 몸으로 지탱해주었고 길이 만들어진 틈을 타서 연희와 아이를 데리고 무사히 차가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까지 다다랐다.
"아휴....정말 무섭네요....은호씨 아니였음 진짜 큰일날뻔했어요..."
"이야 연희씨 진짜 유명해지긴 유명해졌나봐요...벌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고...이거 괜히 샘나는데요?"
"아이 참~ 은호씨도......어서가요..."
은호의 너스레에 그녀가 부끄럽다는 듯 볼을 발그레하게 붉히며 차에 올라탔고 이내 은호도 살짝 미소지으며 아이를 그녀에게 건
내준 후 운전석에 올라탄다.
"엄마.......소리(솔이) 배구파(배고파)...."
"우리 솔이 배고파? 조금만 참아~집에가서 엄마가 솔이 좋아하는 샌드위치 만들어줄께...알았지?"
"웅 웅!!"
어느덧 그들을 태운 차가 빠른속도를 내며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했고 그녀의 품안에 있던 아이가 배고프다며 칭얼대고 있었다.
"그럼 연희씨 솔이도 배고프다하고 저도 배고픈데 우리 어디 식당가서 밥 사먹고 들어갈까요?"
빽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은호가 말을 건내자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이내 예쁜 입술을 움
직여 말문을 연다.
"그럴까요 그럼.......은호씨가 가고싶은대로 가요"
"옛썰~!"
그녀의 말에 그가 알겠다는 듯 오른쪽 손을 쫙 펴서 이마에 갖져다 댄후 떼어보이는 제스쳐를 취하며 우렁차게 대답했고 그런 그
의 모습에 그녀가 눈을 살짝 내리깔며 살며시 웃는다.
3년만에 보는 한국은 조금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전에 못보던 높은 고층건물들도 예전보다 많이 들어서있었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옷입는 수준도 많이 세련되어져 있었다.
'그 사람은......어떻게 변했을까.......'
달리는 차창너머로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아무생각없이 바라보다 갑자기 떠오르는 그의 생각에 아련한 가슴한구석에서 우러
러나오는 그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이 뭍어나오는 표정을 짓는다.
"보고싶다..............."
"웅?엄마 모라구?"
그에 대한 생각으로 그냥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말을 그녀의 무릎에 앉아있던 아이가 들었던것인지 눈을 똘망똘망하게 크게 떠보
이고는 그녀를 향해 물어온다.
"으응?아니야.......밥먹구 외할머니 보러가는거다 솔아~"
"웅웅!! 할무니 쪼아!!"
"그래.......할머니도 우리 솔이 보시면 무척 좋아하실꺼야..."
"헤헤.........."
아이의 귀엽고 티없는 웃음을 보자 그녀도 자연스레 웃음을 지어보이며 보드라운 아이의 머리칼을 어루만졌고 아이는 엄마의 따
스한 손길이 좋은지 이내 엄마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는 눈을 감는다.
한없이 사랑스럽기만한 아이를 품은 채 히타를 틀어놓은 차 안의 열기때문인지 발갛게 달아오른 아이의 볼을 몇번 손으로 쓰다듬
다 이내 아이의 앙증맞은 엉덩이를 손으로 톡톡 거리며 자장가를 부른다.
감미롭고 마음을 편안하게 녹여주는 엄마의 목소리에 아이는 안심이된 듯 눈을 꼬옥 감은 채 금새 꿈나라로 빠져들고 있었다.
***
"아버지........도대체 무슨 속셈이신겁니까?"
"음..........뭐가 말이냐............"
밤이 꽤 깊어가는 늦은시각... 강한은 먼저 퇴근을 했고 강혁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회장실로 쳐들어
오다 싶이하며 들어와선 다짜고짜 회장실 쇼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는 석환에게 다가서며 쏘아붙이듯 말한다.
꽤 늦은시간이라 회장의 비서들도 다 퇴근을 했고 강혁과 그의 아버지만이 유일하게 회사건물내에 남아있었다.
"연희씨요......신입 디자이너인 이연희씨한테 스폰서 해주라고 하셨잖아요...무슨 꿍꿍이속이신 겁니까?"
그랬다. 며칠전 석환이 강혁을 불러 비밀리에 얼마뒤에 입국할 신입 디자이너의 스폰서를 자청하라 명했고 강혁은 알겠다 답했었
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디자이너가 이연희였고 강혁은 자신의 아버지가 행여나 허튼짓이라도 할까싶어 노파심에 그 의도를 물으려
온것이였다.
