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편안하다, 행복하다를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영화 한편을 보면서도 스토리와 걸맞는 음악도 들어야 하고 배경이 스토리와 잘 어울리는지도 살펴야 하고
주인공들의 열연은 정말 스토리 전개에 부합하는지도 봐야 하고 전체적인 흐름이 영화나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알맞게 전개되는 지도 살펴야 하며 일일이 눈에 힘주고 들여다 보는 습관이 있는 쥔장에게
그래서 편편히 쉬어가는 듯한 드라마나 영화를 만나기가 쉽지는 않다.
헌데 가끔은 그런 행복이 주어지기도 한다.
얼마 전에 들여다 보았던 "박하경의 여행기"는 그래서 아무런 감정의 동요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즐겼다고 하면
이번에 제목에 이끌려 찾아보게 된 중국 드라마 "바람이 멈추는 곳"은 제목만큼이나 무장해제 된 채로 시청을 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편이 끝나는 결과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글을 쓰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이러하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들여다 보는 내내 강요받는 것 없이 그저 편편의 에피소드가 마음을 움직이고
가슴을 열게 한다는 것과 그저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의 삶은 누구에게나 같지만
그 삶자락을 겪어내는 방법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한다.
그리고 장면에 따라 흐르는 멜로디는 또 얼마나 가슴 저미도록 혹은 편안함 그 자체 마음의 동요를 전달하는지
그저 듣고 보는 내내 "이런 것이 참 좋다" 를 되뇌게 한다.
특별할 것도 없는 스토리는 우리네들의 일상이기도 하고 외딴 산골자락의 하루하루이기도 할 터.
중국 윈난성을 배경으로 늘 그랬던 것처럼, 별 희망 없이 날이면 날마다 살아가는 찌든 삶에서 벗어나
조금은 나아질 현실을 기대하며 도시의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꿋꿋하게 자신의 하루를 살아내는 시골사람의 이야기.
"도시 언저리 삶만큼"이라는 작은 희망을 갖고 시골을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정말 잔잔하고,
마음을 울리는 노랫말로 흐르는 음악에 동행하며 여행하지 않으면 보지 못할 윈난성의 풍광을 화면을 통해 바라보면서
절로 윈난성으로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함은 물론 눈으로 여행하는 재미까지 쏠쏠하여
윈난성에 기거하는 소수민족들의 삶과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 볼 기회와 더불어 화면으로 마주하는 풍광의 재미도 무척 흥미롭다.
대체로 관광객의 눈으로 보여지던 소수민족의 삶자락을 화면을 통해 보는 것은 엄청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또한 세계를 향해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고픈 담당 피디의 제작의도 라는 것도 간파할 수 있다.
어쨋거나 이곳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쉬훙더우" 라는 여자의 눈으로 관찰되어 스토리를 엮게 된다.
오랫동안 함께였던 친구의 죽음을 맞으며 노력의 끝판왕으로 얻어낸 호텔리어러사 매니저 자리를 사표내고 훌훌 떠난 곳.
그곳이 "유풍소원" 이라는 민박집이고 그곳은 찾아들기 시작하면 최소한 3개월은 묵어야 하는 "중장기 살아보기" 민박집이자
다양한 사연으로 그곳을 찾은 민박인들의 안식처이자 자유로운 영혼들의 둥지이거나
혹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될 기회를 위해 잠시 머물며 자신을 다스리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각자의 사연은 각자의 방법으로 해결하거나 치유를 받으며 성장하는 곳이기도 하며
어떠한 형태로 스스로가 이겨내고 겪어내는지, 알게모르게 스며들어오는 순간을 잘 캐치하여
느림과 여유로움과 만만하지만 쉽게 이뤄질 일이 아닌 듯 하게 찾아드는 기회도 온전히 내것으로 만들어
적절한 시점에 자신의 성장을 누리게 되는 그런 묘한 마력의 따로 또 같이 객식구들의 집합처가 바로 "유풍소원"이다.
그곳, 윈난성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부터 다양한 프로젝트까지 완벽하게 정리하고
조절하는 베이징 출신의 지식인이자 마을의 중심인물인 "셰즈야오" 반경의 스토리 전개와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고자 노력하며 마을을 관광지화 하되 본래의 것을 잃지 않겠다는 마을지킴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바람이 머무는 곳"의 스토리를 지켜보는 사람들 눈에 "지킴이란 참으로 숭고하다" 라는 말이 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보는 내내 다양한 다름이 존재한다는 것과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거나 불현듯 설렘이 뛰쳐나오는 장면에서
알지 못할 마음의 흐름의 작용으로 저 밑바닥 마음이 젖어오거나 아스라해짐을 느끼게 되는 현상이
"바람이 멈추는 곳"을 보는 내내 시청자로서의 감정이 완만하지만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절절함이 펼쳐진다.
