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문학은 '백 년 이상 오랜 세월에 걸쳐 독자에게 흥미와 감동과 재미란 측면에서 검증된 책'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고전 작품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책과 경쟁해서 살아남았으니, 재미와 감동이 없으면 불가능하겠지요.
하지만 한국에서 고전은 '딱딱하고 어렵고 난해한 책'으로 인식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는 원작의 문제가 아니라 번역의 문제지요.
사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일서를 가지고 세계명작을 중역하다가 1980대 들어서 중역 몰아내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읽기 힘든 번역이란 문제는 여전히 현존합니다. 원작 해석 문제와 한국어 어법 구사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전작품 대부분이 독자에게 힐링이 아니라 짜증과 스트레스만 주는 것 역시 현실입니다.
좋은 책은 독자에게 투자한 시간과 돈 이상으로 보답합니다. 힐링에 탁월한 효과가 있지요. 고전작품은 백 년 이상 세계적으로 검증되었다는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어떤 작품도 쫓아올 수 없는 효과를 발휘해야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고전작품을 비롯해 번역작품이 독자에게 힐링과 감동이 아니라 짜증과 스트레스만 준다면, 독자는 책을 그만큼 멀리 할 수밖에 없겠지요.
엉터리 번역 출간으로 독자를 몰아내고, 출판계는 어려움에, 불황은 제일 먼저 찾아오고 호황은 제일 늦게 찾아오는 어려움에, 빠져드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렇게 하는 방법은 당연히 좋은 책을 제대로 번역해서 독자에게 소개하는 식이 되어야 하겠지요.
저는 30여 년 번역 밥을 먹고, 300여 권에 달하는 책을 번역 출간하면서 번역이 살아야 독자가 살고 출판계가 살고 번역가가 살고 한국 문화도 산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번역하는 풍토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번역 강의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은 방법은 작품으로 승부를 거는 거란 결론을 내리고 영문학에서 최고로 치는, 하지만 한국에서는 저평가된 찰스 디킨스 작품을 대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첫째, 산업혁명 당시에 천민자본주의를 비판한 분위기가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천민자본주의에 그대로 연결되고, 둘째, 재미와 감동은 그 어떤 작품도 쫓아올 수 없으며, 셋째, 화려한 문장과 풍자가 저절로 미소를 자아내기 때문입니다. (물론, 화려한 문장과 풍자는 번역을 그만큼 어렵게 하지요. 그래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번역 출간한 찰스 디킨스 작품은 찰스 디킨스를 저평가하도록 만든 초석으로 작용하기도 했답니다.) 그리고 비꽃 출판사를 만들어, 첫 작품으로 '위대한 유산'을 출간했답니다. 작품 자체로 위대한 유산이라는 평가를 받는 작품, 국제적으로 가장 훌륭한 책 100권 가운데 한 권으로 인정받는 책이지요.
그리고 이번에 '두 도시 이야기'를 두 번째 작품으로 출간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다양한 인물이 살아간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입니다. (찰스디킨스 작품 열 권을 연말까지 출간하고, 제대로 번역할 수 있는 분 다섯 분과 팀을 짜서 서양 고전 명작을 모두 새롭게 번역해서 출간해, 한국의 번역풍토는 물론, 고전 작품 가치를 그대로 살려서 가장 매력적인 작품으로 독자에게 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세계적인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가 “디킨스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모두 내 친구”라면서 디킨스를 19세기 최고의 문호라 평하고 디킨스 초상화를 서재에 걸어 놓을 정도로 존경했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는 “오랫동안 흠모하던 작가 찰스 디킨스를 만났다”며 자랑하고, 카를 마르크스는 “디킨스는 세상에서 핍박받는 민중을 위해 세계의 모든 정치인과 사회운동가 이상으로 많은 일을 했다”고 극찬한 인물입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찰스 디킨스는 다양한 소설기법을 천재적으로 펼쳐나갔답니다. 런던에서 역마차를 타고 파리로 향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파리에서 역마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 사이에서 펼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전 세계 독자는 성서 다음으로 많은 관심을 보이며 사랑했지요. ......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한글의 역사와 특징과 영어의 역사와 특징을 비교해, 바람직한 번역방법론을 앞으로 여러분 앞에서 주기적으로 연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앞으로도 좋은 글 청하고 싶습니다.
조용히 고전작품을 읽을 마음의 여유는 없지만 원작과 번역작품이 탄생하는 배경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짧게 소개해 주신 '두 도시 이야기'만 해도 흥미를 끄는군요.
연재 많이 기대됩니다.
얼마 전에 세미나에서 번역가와 작가 커플에 대한 통계를 봤는데..선생님은 아지모프와 커플이시네요...^^
좋은 말씀 많이 남겨주세요..
찰스 다킨스 작품 번역하시면 소개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뜻을 세우시고 그 뜻을 이루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응원 보내고 싶습니다
DannyKim님, 위대한 유산과 두 도시 이야기를 번역출간했습니다. 번역도서출판에 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