"걱정마라.....그 여자에게 해를 입힐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하지만 한이나 너에게 그 여자가 수작이라도 부리면 그땐 가만히 있
지 않을 생각이다.....뭐 더 물어볼 것 있느냐?"
"연희씨가 우리에게 그런짓 할 사람 아니란거 아시잖아요.....한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여자예요.....제발 상처주지 마십시오..."
석환의 말에 강혁이 서있는 자세로 다리옆에 붙여둔 두 주먹을 꽈악 힘주어 쥐며 이를 까득 깨물어보인다.
"난 단지 이연희라는 여자의 디자인 실력을 높게 평가한거다....그 여자를 통해서 우리 회사 디자인부를 광고할 기회도 되고 말이
야..."
"정말 아무런 악의없이 단순한 그 이유라면 아버질 믿겠습니다. 형 3년동안 아플만큼 아팠습니다. 더이상은....제가 용납못합니
다."
"허허 그녀석 참.....할말끝났으면 밤도 늦었는데 그만 가보거라"
강혁의 으르렁거림에 석환이 읽고있던 신문을 착 소리나게 테이블위에 덮어놓으며 쇼파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키며 타이르듯 말
한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석환의 의도를 깨달은 강혁이 이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석환에게 깍듯이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몸을 뒤로돌아 회장실 밖으로
빠져나온다.
쾅
소리가 나게끔 문을 닫고 강혁이 빠져나가자 석환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창가쪽으로 다가가 몸을 기대선다.
"하.........이제 그만 당신이 원하는 소원을 들어주려하오......당신에겐 마지막 선물이 되겠지......"
까마득한 밤이 한없이 깊어가는 날에 석환은 그녀에 대한 서글픈 마음을 담은 눈동자를 촉촉하게 적시며 살며시 두 눈을 감는다.
석환과 그녀에 대한 마음을 축복이라도 하듯 모든이들의 아픔을 깨끗하게 씻어주길 원하는 투명하고도 반짝 반짝 빛나는 흰 눈송
이가 서울 밤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흩날리고 있었다.
***
"연희씨 혼자 갈수있죠? 제가 솔이보고 있을테니 혼자 다녀와요....너무 긴장하지 말고요"
"네 은호씨....저 오늘 어때요? 괜찮아요?"
대한그룹에서 스폰서를 자청하겠다고 연락이 왔고 은호에게 그 소식을 전해들은 연희는 떨리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려 하며 베
이비핑크톤의 화사한 원피스를 입곤 은호앞에서 한바퀴 뱅그르르 돌아보았다.
"아주 이뻐요~연희씬 뭘 입어도 예쁘니까......어서 가봐요 늦으면 곤란하잖아요"
"고마워요 은호씨 그럼 솔이좀 부탁할게요~"
은호에게 눈을 한번 찡긋거리곤 시차탓인지 아직도 피곤하게 잠이 들어있는 솔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한 뒤 화이트톤의 따
뜻한 코트를 껴입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밀라노에서 틈틈히 운전을 배웠던 그녀라 은호에게서 건내받은 차키를 대기시켜놓은 차에다 꼽고는 문을 열어 운전석에 올라탄
다.
안전밸트를 매고 시동을 걸은 후 가속페달을 밟아 조금은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온 후 CD키를 눌러 재생버튼을 튼다.
감미롭게 흘러나오는 노래는 예전에 처음 그를 만난 날 그의 집에 혼자있을때 들었던 Mariah Carey의 With out you 였다.
피식-
그녀도 모르게 예전생각을 하다 살짝 웃음이 드리워졌고 부드럽게 핸들을 돌리며 문득 어제 밤 솔이를 데리고 엄마의 병원에 찾
아간 기억이 떠올랐다.
[ 엄마.......나 왔어요.... ]
[ 연희야.......내 딸 연희......진짜 내딸 연희 맞구나.....고생 많았지..... ]
품에있던 솔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곧바로 침대위에 앉아있는 엄마에게로 달려가 바짝 말라버린 아픈몸을 껴안았다.
[ 흑....엄마.....견뎌줘서.....고마워.......정말 고마워요...... ]
[ 울지마.......엄만 괜찮아........우리 연희봤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어....... ]
엄마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는 연희의 몸을 떼내어 얼굴을 적시우고 있는 그녀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내며 그녀의 엄마가
다독여준다.
