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가지하는 ‘가지 멘보샤’[펀펀(funfun)한 요리]
입력2023.07.26. 오후 4:27
가지는 놀랍게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채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특히 튀기면 놀라운 맛이 난다.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너, 가지 냄새 맡아봤어?”
누군가 물었다. 가지 냄새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다. ‘안토시아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채소’라는 한국인 대부분이 갖춘 상식에 의거, 건강을 위한 의무감으로 챙겨 먹었을 뿐. 여름 제철을 맞아 잘 익은 가지는 쨍한 보라빛으로 마치 발광(發光)하듯 탐스러운데, 그 보라에 온 신경을 뺏겨 향 따윈 맡아볼 생각을 하지 못한 걸지도.
과연 가지에서는 어떤 향이 날까?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사과’ 향이 난다. 이탈리아에서는 가지를 ‘미친 사과(Melanzana)’라고 부르는데, 사과처럼 동그랗고(우리나라에서는 길쭉이 가지를 주로 보지만, 품종별로 열매의 형태가 달라 서양에서는 동글동글 가지도 접하기 쉽다) 통통하고 향도 나지만 사과 맛하고는 전혀 달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사기캐’라는 것이다. 사과 향이 솔솔 나는 사과 아닌 동그란 것.
그래서일까? 외관만 보자면 씹어 ‘아삭’ 소리가 날 것 같지만 아차, ‘물컹’하는 바람에 호불호가 갈린다. 더구나 설익은 가지에는 소량의 솔라닌 성분(보통 싹 난 감자에 있는 독성으로 알려져 있다)이 있어 특유의 아린 맛이 나기도, 먹고 나서 배가 아프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이런 가지를 보통 나물이나 볶음으로 식탁에 올리는데, 이 물컹한 가지 반찬을 먹는 순간부터 가지를 향한 호불호 결정의 순간이 비교적 빨리 찾아온다(어린 시절부터 “가지가 몸에 얼마나 좋은지 알아?” 어른들의 강권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가지는 스폰지형 구조라 볶을 때 기름을 먼저 두르면 그 기름을 다 빨아들여, 먹을 때 찍하고 기름이 새기도 물컹하고 식감이 죽기도 한다).
그런데 가지는 놀랍게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채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분 함량이 높고 칼륨도 들어있고 기운 자체가 냉해 여름철 보양하기도 좋은 식재료지만, ‘건강하려고’ 먹는 것이 아니라 진짜 ‘맛있어서’ 먹는 사람이 많다는 것. 사실 가지는 조리법에 따라, 소스에 따라 맛, 향, 식감까지 천차만별인 ‘진짜 가지가지하는‘ 채소다.
우리나라에서도 근대 이전에는 절여 먹고, 말려 먹고, 김치로도 먹었다던데 전쟁 등을 거치며 기록만 무성해졌다. 지금까지 일상에 남은 한국형 가지 요리는 다양하지가 않다. 서양에서는 라자냐, 롤라티니, 라따뚜이 등 토마토소스, 라구소스와 함께 내놓는 경우가 많고, 중식 중에는 어향가지, 가지탕수 등 기름에 튀겨 가지 향을 폭발시키는 요리가 많다.
가지는 특히 직화로 굽거나 튀기면 그저 놀라운 맛이 난다. 조리법이 번거롭든 말든 상관없이 천백번쯤, 아니 매일매일 해 먹고 싶을 정도(배달 등은 눅눅해져 맛이 달아나니, 집에서 요리해 바로 먹어야 진가를 알 수 있다). 그 맛만 떠올리면 이 여름 아주 불같은 요리래도 상관없다. 특유의 아린 맛은 사라지고 달큼하면서 크리미한 대박 구이 혹은 튀김 완성이다. 이런 맛과 향을 내다니. 사과 향이 나는 사과 아닌 동그란 것이 생각지도 못한 맛으로 감동을 주니 먹자마자 “진짜 사기캐네“ 감탄사도 완성이다.
✅한번 가지를 튀기면 매일 식용유를 사게 될 것이야! 뜨거워 입천장을 다 데어도 튀기자마자 입속에 넣고 싶은 가지 멘보샤. 상세 레시피는 하단 URL 참고.
여름가지로 만드는 별미, 멘보샤.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 제공
✅가지 멘보샤 재료
가지 1개(200g), 감자 1개(200g), 전분가루 1/4컵(50g), (삶기용) 물 3스푼(30g), 요리에센스 연두순 1스푼(10g), 요리에센스 연두청양초 1/2스푼(5g)
✅가지 멘보샤 만들기
1. 껍질 벗긴 감자를 듬성듬성 썰어 볼에 물 3스푼과 함께 넣고 랩을 씌운 다음 전자레인지에 10분 돌린다.
2. 가지는 껍질을 벗기고 3cm 두께로 썬다. 썰어 둔 가지 가운데 칼집을 내고, 벗겨낸 가지 껍질은 길게 채 썬다(몸에 좋은 가지 껍질. 버리지 않고 속재료로 써서 식감을 살린다).
3. 칼집 낸 가지에 연두순 1스푼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다.
Tip : 연두로 페어링하면, 가지가 갖고 있는 아리고 떫은 식감이 감소한다
4. ①의 감자를 으깨고, 연두순과 연두청양초, 채 썬 가지 껍질을 넣고 섞어준다.
5. 칼집 낸 가지에 감자소를 채운 다음 전분가루를 묻힌다(비닐봉지에 넣어 흔들면 가루 묻히기 수월하다).
6. 180도로 예열된 기름에 ⑤를 넣고 앞뒤로 노릇하게 튀기면 완성!
■자료 출처: 누구나 쉽고,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가 즐거워지는 샘표 ‘새미네부엌’ 요리법연구소(www.semie.cooking/recipe-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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