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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남부 국경 장벽 건설 재개
◦ 공약 이행 실패한 바이든 대통령
- 미국이 멕시코와 접하는 남부 지역 국경 지대 장벽 건설을 다시 시작한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2023년 10월 5일, 미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중단했던 장벽 건설을 재개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국경 지대 장벽 건설은 주로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번 결정으로 역시 텍사스주에 먼저 장벽이 세워지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장벽 건설 재개로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벽 건설 정책을 “비 인도적이고 폐쇄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이 당선되면 장벽 건설을 철회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취임 직후 지금까지 장벽 건설이 일시 중단되었지만 결국 건설 재개를 막지 못했고, 그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중요 공약 중 하나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 예산안 집행 분쟁에서 패배한 바이든 정부...변명이 되기는 힘들어
- 바이든 정부는 이번 장벽 건설 재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난 2019년에 배정된 장벽 건설 예산 집행을 일시 중지시키는 방법으로 장벽 건설을 멈추었는데, 최근 미 연방 법원이 2019년에 편성된 예산은 당시 계획한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4년 전 편성한 장벽 건설 예산 가운데 남은 금액을 장벽 건설에만 사용해야 하기에, 부득이하게 장벽 건설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 하지만 예산안을 둘러싼 미국 내부의 법적 분쟁이 어떻든,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논란이 되었던 장벽 건설을 재개하며, 그것이 바이든 정부에서 진행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이는 특히 장벽 건설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의 반발을 살 수 있는 부분이다.
☐ 멕시코, “이민자 위기는 미국의 실패한 정책 탓”
◦ 미국으로 향하는 중남미 이민자 급증
- 중남미 지역 국가 주민이 경제난과 치안 불안을 피해 미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최근 들어 그 숫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타이틀42(Title 42)’ 조항을 발동하면서 잠시 이민자가 줄어들었으나, 포스트 코로나19 시기로 접어들자 그동안 억눌렸던 이민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 대표적으로, 텍사스주 내에서도 중남미 이민자들이 미국 진입 시 이용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인 리오그란데 밸리(Rio Grande Valley) 인근 지역의 경우, 2023년 1~9월 사이 9개월 동안에만 24만 5,000명이 넘는 중남미 이민 희망자들이 국경 지대에 접근했다. 또한, 9월 한 달에만 베네수엘라 국적 이민자 5만 명이 미국으로 들어왔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으며, 일일 불법 이민자가 1만 명을 넘어서는 날도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 오브라도르 대통령, 미국 강력히 비판
- 미국 입국을 원하는 불법 이민자 증가는 미 정부로서도 골칫거리이지만, 멕시코 정부 입장에서도 달가울 것이 없다. 멕시코는 미국과 국경을 직접 맞댄 유일한 중남미 국가이며, 가난한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 출신 이민자들은 육로를 통해 미국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 이민자 증가는 곧 멕시코에 흘러들어오는 난민이 늘어난다는 뜻이며, 이는 멕시코 정부의 행정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불법 이민자 급증 사태에 대해 “미국의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외교·이민 정책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쿠바 등 외교적으로 마찰을 겪는 여러 나라에 대해 불법적이고 비인도적인 제재를 지속했으며, 그로 인해 해당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미국으로 이주를 원하는 이민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민자 이슈 공동 대응 논의 제안한 오브라도르 대통령
◦ 이민자 대책 위한 중남미 정상회담 개최
- 이민자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시도하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결국 이민자 문제 해결에 중남미 국가들이 공동으로 연합할 것을 제안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최근 멕시코 치아파스(Chiapas)에서 이민자 문제 대책 마련을 위한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해당 정상회담에는 베네수엘라, 쿠바,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11개 중남미 국가 정상을 초청한다고 발표했다.
- 또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23년 11월에 열릴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에서도 미국 측에 이민자 문제에 관한 멕시코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번 미국의 국경 장벽 건설 재개에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했고, 또한 미국의 중남미 지역 국가 경제 제재도 꾸준히 부정적으로 평가했기에 APEC 정상회담에서도 그러한 논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 중남미 국가 연대 강조하는 멕시코, 미국과 외교적 대치 지속할수도
-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근래 들어 확실히 미국과는 다른 외교 행보를 걷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하여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고, 최근 독립 기념일 행사에는 러시아군을 초청하기도 했다. 이는 분명히 미국이 원하는 모습은 아니며,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계속해서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중남미 국가들의 자주성을 강조하고 있다.
- 따라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중남미 이민자 문제의 근본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지금의 주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만약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멕시코 역시 지금의 외교 스탠스를 유지한다면 양국의 마찰 수위가 높아질 위험이 있다. 이민자 문제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미국 비판적인 입장이 이어질지, 그리고 이것이 멕시코와 미국의 양국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지 꾸준히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감수 : 김영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National Public Radio, The Biden administration is building a controversial part of the border wall in Texas, 2023.10.08.
Aljazeera, Biden administration to extend US border wall, begin Venezuela deportations, 2023.10.06.
France 24, Biden to continue Trump-era policy to build more Mexico border wall, 2023.10.05.
BBC, Biden approves new section of border wall as Mexico crossings rise, 2023.10.06.
Anadolu Agency, Mexico to hold Latin American summit on migration: President, 2023.10.09.
Barron’s, Mexico President Says To Meet Biden Next Month, 2023.10.09.
Reuters, Mexico rejects new border wall plan after talks with U.S. officials, 2023.10.06.
BBC, Biden approves new section of border wall as Mexico crossings rise, 2023.10.07.
[관련 정보]
1. 멕시코, 불법 이민자 문제 논의 위한 중남미 정상회담 개최 (2023. 10. 11)
2. 멕시코 대통령, 불법 이민자 증가는 미국의 제재 때문...비판 목소리 키워 (2023. 10. 06)
3. 멕시코, 미국과 불법 이민자 본국 송환 합의...국경 지대 도시는 ‘한계 상황’ (2023.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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