[ 고생했어.......장하다 내딸......어디 아픈덴 없는거지.....? ]
[ 응....나 건강해 엄마.....엄만 좀 어때요? ]
[ 나야 그렇지 뭐.....아이구....얘가 내 손주구나.....어디보자... ]
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다 이내 눈물을 펑펑 쏟아낼것 같은 마음에 얼른 화제를 돌려 침대밑에서 빼꼼히 얼굴을 들이밀며
큰 눈을 똘망똘망하게 쳐다보고 있는 남자아이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솔아 외할머니셔...인사드려야지... ]
[ 할무니....안냐세요... ]
까만머리칼이 윤기나게 흐르는 예쁜 눈동자를 가진 아이가 고개를 제법 정중하게 까닥이며 인사하자 그녀의 엄마가 활짝 웃어보
이며 손자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 솔이...솔이라구...이름도 예쁘구나...얼굴도 예쁘고.... ]
[ 엄마...얘 아들이야...다들 딸인줄 알아...워낙 이쁘게 생겨서... ]
[ 아이구 요놈 크면 인물값하게 생겼네....어린놈이 분위기는 지아빨 빼다박았구나.... ]
3년만에 본 엄마의 얼굴은 더욱 수척해졌고 피부도 푸석푸석하니 거칠해져있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지켜보는 딸의 마음이 아
리며 콕콕 쑤셔온다. 3년동안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약해질것만 같아서 전화통화도 잘 안하던 그녀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손으로 자신의 아이를 쓰다듬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 자꾸만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 읏챠...솔아 할머니한테 좀 안겨봐... ]
이내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애써 억지미소를 지으면서 아래에 있는 솔이를 껴안아들곤 침대에 앉힌 채 엄마의 품에 꼬옥 안
겨드린다.
아들 솔이도 엄마의 마음을 아는건지 약냄새가 풍겨져와 코가 시큰할텐데도 군소리 안하고 할머니의 품안에 안겨 얌전히 있는다.
그녀의 엄마는 손주의 따뜻한 온기가 한없이 좋은건지 아파서 몸이 성치않을텐데도 그렇게 한참동안이고 손주를 품에안고 흐뭇
하게 웃음을 짓고 계셨다.
[ 연희야.....그 사람이랑 연락은 안하는 거니? ]
얼마가 지난걸까....어느덧 솔이가 할머니의 품에 안겨 곤히 잠들어있었고 문득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그녀가 침대맡에 살짝
걸터 앉으며 자신의 엄마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그 사람이라면.......솔이의 아빠를 일컫는 말일것이다.
[ 응....연락안해요....말했잖아......헤어졌다고...... ]
연희가 가슴아픈 듯 시선을 내리깔며 대답하자 그녀의 엄마가 그녀의 찰랑거리며 흘러내리는 긴 머릿결을 귀뒤로 넘겨주며 나즈
막히 속삭여온다.
[ 난 이제 얼마남지 않았어....내 몸은 내가 제일 잘안다 연희야.... ]
[ 엄마!!! 그런말 하지마......제발........ ]
아직도 한없이 어리게만 보이는 가엾은 딸을 두고가려는 엄마의 마음이 편치않다는 것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도 자신의 엄마앞에서는 아직까지 투정부리고 싶어하는 딸이기에 엄마는 그런 딸을 말없이 받아주고 있었다.
토닥 토닥
그녀의 3년전보다 더 작아진 가녀린 어깨를 두어번 토닥거리며 그녀의 엄마가 다시금 말을 잇는다.
[ 연희야.......이제 그만 아파하고 그 사람한테 돌아가렴....이제 다 잘될꺼야.... ]
[ 엄마....그게 무슨소리..... ]
[ 우웅......엄마엄마...... ]
자다깨서 엄마를 찾는 아들의 목소리에 그게 무슨뜻인지 물어보려던 연희의 입이 굳게 닫히고 이내 아들을 안아들고는 내일 다시
찾아 오겠다고 답한 뒤 병실을 빠져나오는 연희였다.
어제 엄마와의 재회를 했던 장면을 회상하다보니 어느덧 그녀의 차가 대한그룹의 건물앞에 다다라 있었다.
차를 안정된 자리에 주차한 뒤 차에서 내려 심호흡을 크게한번 하곤 크다못해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건물안으로 들어선다.
Information Desk 로 다가가 회장님을 뵈러왔다 말하자 이름을 물어왔고 이연희라고 답하자 회장실로 통화를 하더니 이내 올라
가도 좋다 허락을 받았고 여직원에게 고맙다 말한 뒤 엘리베이터를 타곤 제일 윗층 버튼을 누른다.
"후우........."