그리고 소리소문 없이 부딛히는 가운데 뭔가의 이끌림에 의해 인연이 되는 것과
그 인연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드라마이기도 하며 그들의 언어 대사가 또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뒤돌아보니 구름이 돌아갈 길을 막고, 돌아보니 온통 가시밭길 속에서도
어떤 어려움과 불운이 닥쳐도 조금도 움츠러 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영웅"이라는....
또 스토리에 걸맞는 OST 노랫말은 전체적인 흐름을 유도 한다.
"고요한 숲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석양 아래 펼쳐진 먼산의 풍경을 바라봐.
처마끝 물방울과 잔잔한 달빛이 눈동자에 스며들면 조용한 섬처럼 변하는 세상, 청백색으로 소리 없이 밝아오는 하늘.
바닷새 소리에 가볍게 물결이 일렁이고 한줄기 햇살이 호수를 넘어 내 맘을 비추면, 바람이 불때에 맞춰 돛을 올리자.
수면에 비친 구름과 차고 기우는 달빛, 하늘 가득한 별들이 길잃은 발걸음을 천천히 위로하네.
흘러가는 사계절 속 내가 보았던 기나긴 밤하늘을 가르던 별똥별,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하늘에 구름 사라지네.
청백색으로 소리 없이 밝아오는 하늘, 바닷새 소리에 가볍게 물결이 일렁이고
한줄기 햇살이 호수를 넘어 내 맘을 비추면, 바람이 불때에 맞춰 돛을 올리자.
수면에 비친 구름과 차고 기우는 달빛, 하늘 가득한 별들이 길잃은 발걸음을 천천히 위로하네"
해서 아직은 뒤에 많은 스토리가 있을 테고 아직 15편을 시청중이긴 하나
끝까지 죄다 들여다보고 전달하기에는 마음이 급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 스토리 전개되는 동안 마음의 동요를 느낀 그 저편의 마음이 분주해졌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결과는 어찌 될지 모를 일이고 그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던지 간에
"바람이 멈추는 곳"에 대한 개인적인 평은 끝까지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원래 아주 괜찮다고 스스로 여기지 않는 이상 국내외 드라마는 잘 들여다 보지 않는다.
특히 국내 드라마는 이미 환경이나 상황, 혹은 등장하는 인물들에 이미 익숙한지라
웬만하면 다른 나라의 드라마나 영화보기를 즐겨하는 이유는 남의 나라 문화나 풍습과 그들의 일상을과 풍경
또는 출연진들의 스토리 전개와 직접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대리 만족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덕분에 아주 많은 대리 경험을 늘리고 있으며 그 여파로 인해 다음 여행지로 선택되는 경우도 있다.
하여 모든 시선은 국내에 머물고만 있으면 세계를 접하는 창구가 넓혀져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나가는 경우가 생길 터
다양한 방법으로 전 세계인들과 하나되는 기쁨은 직.간접 경험이 두루 섞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거창한 이우가 아니더라도 소소하게 즐긴 특별하지는 않아도 그저 좋았던 드라마나 영화는 꽤 있다.
그중에서도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 나 상황과 여건은 다르지만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 같은....
또 최근의 "박하경 여행기"나 일본의 "철도 오타쿠 미치코 여행기" 처럼 단순하지만 절로 마음이 움직이며
풍광에 매료될 그런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물이 좋다는 생각이고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상이 주는 힘을 느끼게 되는 것,
그런 것이 또 개인적인 취향인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곡예를 하고 우당탕탕 휘저음을 당하고
폭풍같은 스토리를 따라가느라 질주하며 화면을 쫓아가느라 내용의 속내를 놓치게 하고 호흡을 고르는 것 보다는
그저 잔잔함이 주는 매력을 포기 할 수 없다 뭐 그런 말이다.
첫댓글 덕분에 쥔장 글을 읽으며
덩달아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려~!
강추하고 싶은 "바람이 멈추는 곳"
절로 발길이 멈출 것 같은 윈난성의 작은 마을 이야기....