그렇게 떨지않겠다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긴장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몇번을 한숨을 내쉬고 몇번을 심호흡을 한건지....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엘리베이터안은 대한그룹 직원들로 가득차서 붐비고 있었고 그녀를 힐끗 힐끗 쳐다보던 사람들중 이내 한
명이 박수를 딱 쳐가며 그녀에게 말을 걸어온다.
"어 저기 이연희씨....맞죠? 이번 밀라노 컬렉션에서 성공적으로 패션쇼끝낸 신입디자이너...맞죠?"
"꺄아....어머 그러고보니 오늘 신문에 난 여자랑 얼굴이 똑같아...."
낯선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의 뒤에 서있던 여자들이 고함을 질러대며 그녀의 몸을 툭툭 건드린다.
"아아........네........"
"어머~ 어쩜 좋아....영광이예요...그런데 우리 회사에는 무슨일이세요?"
높은 하이톤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가 귀찮게도 자꾸만 질문을 걸어오는 통에 그녀는 어쩔줄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딩 동~
곧 20층을 알리는 엘리베이터 신호음이 들려왔고 그곳에서 내려할 직원들이 우르르하고 내린다.
꼬치꼬치 캐묻던 여자가 아쉽다는 듯 입꼬리를 삐죽거리며 내리자 그녀는 한쪽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다행이라는 듯.....
한꺼번에 내리는통에 앞에 서있던 그녀의 몸이 흔들거렸고 이내 다시 중심을 잡으며 다리에 힘을 준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서
서 닫힘 버튼을 누른다.
안에 타고있던 직원들이 모두 내리자 그렇게 좁아보이던 엘리베이터안이 훵하니 너무나 넓어보였다.
엘리베이터 안엔 그녀혼자였고 아직 회장실까지 가기엔 20층이나 더 남아있었다. 무료하게 시간이 흘러가며 갑자기 35층에서 엘
리베이터가 소리를 내며 멈추어선다.
'누가 타려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흘러내려온 머리를 귀뒤로 넘길때 엘리베이터문이 스르륵 하고 열렸다.
".................."
"!!!!!!!!!!!!!!!!!!"
순간 시간이 멈추어버린것만 같았다. 아무소리도 없이 고요하게 흐르는 정적만이 두사람을 애워싸고 있었다.
♥ Special Thanks to ♥
◆엘리사벳◆ 님 응원의쪽지 넘넘 감사드려용
사랑합니당 ♡
※ 업뎃쪽지 원하시는 분은 앞에 ★ 나 ** 두개달아주세요
※ 여러분들의 댓글 한줄이 저에겐 큰 힘이됩니당~!! 글을 쓰는 원동력!! 사랑해요~♡
※ 제가요...스토리는 머리속으로 다 그려지는데 글을 쓰려니까 막상 안써지는거 잇쬬..답이 안나옵니다 정말 ㅠㅠ
Thanks to (댓글 3줄이상 써주신분들은 조금 찐하게 표시해드렸어요^^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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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아주신 우리 이쁜님들 감사해요~*^^* 여러분들의 사랑에 무한감사드립니당!!
★어머어머 드디어만났다>__< 근데 신문...어떡해요ㅠㅠ 은호가 아이를 안고잇어서 신문보고 한이가 오해하는건 아닐까요ㅠㅠ솔이는 한이 아들인데ㅜㅜ 첨에 아들인거 몰르고 솔이라는 이름듣고 딸인줄...그래서 아 아들이면 한이닮아서 멋잇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어요 흐흐 ㅎㅎ 드디어 만났군.. 은영이는 불안하게 왜이렇게 조용한거지ㅠㅠ 담편어떻게 될지 너무 궁금해요>__<ㅎ 한이가 오해 안하게 둘이 잘 이어주세요!!^^
★ 담편 기대되용 힛
★ 어엉어어어어어 끝낫다 ㅠㅠㅠㅠㅠㅠ 스크롤바내리면내릴수록아끝나면어쩌지어쩌지 이말계속반복하고있었는데 ㅠㅠ 다음편기대할게요 !
재밌어요!
ㅠㅠ이제서야 밨네여 ㅠㅠㅠㅠ
이제 만나는건가..근데 신문 한이가봣을것같애 어떡해 한이아들인데 은호아들이라고오해할텐데.. 그리고 연희성격에서는 한이한테 솔이가 한이아들이라고말안할것같애. 흠흐믛ㅁ...말하지는..
솔이 아기이름 이뻐요
헉! 한이가 타나보당..ㅋㅋ 한아~~~~~~~
제발 솔이가 다른 사람 아이라고 오해 안하기를~~
와우~~~ 이제 드뎌 재회를 ^^ 내가 다 기뿌당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